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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날의 초상

어린날의 초상

김주영 | 개미 | 2003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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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정판 발행 200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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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01쪽 | 47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038537
ISBN10 898703853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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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어른들과 아이들을 속일 수는 있어도 어머니만은 속일 수 없었던 나는 어머니 앞에서는 언제나 죄인이었다.
윗도리 단추 하나만 떨어졌어도 그 단추가 어디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당장 알아차리곤 하던 어머니, 내 속마음을 거울 속 들여다보듯 명쾌하게 탐지하곤 하던 어머니, 나는 그 어머니를 다시 만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우리들의 장소가 어느덧 폐허가 되었듯이 이제 어머니와 나 사이에도 하나의 커다란 폐허가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 폐허는 어른들이 만들었다기보다 내 키가 자라고 있음으로써만 만들어진 폐허인지도 몰랐다.
나는 발길을 돌려서 정류소 쪽으로 걸어갔다. 동녘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새벽의 조짐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에는 먼 나라로 가는 한 대의 첫 버스가 멎어 있었다. 승강구는 열려 있었다. 몇 사람이 승강구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나 역시 어른들에 묻혀 가는 아이처럼 잽싸게 승강구로 올라서 뒤편에 있는 짐바리들 사이로 비집고 올라가서 웅크리고 앉았다. 사람들은 거의가 내게 무관심했다.
버스는 곧장 떠났다. 아직도 희뿌옇게만 보이는 마을이 차창밖에서 우쭐거리기 시자갰다. 그때 문득 버스 앞좌석 쪽에서 뒤통수만 보이고 앉아 있는 희자네 삼촌을 발견했다. 나는 얼른 그곳에서 눈길을 돌렸다. 길고 긴 이별을 예비하는 버스가 달려나온 마을 앞 신작로가 엿가락처럼 늘어져 눕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나라, 길이 끊어지는 곳에서 나는 왜가리가 되어 날게 될지도 몰랐다.
--- pp. 300∼301
어른들이란 이상했다. 우리들은 서로 좋으면 같이 매미를 잡으러 다니거나 돼지감자를 파내 훔쳐먹거나 메뚜기를 잡아서 나누어 가졌지만 어른들은 좋으면 서로 잤다. 그리고 그들은 그 좋다는 일을 언제나 은밀한 곳을 골라 다니면서 저지르고 다녔다. 우리들이 좋은 것은 낮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밤에 우리는 곯아떨어져 잠을 자야 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둘 중 하나가 코를 쾡 풀어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채순미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언제까지 이래야 하죠?"
"참아."
"언젠가는 마을에 소문이 퍼질 것 아녜요?"
"할 수 없지."
"태호 씨 실직이 오래 갈까 두려워."
"안심해, 일본 유학까지 한 놈이 면서기를 할 순 없잖아. 서울서 연락이 올 거야. 깝치지 말고 기다려."
"빨리 당당하고 싶어서 그래요."
"이해해."
"안아줘요, 꼭 껴안아줘요."
"추워?"
"추워요."
그랬다. 드디어 나도 추웠다. 채순미같이 덩치 큰 어른이 춥다는데 밤톨만한 내가 춥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드디어 나는 자신도 모르게 오들오들 떨며 거기에 서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빛이 쏟아질 듯 밝았다. 은하수가 하늘 한켠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비봉산 봉우리 위에 걸려 있었다. 발가벗은 갓난아이가 울어대듯 은하수에 담긴 별들이 몸 전체로 울고 있는지도 몰랐다. 별들은 울기 때문에 빛나 보이는지도 몰랐다.
--- pp. 73∼74

관련자료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철이 들면, 길가에 핀 질경이 풀 한 잎사귀도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그 철 들기가 너무나 어렵다. 철이 들려고 이를 앙 다물고 지독하게 살아가지만,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나처럼 허다하다. 가슴속에 의심을 품었고, 너무 많은 탐욕이 있으면,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는 청맹과니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린 날이 자꾸만 생각난다. 나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참으로 행운이었다.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 시절이 자꾸만 생각나고, 사소한 것이라도 자꾸만 소문내고 싶다. 한 마리의 사소한 파리와 거미를 포함해서 나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은, 모두 그 자유로웠던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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