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시장의 특징
구글에서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에 이르기까지 수 백 개에 달하는 회사들이 이제 탄소 상쇄 방안을 지속가능한 경영 계획의 일환으로 삼은 결과 2007년에는 세계적인 자발적 시장의 가치가 대략 3억3천1백만 달러에 이르렀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실, 자발적 탄소시장은 모든 강제적 탄소시장보다 먼저 조성됐다. 세계 최초로 탄소 상쇄를 거래한 미국의 전력회사 AES(AES Corp.)사의 사례는 1989년 -비준은 고사하고 교토의정서가 조인되기도 훨씬 전이다- 으로, 나무들이 자라면서 탄소를 사용하고 저장(탄소 격리의 일례)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과테말라의 농부들이 그들의 땅에 5000만 그루의 소나무와 유칼립투스 나무들을 심는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자신들의 회사가 전력을 생산하는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고자 한 형태였다. 이는 박애주의적인 이유와 마케팅적인 측면을 고려해 자신들의 회사가 남길 ‘탄소 족적’을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한 것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강제적인 탄소시장과 다른 몇 가지 중요한 장점 때문에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혁신성과 유연성 그리고 더 저렴한 거래 비용은 공급자들뿐만 아니라 구매자 측에도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창의성과 신속함은 물론 비용효과와 특정한 유형의 프로젝트들 예를 들면, 지역 공동체나 생물다양성에 이로운 프로젝트들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 등은 홍보나 상품화 필요성에 맞춰 탄소 상쇄권을 구입하려는 조직에게 확실하면서도 금전적 가치가 높은 이점으로 작용한다.
여러 비영리단체들은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본 끝에 자발적 탄소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자발적 시장이 개인들에게 ― 기업체나 규모가 큰 단체들은 물론 ― 강제적인 시장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싸움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환경주의자들은 자발적 탄소시장을 대중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워 줌으로써 기후변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을 움직이는 힘
① 개인소비자
② 민간부문 기관들 : 2007년 장외거래로 이루어진 자발적 탄소시장의 거래량 중 79퍼센트를 민간부문이 차지했다. 유럽의 운송회사인 DHL의 고그린(GOGREEN)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운송에 따른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기본 운송비 외에 3퍼센트의 할증료가 붙는 옵션을 제공하는데, 회사는 이런 할증료를 연료 차량기술과 재조림, 태양에너지 프로젝트 등에 투자한다. 또한, 저탄소 및 탄소 중립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2007년 조사에 응한 포춘 500대 기업들 중 77퍼센트(383개 회사)가 회사 경영과 관련된 배출 자료를 제공했다. 이런 응답률은 2003년 처음으로 조사를 실시했을 때 겨우 35개 회사만이 응답했던 것(2003년의 조사 대상 회사들 중 45퍼센트)과 비교하면 거의 1000퍼센트나 늘어난 것이다.
③ 공공부문 기관 : 지방 및 지역정부와 연방정부까지 모두 탄소 배출권의 자발적인 구매자들로 떠올랐다. 물론 장외거래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거래 비중은 아주 낮다.(2007년에 0.4퍼센트였다) 특히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정부가 되려는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코스타리카와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바티칸시티다. 아랍에미리트연합국은 심지어 세계 최초로 필요시설까지 완비한 ‘탄소 제로’도시를 꿈꾸며 아부다비 사막에 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④ 사회부문 기관: 비정부기관과 비영리단체의 구매자는 다음의 세 가지 동기 때문에 자발적 탄소시장에 참여한다. 첫째, ‘말한 것을 실천하기’의 중요성. 둘째, 생태복원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이르는 박애주의적인 목적. 셋째, 홍보 효과. 환경 및 다른 분야의 비영리단체들이 기후의 영향을 받는 사업 모델을 취하는 것 역시 상쇄권을 구입하는 주요 동기로 작용한다.
시장동향
시장규모와 기후 법안 그리고 탄소 중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기관투자 또한 늘어났다. 강제시장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투자 수준이긴 한데, 특별히 자발적 탄소 상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탄소기금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샤인 캐피털 매니지먼트 리미티드는 2005년에 -공식적으로는 샤인기후웨지펀드로 알려진- 세계 최초의 자발적 탄소 상쇄 기금인 샤인탄소기금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강제적 배출권에 집중했던 여러 탄소기금들이 자사의 포트폴리오에 자발적 상쇄권을 추가하고 있다. 일례로 2005년에 출범한 유럽탄소기금은 적은 비율이긴 하지만 자발적 탄소 상쇄권을 자사의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세계은행 또한 청정개발체제 산하의 프로젝트들에 자금을 대는 데 그치지 않고 자발적 시장에 판매할 목적으로 개발되는 프로젝트들에도 자금을 제공하는 탄소기금을 설립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미래
50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이 언젠가 환경을 보호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는 발상은 일종의 공상과학소설에 지나지 않았다. 30년 전에, 시장이 언젠가 산성비를 억제하는 데 긴요하게 쓰일 것이라는 예측은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그리고 5년 전에, 유럽의 온실가스 시장이 언젠가 거의 6천억 달러 가량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손가락질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이 그대로 일어나고 말았다. 어제는 소설 같던 일이 오늘 현실이 돼버렸다.
비록 아직은 자발적 시장이 커지고 번창할 것이라는 말이 자명하게 받아들여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들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몇 백만 톤에 불과하던 거래량이 2008년에는 1억 톤이 넘었다.
국제적으로, 특히 유럽은 물론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로 판단하건대, 미래는 아마도 대규모의 강제적 탄소시장과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혁신적이고 민첩한 자발적 시장이 공존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1788-1860)는 일전에 이렇게 말했다. “모든 진리는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 조롱받고 둘째,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다가 셋째,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