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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스프링

러블리 스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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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32g | 130*190*20mm
ISBN13 9791161304342
ISBN10 116130434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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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봄 씨.”
그 순간 시원은 자신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사적인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가족 외에 누구에게도 좀처럼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살짝 벌어진 입술 틈으로 머리를 거치지 않은 본연의 궁금증이 고스란히 튀어나와 버렸다.
“그…… 영업 2팀의 윤재강 과장 있지 않습니까?”
“네.”
“친합니까?”
이 질문을 꺼냄과 동시에 자신이 줄곧 그를 신경 쓰고 있었다는 게 드러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묻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무슨 사이냐고 구체적으로 물은 건 아니었지만 마음 넓은 남자인 척 행동하려던 계획에 금이 간 것만은 확실했다.
가짜 연인의 주변 인물까지 파악하려고 든다고, 그게 아니면 속 좁게 질투 같은 걸 하는 거냐고, 그렇게 물어 온다면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시원이 친하냐는 한 마디를 건네고서 대답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봄의 시선은 언제나처럼 올곧게 시원에게만 닿아 있었다. 커피를 쥔 그녀의 손가락이 가볍게 춤을 추는 듯 움직이다가 멈췄다.
“음, 친한 것 같아요.”
“얼마나요. 아니, 어떻게요?”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 그 미묘한 표정 변화가 무얼 의미하는지 봄은 알 수 없었지만 제대로 물어 오는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같은 대학교 선배였어요. 졸업하고 연락이 끊겼었는데 입사해서 우연히 마주쳤고요.”
“그리고요.”
“더 말해야 되나요? 그게 끝인데요.”
이런 질문은 자신에게 무척 어려운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번 물으니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대답이 이어질 때마다 계속해서 더 파고들지도 모르겠다는 예감마저 들던 참이었다.
하지만 봄의 대답은 너무도 쿨하고 간결했다. 괜한 설명을 덧붙이지도 않았으며 구태여 어떠한 이야기를 뺀 것 같지도 않았다.
검은 동공이 시원을 향했다. 눈을 두어 번 깜빡이자 그녀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가 사라진다.
궁금증이 너무 쉽게 해결되었다. 그게 끝이라는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그럼 됐습니다.”
“네.”
이 정도면 정말 관심이 없나 싶어진다. 시원이 다 식어 버린 커피를 그대로 쭉 들이켜고 선선한 공기 중으로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봄이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관심은 없어 보이는데 눈이 마주치기는 또 엄청 자주 마주쳐서 사람을 참 헷갈리게 한다.
“왜 물어본 건지는 안 궁금합니까?”
“네.”
“…….”
뭐지, 이 안심은.
철벽도 저런 철벽이 없다. 남자가 하는 질문에 어떤 뜻이 숨어 있을지 의심조차 해 보지 않는 저 무심한 태도를 보니 걱정을 조금 덜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철벽을 뚫은 남자가 있기나 했을까 싶어서.
자신의 연애 능력이 바닥을 친다는 것도 잠시 잊고 시원은 오로지 봄에게만 초점을 맞춘 채 호기심과 의심, 눈치와 안심을 오고 가며 나름의 바쁜 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유람선은 선착장을 향해 천천히 방향을 틀고 있었다. 봄은 강변에서 느긋하게 밤 산책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었고, 시원은 그 틈을 타 봄을 마음껏 훔쳐볼 수 있었다.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커피를 쥐고 있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시선을 내렸다. 언젠가 저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을까. 앞일은 모르는 거라고 하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시원은 견고할 줄 알았던 자신의 벽이 어쩐지 의미 없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봄이 보냈던 사진을 확인했는지 영애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봄은 시원에게 살짝 눈짓을 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응, 엄마. 데이트 중이야. 유람선 맞아.”
혜숙에게 반존대를 쓰는 자신과 달리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게 내심 신기하다. 시원의 눈에 봄이 아주 조금 아이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은근슬쩍 그녀의 곁에 선 시원이 유람선에서 내릴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응시했다.
“응, 시원 씨랑 같이 있어.”
데이트 상황을 보고하듯 말하던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자 시원의 고개가 저도 모르게 휙 돌아갔다. 내내 팀장님이라고 부르더니 느닷없이 그 작은 입에 제 이름을 올린다. 직접 불러 주는 것을 듣지는 못했지만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것도 꽤 설레는 느낌이라 기분이 묘했다.
……잠깐, 설레다니?
시원의 눈이 크게 지진을 일으켰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내 생각에 왜 내가 놀라는 거지.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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