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뜰 한복판에 지어진 독립가옥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외로운 섬 같아 보였다.
그 집이 무섭고도 음침한 곳으로 각인된 까닭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품성 때문이기도 했다.
길선 외에도, 별 희한한 족속이 다 운집해 있었던 바, 쇠똥이 역시 그 명물 중 하나.
그 집의 마지막 ‘괴짜’는 ‘보미로’라 불리는 주인이었다. 키가 큰 데다 몸집 역시 비대한 그는, 일명 ‘털보’로 불릴 만큼 온몸에 털이 돋아 있었다. 구레나룻은 그렇다 치더라도 손등에까지 수북하게 자라난 털을 보고 있노라면, 뽕잎 위로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누에가 연상되었다.
--- 「학교 가는 길」 중에서
“모든 인간은 우연이고, 기껏해야 잉여물에 불과하지. 우리 모두는 뒤에 오는 낯선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내주어야 하고, 이 지구를 더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 「치사량 맥주 세 병」 중에서
“아마도 맥주 세 병 정도면 치사량(致死量)으로 충분할 것 같고.”
--- 「치사량 맥주 세 병」 중에서
“뒷구먹으로 들어간 아그들이 쌔고 쌨어야. 좌우간 방구만 끼어도 일류학교에 다 집어늫는 다여. 그런게 헛발질 그만허고, 헛물 그만 키란 게. 뛰어봤자 배룩이고, 날라봤자 똥파리여, 임마! 히히...”
--- 「치사량 맥주 세 병」 중에서
“목숨을 걸고 탈주하는 도망자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뒤를 쫓는 추격자들, 그리고 요란한 발자국 소리와 물 위를 빠르게 이동하는 긴 그림자들. 아! 이 드라마틱한 장면이라니.”
--- 「죄와 벌」 중에서
“낭만이니 순수니 하는 말들은 그냥 지나가는 거야. 정신적인 사랑이란 강물에 쓰는 글씨처럼, 그냥 흘러가는 거야. 나의 진한 자국을 남겨야 해. 육체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고.”
--- 「반항기」 중에서
“맑은 하늘에 바람은 세찼고, 여자의 몸은 뜨거웠다. 그 아래에 깔린 눈을 녹여내기라도 하려는 듯, 엉덩이는 한껏 달구어졌다.
--- 「반항기」 중에서
“애팬네가 문 말을 해도 꼭. 그러먼 대통령이 총이라도 맞었으먼 쓰겄어「 글 안해도 그 새끼가 대통령 먼첨 쏘았구만은...”
--- 「어른이 된다는 것」 중에서
“어느새 고3. 청춘은 고통의 무게로 다가왔고, 젊음은 둥지 안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 「첫사랑」 중에서
“자신의 존재가 오늘처럼 귀하게 여겨진 적은 없었다. 누군가에게 하나의 의미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웠다.”
--- 「첫사랑」중에서
“왜 태어났느냐고 묻거든, 사랑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라. 이루고 싶은 것이 무어냐고 묻거든, 어린 날의 꿈이라고, 미래라고, 야망이라고, 부와 명예와 권력이라고 말하지 말라. 그것은 오직 사랑이라고 대답하라!”
--- 「첫사랑」 중에서
“어른들이 그어놓은 선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가 지어놓은 감옥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 갖고는 인간의 성장도, 사회의 발전도, 인류의 진보도 없기 때문에.”
--- 「첫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