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중에서 주식회사(corporation)는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장 많은 경제적 부를 창출한 대표적인 기업조직이고,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기본 제도이다. 이와 같이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여왔고, 19세기와 20세기에 걸친 산업과 상업의 발달은 주식회사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p.32
미국인의 회사에 의한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우려는 건국 초기부터 있어 왔고, 특히 회사에 의한 경제력의 집중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훼손을 우려하였다. 이러한 점은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 남북전쟁이 종료된 직후 친구에게 보낸 서신에서도 드러난다. “전쟁의 결과로 회사는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였고, 이로 인해 고위 공직자의 부패 시대가 뒤따를 것이다. 이 나라에서 금력(金力)은 국민들의 회사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기회로 삼아 모든 부가 소수의 손에 집중되고 그로 인해 공화국이 파괴될 때까지 그 세력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 p.23
역사적으로 볼 때 회사에 주주와는 별도의 법인격을 인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었다. 우선, 회사는 자신이 주체가 되어 행위를 할 수 있고,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구성원 명의로 행위를 하고, 구성원 전원이 소송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 조합과는 다른 편의성이 인정되었다. 또한 회사는 구성원과는 별도의 독립적인 재산의 소유자(separate patrimony)가 될 수 있었다. 따라서 회사 재산은 회사의 구성원의 재산과는 구분되어 회사가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되고, 회사 재산이 주주의 채권자에 의한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지도 않게 되어 주주의 채권자로부터 회사의 재산이 보호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회사재산이 주주의 채권자에 의한 추급으로부터 절연되기 때문에 회사의 재산은 자동적으로 회사가 부담하는 모든 계약적 책임의 담보로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회사의 계약이행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 p.127
주주지상주의(shareholder primacy norm)는 회사의 목적은 주주의 이익 극대화(shareholder wealth maximization)이고, 회사의 궁극적인 지배권은 주주에게 있다는 이론이다. 이와 같은 주주지상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회사의 경영자는 주주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할 의무가 있다. 주주지상주의는 회사지배구조에 관한 지배적인 이론이고, 미국 법조협회(American Law Institute: ALI)의 기업지배구조 원칙(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도 “주식회사는 회사운영을 함에 있어 그 목적이 회사의 수익과 주주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주주지상주의는 법률에 명문화되지 않는 규범(norm)으로 이해되고 있고, 회사의 경영자는 자신에 대한 임명권한이 있는 주주를 우선시할 유인이 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사실상의 강제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 p.227쪽
이해관계자주의는 이해관계자를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취급하여야 하고, 이해관계자는 본질적으로 회사에 소중한 존재이므로 기업경영을 함에 있어 그에 걸맞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같은 주장은 회사는 주주를 위하여 운영되어야 하고,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주지상주의와 배치된다. 이해관계자주의에 의하면 주주는 단지 회사에 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다양하면서 서로 경쟁적인 집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회사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가치창출을 위하여 운영되어야 하고, 회사를 위하여 중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자들은 모두 이익을 향유해야 한다. --- p.268
주주지상주의는 회사법의 목적을 다른 법과 마찬가지로 사회 전반의 집합적 후생 증진이라고 본다. 그런데 사회후생의 전반적인 증진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주주 이익 극대화를 회사법의 목적으로 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회사제도가 만들어진 목적은 사회 공익(public interest)을 위해서이고, 사익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점은 초기 판례인 다트머스 판결에서도 “회사가 창조된 이유는 정부가 일반적으로 증진시키려는 목적과 같고 그것은 사회의 이익(beneficial to the country)”을 위해서라고 판시한 것을 보아도 명확하다. --- p.342
‘이해관계자 지배구조(stakeholder governance)’는 회사의 성공에 기여하는 투자를 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회사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하는 지배구조를 의미한다. 이해관계자 지배구조는 이해관계자의 투자가 회사의 성공에 기여하므로 회사의 경영에 대한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고, 이러한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것은 회사 특정 투자를 유도하여 회사의 생산적 효율성을 증진시킨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 p.349
이해관계자는 1980년대 적대적 기업인수의 해악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 보았다. 당시 공격자의 전략은 회사 자산보다 주가가 낮은 기업을 인수하여 현금 자산을 뽑아내고, 자산을 매각하며,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당시 기업인수는 대량 해고, 고객 관계의 파괴 등을 불러왔고, 지역사회는 지역기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조세 이익, 지역주민의 취업 기회 등의 이익을 상실하게 되었다.
1980년 당시 적대적 기업인수 열풍은 경영자가 이해관계자에게는 아무런 의무를 지지 않는 반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의무가 경영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법에서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등장하였고, 이를 계기로 경영자가 신인의무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이해관계자 조항이 입법되기 시작한 것이다. --- p.378
이와 같은 측면을 고려하면 이해관계자, 특히 직원의 경영 참여는 공정성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효율성의 관점에서도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직원의 경영 참여는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직원의 경영 참여를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데, 이해관계자 지배구조를 주장하는 많은 학자들은 직원 경영 참가의 사례로 독일의 제도를 들고 있다. 독일 회사지배구조의 특징은 이사회와 감사회를 두어 이원적 기구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독일에서는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에 전속되고,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은 감사회에 귀속시키고 있으며, 이사에 대한 인사권을 감사회에 부여하고 있다. 감사회는 주주 측의 감사와 근로자 측의 감사로 구성되어 독일에서는 소위 공동결정(co-determination)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p.422
회사법을 ‘상법’에서 분리하여 단행법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상법학계에서 회사법의 과제로 제시되어왔다. 회사법은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능동적인 법 개정이 요구되고, OECD 국가들 중에서 우리 ‘상법’처럼 단일 법전에 복잡·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나라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법의 단행법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 p.438
그러나 이해관계자를 광범위하게 정의할 경우 이해관계자 조항의 규범력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해관계자 조항을 국내에 도입하는 경우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한정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회사와 계약관계를 가지는 ‘주요 이해관계자 집단’으로 한정하여 정의하고자 한다. 즉 주주, 채권자, 직원, 공급자, 소비자만을 회사법에 의하여 고려될 필요가 있는 이해관계자로 보고 회사에 대해서는 이들 집단에 대해서만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해관계자의 한정은 이해관계자 조항이 결국 실질적인 규범력을 가진 조항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p. 455
급진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독일식 공동결정제도의 도입이 쉽지 않은 국내의 경제 현실을 감안하여, 이 책은 이해관계자 지배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직원의 경영 참가 방식으로 절충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우선 직원의 경영 참가를 의무화하는 회사는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의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이사 선임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를 선임함에 있어서 근로자총회에 추천권을 주고,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이해관계자 집단이 추천한 후보 주에서 1인 이상을 반드시 주주총회에 추천하도록 하고, 주주총회는 사외이사 중 1인 이상을 근로자총회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선임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 p.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