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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유정

강호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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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42g | 128*188*30mm
ISBN13 9788993886580
ISBN10 899388658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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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야지.”
그녀의 허리를 잡아 끌어당기는 거친 손길에 하진의 몸이 옆으로 이동하면서 간발의 차이로 멧돼지가 스쳐 지나갔다.
“아.”
하진의 얼굴이 제갈지명의 가슴팍에 묻히면서 그의 체취를 훅하고 들이마셨다. 그 순간 그녀는 호흡을 제대로 쉬기가 버거웠다.
“왜 이렇게 몸이 말랐어? 스무 살이라면서 체구는 열다섯이나 열여섯쯤 된 것 같군.”
그의 시니컬한 말에 하진의 입술이 불룩 튀어나왔다.
“이거 놓으십시오.”
그녀는 힘껏 그의 가슴을 밀었다.
“계집처럼 삐치기는……. 그리고 나한테 마무리 잘하라고 하더니 하진도 실수를 하는군.”
제갈지명은 하진을 놓아주고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기분이 묘해지는 걸 느꼈다. 같은 사내인데도 선이 가늘고 갸름하면서도 체구가 작은 하진이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그녀의 내음이…….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계집은 누가 계집이라고……. 어, 멧돼지는…….”
멧돼지가 큰 나무 기둥에 이빨이 꽂힌 채 버둥거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자 하진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단도로 멧돼지의 마지막 숨통을 끊었다. 그리고는 그 무거운 멧돼지를 어깨에 짊어졌다.
“하는 행색을 보니 계집은 아니군.”
제갈지명이 허허로운 웃음소리를 내자 하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

“내가 왜 그런 꿈을……. 어허.”
옆을 둘러보던 그는 바로 옆에 하진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되자 흠칫 놀랐다. 그의 눈매가 가늘어지면서 하진의 옆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하진은 스물 살이라는 믿기 힘들 정도로 한참 앳돼 보였다. 물론, 설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진은 처음 볼 때부터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으음.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한데.”
하진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그의 얼굴이 하진의 얼굴에 가까워지면서 맞닿으려는 순간 그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내가 뭐 하려고 하는 거야? 난 설지 낭자를 좋아하는데……. 왜 내가? 설마? 아니야. 난 남자를 안 좋아해. 내가? 아니야. 정말 아니야. 그런데 꿈 마지막에…….”
그는 꿈결에 설지의 얼굴이 하진의 얼굴로 바뀌었던 것을 떠올리고는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러면서 덩달아 이상한 감정이 새록새록 그의 심장으로 치솟아 올라오자 도망치듯 하진의 몸에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리고는 서둘러 그 방을 나갔다. 하진은 문이 닫히는 순간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입가에는 희미하지만 자조적인 미소가 피어올랐다.
‘난 저분에게 절대 어울리는 여인이 아니야. 나보다는 설지가 모든 면에서 그와 잘 어울릴 거야. 욕심을 버려야 해. 이뤄질 수 없는 인연인데. 포기해야만 해.’
그녀는 머리 뒤로 팔베개를 하고는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애련한 기운이 감돌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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