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를 경제성장과 민주화로만 요약한다면……우리는 스스로가 어떤 사회적 구성 원리에 의해 지금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마치 고고학자들이 옛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을 파헤쳐 과거의 인간과 사회를 복원해내듯이, 우리는 50년에 걸친 사회조사 자료들을 파헤쳐 한국 사회의 변화를 복원하고 추적한다. 그래서 ‘압축성장의 고고학’이다.--- p.6
압축성장의 고고학이 복원해낸 반세기에 걸친 한국인의 삶의 모습과 그 궤적은 이제 우리도 그러한 선택과 수단들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삶이 성장의 이면에만 머물 수 있는 세상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p.54
기혼 여성의 재혼 상태별 분포를 보면 과거 자료에서 초혼에 비해 재혼 여성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느 정도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과 같은 정치적 격변과 연관이 있는 것이지만, 이혼으로 인한 재혼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초저출산율을 기록했던 2005년에도 기혼 여성은……셋째 자녀 출산으로 이행하는 경우는 매우 적어서 과거의 높은 출산율과 최근의 낮은 출산율에 있어서의 차이는 대부분 셋째 자녀의 출산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마지막으로 기혼 여성 1인당 태아 사망 횟수가 눈에 띠게 증가했으며 이는 인공유산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p.91
에코 세대의 부모 세대 즉, 베이비부머 세대는 학력이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수익을 안겨다주던 시대를 살아왔다.……그들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장기적인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공직 및 공사, 금융권 등 공식 부문에서 직장을 잡고 경력을 관리하며 안정된 중산층으로서 살아가는 데 얼마나 유리한 조건이었는지 스스로의 삶을 통해……실증해온 세대이다.……대학 학력이 능력을 상징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 노동을 감당할 수 있는 업적의 보증수표라는 것을 수용하고 인정했기 때문에 그들의 자녀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강력한 믿음을 내면화할 수밖에 없었다.--- p.138
지난 50년간 노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층으로 흡수되면 지금의 노인 세대와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특성을 보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이 연구는 노인 인구가 하나의 동질적 집단(homogeneous group)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노인층은 연령, 교육 수준, 경제 수준,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유형화될 수 있으며, 이러한 다양성에 기반을 두어 세분화되고 사용자 중심적인 노인복지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p.177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사회적 연결망이 배타적 성격이 강한 동창회 및 다른 연고 집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학벌이 좋지 못한 사람들을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부터 배제하는 효과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사회적 자본의 분배……에서 형성되는 연결망의 분배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p.217
노동자들 개인은 이미 크게 이질화되어버린 작업장 내 동료 관계나 자신을 보호해줄 수 없다고 판단한 노동조합 등을 통한 조직적 해결에 자신을 기대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경제적 조건에 자신의 상황과 움직임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 형태, 세대, 젠더 등 다양한 분절선이 중첩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노동시장을 돌려놓을 뚜렷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쉽지 않다.--- p.260
정치적 민주화와 자본주의의 성숙에 따라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 관리의 수준은……극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후기 산업화가 양산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의 다기화로 이들 사회적 위험에 대응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신설되었으며, 보편주의적 사회복지가 강화됨에 따라 사회복지 서비스의 대상자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p.299
한국의 정보화는 대인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갖는 전화 서비스에서 시작해 새로운 기기와 서비스의 도입을 통한 산업과 공공 영역에서의 전산화, 자동화를 지나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서비스로 진행되어왔다. 정보화로 인한 효과 역시 개인 영역에서의 편익 증가로부터 공공과 산업 분야의 효율성 증대를 거쳐 생활 전 영역의 변화로 연결되었다. 개인에서 부문으로, 부문에서 전 사회로의 범위와 영향의 확대로 특징지을 수 있다.--- p.337
사회발전연구소 조사 연구의 키워드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 결과는 연구소의 연구 주제가 시기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한국 사회학의 보편적 흐름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이슈를 선도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가령 설립 초기부터 이어져온 인구 현상과 공동체 문제에 대한 관심은 한국 사회의 변화와 사회학 내 학문적 지형의 구조 변동을 반영해 가족, 계층, 노동, 교육, 정치 등과 같은 시의성 있는 연구 주제들로 옮겨졌고, 이러한 현대 사회학의 핵심적인 주제들은 2000년대 이후 새롭게 각광받는 주제인 정보와 과학기술, 사회복지, 시민사회 등의 주제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 p.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