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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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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30g | 128*188*20mm
ISBN13 9788960213135
ISBN10 89602131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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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에 씻기운 잠
사금파리에서 쏟아지는 빛

새가 수면에 발끝을 스치며 날아간다
저녁 햇살이 깃을 치며 날아오른다

살풋, 서로의 속눈썹을 잠그고
잠은 미열의 꼬리처럼 내 품에

일요일 공중을 산책 중이다
나는 발을 닮아가는 구두가 된다

발자국은 긴 건반이 되고
서늘해진 부리가
다가가서 한 입씩 물고 간다

모래를 털며 온다
저릿한 손과 발을
지그시 누르며

솜털을 부비며
빨랫줄에 널린 흰 손수건
핼쓱해진 잠의 뺨 위로 포개진다

때로 먼 이역의 행성에서
모호하게

튀어 올랐다 떨어지는 공처럼
발 밑에서 저수지가
솟구쳐 올랐다 떨어진다
---「공중산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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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의 시는 가만가만 말한다. 수사에 기대거나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 당신에게 곁을 주며, 당신의 측면에서 속삭인다. 당신이 귀 기울이거나 눈길을 주지 않았던 시간의 “구석들”, 숨죽인 채 저물고 있는 순간들에 대해서 섬세하게 언어의 무늬를 직조한다. 그것들은 당신의 정면에 속한 것들이 아니다. 당신의 주변이 된 것들, 당신의 가장자리가 된 것들, 얼핏 보면 희끄무레하고 어슴푸레하고 마치 이끼같이 보이지만, “끝도 없이 반짝거려서 귀가 먹먹”한, “명치 끝이 아파오”는, 그런 순간들이다.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당신이 그만 잊어버린 “골목을 골목이게 하는” 것이라고 이미 녹이 슬어버린 당신의 귓바퀴에 대고 최윤정의 시는 속삭인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순간은 없다”고. 최윤정의 시는, 말하자면,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당신만이 들을 수 있는 방백이다. 최윤정의 방백은 “캄캄한 물음들이 떠다니는 세계”에서 “방향을 잃은” 당신이라는 타자에게 다가가려는 “불가피한” 몸짓이다. 당신과 당신의 순간들과 어깨를 겯고자 하는, 당신이 아직 당신에게 도달하기 직전의 시간에서, 당신의 “심지”에 불 붙이는, 불 켜지는 목소리이다. 돌아보라. 거기 당신의 가장 “먼 곳으로부터 다시 먼 곳으로” 움직이는 최윤정의 시가 있다.
김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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