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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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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03쪽 | 462g | 132*204*30mm
ISBN13 9788949701479
ISBN10 894970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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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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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매컴. 진정한 예술작품에는 모두 비평가들이 악동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특질이 있다네. 즉 감격과 자발성이지. 모사와 모방에는 그처럼 뛰어난 특징이 없는 법일세. 너무도 완전하고 신중하게 만들어졌으며 정확하기 때문이지. 아무리 지식에만 골몰하는 법률가의 후예라 한들 보티첼리에게도 시시한 그림이 있고 루벤스에게도 균형잡히지 않은 작품이 있다는 것쯤 알겠지? 안 그런가?

하지만 원작에서는 그런 결점이 문제되지 않네. 그러나 모방자는 그런 결점을 받아들이지 않지. 감히 그럴 용기가 없는 걸세. 온갖 세세한 부분을 정확하게 그리는 일에 급급하기 때문이네. 모방자는 자의식과 세심한 주의를 가지고 일하지. 진정한 예술가는 창조적인 작품을 만드는 진통기에 있어 그런 점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네. 바로 그것이 중요한 점일세. 원작의 그림이 지니고 있는 감격과 자발성, 즉 악동은 모방할 방법이 없지. 모사가 아무리 원작과 비슷해도 그 사이에는 크나큰 심리적 차이점이 있네. 모사에는 진지한 맛이 결여된데다 너무 완벽하여 의식적으로 노력한 흔적이 남아 있는 걸세."

"꽤 공부가 되었네, 러스키."

번스는 그 찬사에 대해 얌전히 머리 숙여 보인 다음 기분 좋게 말을 이었다.

"그럼, 오델 살해에 대해 생각해 보세. 자네도 히스 형사부장도 이 사건이 흔해빠진 난폭하고 추잡스러우며 상상력이 없는 범죄라는 점에서 의견이 같네. 그러나 자네들처럼 발자국을 쫓아 달리는 두 마리의 블러드하운드와 달리 나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단순한 모양을 무시하고 온갖 요인을 분석해 보았네. 말하자면 사건을 심리학적으로 본 것이네. 그래서 이것은 진정한 범죄, 즉 독창적인 범죄가 아니라 재간 있는 모방자가 해치운 속되고 자의식이 넘치는 교묘한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걸세.

모든 세부적인 면에서 정연하고 전형적이라는 것은 보증하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실패한 점이라네. 그 솜씨가 너무 좋아서 작품이 지나치게 완벽한 걸세. 전체로서의 모양에 말하자면 박력이 없네. 감격이 없는 거지. 미학적으로 말하면 역작의 온갖 특징을 갖추고 있고, 속된 말로 표현하면 빚좋은 개살구라는 말일세." (...)

번스는 담배 연기를 천장으로 뿜어 올리며 더욱 깊숙이 의자에 몸을 묻었다.

"그러면 여보게, 누구나 모두 알고 있는 강도 살인이라는 비열한 범죄의 특징은 무엇인가... 잔혹함, 무질서, 성급함, 휘저어진 서랍, 어질러진 책상, 부서진 보석상자, 희생자의 손가락에서 잡아 뺀 반지, 뜯기어 나간 목걸이 고리, 찢어진 의상, 뒤집혀진 의자, 쓰러진 스탠드, 깨진 꽃병, 흩어진 침구, 어질러진 바닥... 이런 것들이 누구나 인정하는 오랜 옛날부터의 조짐이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생각 좀 해보게, 매컴. 소설이나 연극이라면 모르지만 이런 조짐이 모두 '빠짐없이' 나타나는 범죄가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완전히 갖춰지고 전체로서의 효과에 모순되는 요소가 하나도 없는 범죄. 즉 실제 범죄에 있어 그 무대장치가 기술적으로 완벽한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단 하나도 없네. 왜냐하면 이 세상 현실의 것-자연적이고 진짜인 것-온갖 부분이 일반적으로 인정을 받는 형식에 꼭 들어맞는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일세. 우연과 오류의 법칙이 불가피하게 개입해 오기 때문이지."
--- pp 18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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