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는 한국과 반대쪽에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헝가리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옛이야기와 동화를 아주 즐긴답니다.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나면,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사랑방에 모여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요.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들려주는 달콤한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곤 한답니다.
『잠자리 섬의 장난꾸러기 꼬마 염소』를 쓴 발린트 아그네시는 자신이 직접 쓴 동화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 좋은 외국 작품을 직접 뽑아 번역까지 해서 소개하기도 했어요. 방송국에 근무하는 30년 동안 오로지 어린이 프로만 담당하면서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요.
그림을 그린 레이히 카로이는 선명한 색과 단순한 스케치를 바탕으로 어린이 책에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사람이 살아가는 자연, 그 속에서 숨 쉬는 생생한 동물과 식물의 모습을 눈에 잘 들어오는 색으로 그렸지요. 빨간 벼슬을 달고 파란 털을 지닌 닭, 꿈꾸는 듯 파란 눈을 가진 아이들,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하늘을 나는 소녀, 해처럼 여러 색깔의 잎을 가진 해바라기 등을 꿈에 보는 것 같은 신비한 색으로 그렸답니다.
레이히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멋지게 그림으로 표현하여 헝가리에서 미술가에게 주는 여러 상을 많이 받았어요. 레이히는 헝가리 옛이야기, 동물이 주인공인 동화는 물론이고, 헝가리의 유명한 작가인 어러니 야노시나 모리츠 지그몬드가 쓴 동화책에도 그림을 그렸어요.
『잠자리 섬의 장난꾸러기 꼬마 염소』에는 기두치라는 작은 염소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이웃집에 사는 버리커와 함께 신나게 달리기 놀이를 하다가, 집에 돌아와선 엄마에게 떼도 쓰고, 맛난 음식만 먹겠다고 투정도 부리고, 고집을 부리다가 엄마에게 혼이 나기도 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구지요.
그런데 어느 날, 기두치의 놀이장소인 보트 두는 헛간에 호랑이가 이사를 와요. 기두치는 그곳에서 놀고 싶었지만, 호랑이가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소란만 피웠어요.
우리 친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터에 무서운 어른이나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처음에는 조금 기다리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놀이터에서 놀 수 없게 되면 화가 나겠지요. 기두치도 놀이터를 뺏긴 것에 화가 나서 목에 방울을 걸고 시끄럽게 뛰어다녔어요.
그러다가 엄마에게 붙잡혀 와서 방울을 뺏기고, 엄마가 집을 나가실 때는 집 앞에 묶어 두었어요. 그런데 버리커가 찾아 와서는 번번이 약을 올리고 가버리자 기두치는 이 모든 게 호랑이 때문이라는 생각에 점점 더 화가 났답니다.
엄마에게 혼이 나는 것도 싫고, 집 앞에 묶여 있는 것도 싫은 기두치는 집을 나가기로 했어요. 그러다 숲 깊은 곳에서 길을 잃고 말았어요. 밤이 되자 너무 무섭고 배가 고파 집으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돌아올 수가 없었어요.
기두치는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는데… 세상에나! 호랑이가 기두치를 찾아 등에 업고 집으로 데려간 거예요. 그것도 모르고 기두치는 지쳐서 잠만 쿨쿨 잤던 거지요.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자기가 집에 와 있는 거예요.
기두치는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도 호랑이가 자기를 집으로 데려다 준 것이 너무 고마웠어요. 호랑이를 찾아가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기두치는 겁이 났어요. 그래서 그저 호랑이가 잘 있는지만 멀리서 바라 볼 뿐이었지요.
그런데 호랑이가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아 헛간 가까이 가 보았어요. 그랬더니 호랑이가 독감에 걸려 심하게 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기두치는 호랑이가 감기를 이겨내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엄마 염소도 기두치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꿀을 탄 따뜻한 우유를 만들어 주었어요.
기두치는 자기가 호랑이에게 우유를 갖다 주겠다고 나섰지만 막상 나서려고 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지난번에 시끄럽게 해서 물고기를 쫓아버렸기 때문에 호랑이가 화가 나서 기두치를 확 잡아먹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도 기두치는 호랑이를 찾아갔어요. 호랑이는 기두치가 찾아가자 너무나 반가워했어요. 아파서 꼼짝하지 못하고 누워 있는데 먹고 싶은 음식을 들고 기두치가 찾아왔으니 얼마나 기쁘고 고마웠을까요? 기두치가 용기를 내어 우유 통을 내밀자 호랑이는 단숨에 우유를 다 마셨어요. 그리고 그 우유 덕분에 바로 다음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을 만큼 호랑이는 건강해졌답니다.
가두치가 호랑이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더라면, 호랑이와 사이좋게 산책하고 낚시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없었을 거예요.
무섭고 겁이 나는 데도 우유 통을 들고 호랑이에게 간 기두치, 참 대단하지요?
- 한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