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그대에게,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에게 통일은 심각하고, 어렵고, 재미없고, 무겁고, 멀리 있는 존재다. 그 누구도 선뜻 통일을 원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15세 지학, 배움의 뜻을 두는 나이.
배움에 뜻을 두고 정진하지만 통일은 대학수능시험과 전혀 상관이 없는 관심 밖의 대상이다. 굳이 통일을 배움의 뜻으로 세울 필요성은 없는 것 같다.
20대 약관, 갓을 쓰고 관례를 한다는 나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포 세대(연예,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포기한 세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통일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통일 되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은 그들에게 너무 공허하다.
30대 지립, 능히 홀로 선다는 뜻으로 사회와 가정의 기반을 다지는 나이.
홀로 서기에는 경쟁해야 할 것이 세상에 너무 많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에 들어가기만 하면 성공의 대로가 열릴 줄 알았는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숱한 경쟁의 장으로 다시 내몰린다. 하루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바쁜 일상에서 통일은 그저 사치에 불과한 것 같다.
40대 불혹,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나이.
우리 시대 40대의 삶은 미혹될 것이 너무나 많다. 40대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된 대화는 자식들 키우는 이야기, 직장에서 진급한 이야기, 내 집 마련의 이야기가 화두가 된다. 일상에 치이다보면 통일은 없는 것 같다.
50대 지천명, 하늘의 뜻을 알아 순응한다는 나이. 필자는 아직 50대를 경험하지못했다. 50대가 되었을 때 어쩌면 오지 않을 통일을 더 이상 기대하지 말고 분단의 시간에 체념하라는 것이 그저 하늘의 뜻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만 해 본다.
우리 일상의 재해석
분단이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데, 통일은 일상에 스며들지 못한다. 분단 70여 년의 아물지 않은 상처는 우리 사회 곳곳에 분단과 전쟁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6.25전쟁은 우리에게 잊혀진 역사인가? 전쟁의 기억과 상처는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산재해 있다. 전쟁 관련 유적지와 흔적들은 무관심속에 방치된다. 어쩌다 지역의 문화관광상품으로 재구성되기도 하지만 통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상업적 상품으로 이내 변질되고 만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주입과 강요가 아닌 ‘재미’와 ‘흥미’를 통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지 체감형’ 통일교육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과 접목된 공간으로써 대중에게 친숙한 접근을 통해 세대별로 특화하고, 재미와 감동이라는 요소를 결합하여 통일논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 산재한 분단과 관련한 문화유적지를 발굴, 재구성하여 단순한 관광상품이 아닌 통일과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컨텐츠 개발을 모색해야 한다.
부산, 통일의 교두보
통일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자리를 통일의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주변에 산재한 전쟁과 관련된 흔적을 찾고, 이를 통일컨텐츠로 재구성하기 위한 작업을 전국에 걸쳐 찾아볼 계획이다. 일상에서 분단과 통일의 흔적 찾기의 첫 출발지는 바로 부산이다. 부산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 등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 여름철이면 해운대 해수욕장에 피서객이 넘쳐나고 가을이면 부산국제영화제 등으로 외지에서 온 사람들로 도심은 북적댄다. 부산하면 자갈치시장을 떠올리는 이도 있겠다. 그런데 부산의 또 다른 가치는 바로 6.25전쟁의 흔적이 곳곳에 베어있다는 점이다. 한국 제2의 도시이면서 항만의 도시 부산은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이자 방어선이었다. 전쟁 후 한국 경제 재건의 밑바탕이 된 곳도 바로 부산이다. 어쩌면 부산은 통일을 위한 마지막 보루로 지켜진 땅일지도 모른다. 분단의 시대에 부산은 통일을 위해 남겨진 땅이라 부르고 싶다.
낙동강 전선이 남하하는 북한군의 공격을 막은 최후의 방어선이었다면 이제 부산에서부터 북쪽을 향해 거꾸로 올라가는 통일의 공격선이 되어야 한다. 그저 아래로 아래로 서글프게 떠 밀려온 피난의 도피처였다면 이제 북한을 향해 위로 올라가는 통일의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 부산지역에 산재한 분단의 유적을 과거와 기억의 역사로 묻어두지 않고 일상에서 느끼는 산역사의 장으로 다시 재구성 할 필요가 있다. 통일의 눈으로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우리의 일상을 다시 뒤돌아보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속에서 통일은 그저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통일, 기다리는 통일이 아니라 우리네 삶이, 일상이, 생활이 늘 통일을 생각하고 바란다면 통일은 그렇게 살포시 우리 곁에 다가와 줄 것이라 믿는다.
지금 서 있는 우리의 일상을 다시 돌아보되 통일의 눈으로 바라보기를 감히 제언해 본다. 우리의 일상을 통일의 눈으로 재해석 하는 작업은 전국에 걸쳐 계속 이어갈 것이다. 부산은 그 출발점이다. 우리네 일상에서 통일을 바라보고 마주할 그 첫 출발점 말이다. 전쟁의 마지막 방어선이 아닌 새로운 통일의 출발점으로...
통일의 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며 강동완 쓰다.
---「에필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