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조국의 딸>
지옥섬 하시마, 우리의 젊음과 피와 눈물을 묻었다!
태평양전쟁의 광기가 극에 달한 1944년. 친일파 윤두영의 둘째아들 윤지상은 친일파란 후광도 소용없이, 장남 하상을 대신해 징용을 결심하고, 아내 서형과 뱃속의 아이를 남겨둔 채 죽음의 길을 떠난다. 한편 서울의 일본인 상회에서 일하던 길남은 징용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출세를 꿈꾸며, 아버지 태복을 찾는다.한 번 가면 살아나올 수 없다는 지옥섬 하시마. 일본 최대의 군수공업체 미쓰비시가 개발한 하시마는 가혹한 노동착취로 악명 높던 최악의 탄광지역. 그 무렵 하시마에 있던 태복, 삼식, 경학의 탈출은 실패로 끝나고, 태복은 맞아서 초죽음이 된 채, 삼식은 주검이 되어 하시마로 붙잡혀온다. 태복은 심문 중 노무계 사이토를 젓가락으로 찔러 중상을 입힌 뒤 종적을 감춘다.하시마로 끌려온 지상은 우석, 동진, 명국과 함께 일하게 된다. 급식에서 쥐가 나오는 등 징용공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지는데, 창수와 병철이 가혹한 노동을 못 견디고 의문사를 당하면서 그들의 절망은 깊어만 간다.그러던 어느 날, 우석은 방파제를 산책하다가, 하시마의 유곽에서 일하는 하나코라는 이름의 조선 작부 금화를 만난다. 우석과 금화는 마주침이 잦아질수록 차츰 애틋한 정을 느끼게 되고, 둘은 생에 다시 없을 사랑을 나누는데…….
<제2부 분노의 밥>
이대로는 안 돼, 여긴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다!
조선에서는 마침내 서형이 아들 명조를 낳아 남편도 없이 혼자 몸을 푼다. 득남 소식을 뒤늦게야 전해들은 지상은 탄광의 동료들과 술자리를 벌이고, 고향생각에 잠기는 그들 사이로 구슬픈 아리랑이 흐른다. 길남은 일본땅을 전전하다 나가사키에서 지하터널 공사장을 관리하던 조선인 육손이의 부하가 된다. 동료들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한 뒤 하시마의 삶에 회의를 느끼던 명국은, 지상에게 조심스럽게 탈출을 제의하고 둘은 곧 의기투합한다. 어느 날 징용공 오광수가 일본가정에서 강도짓을 하다가 붙잡혔다는 소문이 퍼지고, 노무계에 끌려간 그는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고 만다. 한편 작업 도중 지반이 무너져, 명국이 탄더미에 깔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결국 명국은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탈출 계획에서 빠진다.
<제3부 흙과 무지개>
사람, 사람이기에 우리는 탈출해야 한다!
오광수의 죽음을 계기로 징용공들은 일본 노무계의 앞잡이들을 색출하고 우석과 동진이 주축이 되어 옥종길 등 배신자들을 처단한다. 그에게 자백받던 자리에서 우석은 지상도 노무계의 스즈키에게 회유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우석은 지상이 스즈키에게 넘어가지 않았으며 탈출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함께하기로 하는데…….그러나 우석은 금화로 인해 번민을 거듭하고, 결국 혼자 떠나기로 마음을 굳히고 금화 역시 우석을 떠나보내기로 다짐한다. 우석과 지상, 필수가 탈출하던 밤, 금화는 방파제로 나가 경비병을 술로 유인하여 취하게 만든 뒤, 우석 일행이 무사히 탈출하도록 돕지만……. 방파제에서 뛰어내리던 우석은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탈출에 실패한다. 지상은 바다를 헤엄쳐 가는 사투 끝에 에가미 가쓰요라는 일본 노인에게 기적적으로 구출된다. 이들의 탈출 사실이 발각되자 노무계에서는 관련자를 모두 잡아들이고, 금화도 끌려가서 몸과 마음을 만신창이로 짓이겨버린 참혹한 고문을 겪는다. 황폐해져버린 몸과 마음, 그리고 우석에 대한 그리움은 금화를 또다른 벼랑 끝으로 내몰고……. 징용공들은 날로 더해가는 탄광의 폭압에 불만을 품고, 동진과 우석을 중심으로 소요를 일으키지만, 자유의 기쁨도 잠시 곧 진압된다. 우석은 소란을 틈타 다시 한 번 탈출을 감행하고 첫정이었던 금화를 가슴에 묻은 채, 마침내 지옥섬을 벗어나는데…….
<제4부 불타는 거리>
불타는 나가사키, 죽음의 폭격은 계속되고…….
지상은 에가미 노인의 사위 나카다의 소개로 나가사키의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한국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게 된다. 주먹밥조차 배불리 사먹을 수 없는 열악한 생활고에도 지상은 나카다의 집에 말린 오징어를 사들고 가 은혜에 답례한다. 서형은 세상이 흉흉해지는 가운데, 소식조차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우석은 나가사키에 있는 먼 친척 육손이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가 관리하던 지하터널 공장에서 일하면서 길남과 가까워진다. 그 터널은 전시 중, 군수공장을 이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우석은 자기 한몸을 바쳐서라도 그것을 막기 위해 조승도, 변이팔 등과 규합하여 탄광 폭파를 계획하고…….그러던 중, 미국의 오키나와 상륙작전으로 일본의 전열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일본 내에서는 극심한 식량부족과 국민들의 지방 이동이 본격화되고, 민심이 날로 흉흉해져 간다. 명국은 한쪽만 남은 다리로 쓸쓸히 하시마를 떠나 나가사키로 오게 된다. 한편 길남은 우석으로부터 아버지 태복의 소식을 듣고, 육손이의 도움으로 나가사키의 형무소로 끌려와 있던 태복과 상봉한다.
<제5부 푸른 수레바퀴>
다시는 이 비극을, 사요나라 나가사키!
동진은 나가사키의 형무소로 끌려가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마침내 우석은 지하터널 폭파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만, 경비병들에 의해 순식간에 진압된다. 길남은 우석이 연행되지 않도록 돕고, 그의 마음을 돌려보려 하지만, 우석은 서로 갈 길이 다름을 강조할 뿐이다. 일본의 저항이 멈추지 않자 미국은 끝내 원폭투하를 결정한다. 1차로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데 이어, 1945년 8월 9일 아침, 나가사키에도 검은 버섯구름이 하늘을 찢고 솟아오른다. 지상, 동진, 우석, 길남의 운명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원폭으로 인해 아름답던 나가사키는 죽음의 도시로 변하고, 모든 생명이 초토화된 그 헐벗은 땅 위로 검은 비만 내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