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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티카 - 베네치아

에로티카 -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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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362g | 114*185*30mm
ISBN13 9791187928072
ISBN10 1187928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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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레네 카오
Irene Cao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 주의 포르데노네에서 1979년에 태어났다. 베네치아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했고 지중해 지역 고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러한 배경은 작가의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작품을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고와 영화, 출판 등 다양한 직종을 옮겨 다니며 일하다가 2013년 이탈리아의 대형 출판사인 리촐리(Rizzoli)를 통해 『에로티카』 3부작을 발표했다.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현지에서만 수십만 부가 판매되며 크게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이 작품은 또한 프랑스를 비롯하여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는데 이탈리아만의 분위기가 오롯이 녹아 있어 일부 외국 독자들은 작가에게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 여행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여러 매체에서 종종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비교되며, 영국의 한 매체는 수준 높은 열정과 에로티시즘을 유지하면서 더욱 인간적이고 덜 ‘부끄럽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평을 싣기도 했다. 2014년에 『모든 실수를 위하여』, 『모든 사랑을 위하여』를, 2016년에는 『네가 숨을 쉴 때마다』를 발표했다.
역자 : 이현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대사관이 주관하는 제1회 번역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번역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나무 위의 남작』,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움베르토 에코의 『바우돌리노』, 『미의 역사』,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가족어 사전』, 안토니오 타부키의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조르조 바사니의 『핀치콘티니 가의 정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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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그가 다시 벽화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플루토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해서 지하 하데스로 데려가지요. 6개월간 머물도록 페르세포네를 다시 지상으로 데려다주기 전에 석류알 아홉 개를 먹여요. 시간과 계절에 관련된 신화지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는 시칠리아 출신 요리사에게 1 대 0으로 패배. 나는 할 말을 잃었고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레오나르도가 감탄하듯 주위를 둘러보더니 길게 숨을 내쉰다. 나는 그의 오른쪽 귓불에서 작은 은 귀걸이를 발견한다. “이 팔라초 정말 굉장하군요. 이런 데서 지내게 되다니 행운이에요, 안 그렇습니까?”
오늘까지, 당신이 오기 전까지는 그랬지요. 나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차마 말할 용기는 없다.
--- p.36~37

사실 내 기억 속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은 생각이라기보다 레오나르도의 이미지, 흐릿한 사진 같은 모습들이다. 불가해한 그의 눈과 웃을 때면 입가에 생기던 주름살, 힘센 손, 내 몸 위에 있던 활력 넘치던 육체. 그리고 그 문신. 그러다가 갑자기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레오나르도 때문에 내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게임을 즐긴 대가가 내 파멸일지도 모른다는 예감.
--- p.177

“내가 당신에게 몰두할게. 당신 몸이 금지와 터부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가르쳐줄게. 당신 감각을 단 하나의 목적, 쾌락을 위해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보여줄게. 하지만 당신이 나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해. 그리고 내가 요구하는 대로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
그가 여기서 말을 멈추고 내 눈 속으로 들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나를 뚫어지게 본다.
“내가 요구하는 것 전부. 터무니없어 보이거나 잘못된 것 같아 보여도 말이야.”
--- p.190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샴페인을 계속 홀짝거린다. 레오나르도가 얼음통에서 얼음을 하나 집어 내 목에 댔다가 그것으로 가슴골까지 길게 선을 그린 후 혀로 그 자국을 따라 애무한다. 그 즉시 내 몸이 떨리며 유두가 단단해진다. 그의 혀와 이가 유두를 괴롭혀주길 바란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더 기다려야만 나의 욕망을 채울 수 있다. 그는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엘레나, 오늘 밤에는 미각이 당신의 쾌락을 안내할 거야.” 그가 내게 속삭인다. “당신의 취향과 습관을 모두 잊어버리고 전부 다 먹어보게 하고 싶어.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지금까지 좋아하지 않았던 음식들도.”
--- p.239

우리는 팔라초 안으로 들어갔고 곧 광적일 정도로 음란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 실내에서는 그것이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떠들썩한 목소리와 음악으로 귀가 먹먹하다. 거의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고 다들 들떠 있다. 여자 가면을 쓴 남자들에게 키스하는 남자들도 있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가슴과 엉덩이를 드러낸 여자들이며 테이블이나 벨벳 소파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사람들, 어두컴컴한 구석에 따로 떨어져 붙어 있는 연인들도 있다. 포도주를 병째 마시는 입들과 서로를 찾는 혀와 탐색하는 손들이 보인다. 카니발이다. 금지도 없고 경계도 없다. 일탈만이 유일하게 허용된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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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살고 있는 엘레나 볼페는 서른을 눈앞에 둔 복원미술가이다. 베네치아의 유서 깊은 가문 집안의 귀족인 야코포 브란돌리니의 의뢰를 받아 그의 저택인 팔라초 안의 벽화를 복원하는 일을 맡았다. 단발머리에, 화장도 별로 하지 않고 작업복 차림일 때가 많은 엘레나는 자기를 꾸미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 대신 영화와 미술관 관람을 즐기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간다. 그런 그녀 앞에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레오나르도 페란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다. 고야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첫인상, 신비하고도 야생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듯한 그는 엘레나가 일하는 팔라초에 살면서 이상하게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는 존재다.
한편 엘레나에게는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필리포라는 친구가 있다. 건축가로 일하는 그와는 모든 면에서 얘기가 잘 통한다. 함께 전시를 보러 가거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모든 시간이 엘레나에게 충만감을 준다.
그러던 어느 날, 벽화 속의 석류 색깔 문제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그녀 앞에 레오나르도가 진짜 석류가 든 종이봉투를 들고 나타난다. 그는 엘레나의 눈을 감게 하고 석류알을 그녀의 입 속에 넣어 오로지 미각으로만 그것을 느끼게 한다. 시각에만 의존했던 엘레나에게 이는 매우 독특하고 신선한 경험으로 남고, 결국 그녀가 석류를 칠할 적절한 색을 찾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일류 요리사인 레오나르도의 쾌락에는 모양과 맛과 향기가 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순수한 엘레나에게 맛보이고 싶어 한다. 브란돌리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개업식이 있던 날 밤, 레오나르도는 일부러 둘만의 시간을 만든다. 그는 엘레나를 위해 석류즙이 든 달콤한 초콜릿 디저트를 선사한다. 그날 이후로 엘레나는 스스로 터부시해왔던 모든 것에서 해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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