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The Cosmos
태양과 달, 별과 행성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계절의 변화를 인식함으로써 인류는 점차 우주의 자연 리듬에 대한 견해를 발전시켜왔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이런 관찰 내용을 설명하고, 인류 스스로 그 자연 질서에 순응시키는 일종의 우주론을 구성해왔다. 또한 우리가 숭배하는 여러 신들에게 자연의 힘을 통제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보편적인 믿음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신들이 마구 풀어 놓는 공포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간과 신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인간은 황폐한 가뭄과 지진, 또는 홍수와 같은 자연 재앙을 신들이 내리는 징벌이라 여기고 곡식이 잘 크도록 단비를 내려달라거나 뱃사람들이 안전하게 조업을 마치도록 순한 바람을 비는 등 우주의 조화를 기원하기 위해 희생물과 제물을 바쳤다. 그 결과, 우주적 상징성은 종교와 깊은 연관을 맺게 된다. 가령, 태양은 신의 권능을 가리키는 보편적인 우주의 상징이다. 불교도들에게 불은 절대 무지를 태워 없애는 지혜로 인식되며, 기독교도들과 힌두교도들에게 물은 정화를 상징한다. 그리고 거대 종교는 한결같이 천국을 신의 성소라고 여긴다. 실제로 하늘과 그 안의 달과 별, 천둥과 번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상징적으로 신의 세상과 관련이 있다. 높은 산들도 천국 가까이 있기 때문에 역시 신성한 지위를 갖는다. 이들 천체와 산에는 각각 그들만의 신과 여신, 초자연적 대리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각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자연 세계 Natural World
태초에 인류가 동굴에서 살았을 때부터,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독수리와 어두침침한 늪에 이르기까지 자연 세계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즉자적으로든, 상징적으로든 식물과 동물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끼쳤다. 인류는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 동식물에 의존했고, 또한 식량뿐 아니라 의복, 노동, 보호, 심지어 도구가 필요했기 때문에 항상 동물과 공존해왔다. 결과적으로 동식물의 모든 양상, 예를 들어 뱀이 허물을 벗는 것(부활)과 새들의 수변 서식지(생명과 풍요)까지 어느 것 하나 상징적 의미가 아닌 게 없다.
동물들, 심지어 일부 식물들도 조상격의 존재로서 창조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신들과 관련을 맺는다. 한편 지상의 지배자인 인간들은 자신들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사자와 같은 위엄 있고 당당한 동물을 이용했다. 고대인들의 공통된 믿음에 의하면 자연에 잘 조화된 동물들의 신체적, 감각적 능력은 초자연적 힘과 관련이 있었고, 인간은 주술 의식을 통해 이 힘을 전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들이 하늘의 전령이나 영혼이라는 믿음처럼 일부 강력한 신앙은 이후 주요 종교 안에 편입되기도 했다.
인간의 삶 Human Life
… 고대 사회에서 인간의 몸은 흔히 소우주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건강한 몸은 음양의 완벽한 균형과 조화라고 믿었고, 많은 종교에서도 건강한 몸을 신의 권능과 연결시킨다. 따라서 신은 인간의 형태로 등장했다. 인간 몸의 각 부분은 각각의 상징성이 있으며 이는 그 부위의 기능이나 외양에서 유래한다. 가령, 머리는 생명력, 이성의 중심, 영성 등 다양한 의미를 나타낸다. 권위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켜 ‘우두머리heads’라 부르고, 왕의 머리에 관을 씌우는 사실 등에서 머리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눈은 세상을 바라보는 ‘영혼의 창’이며, 코는 대개 남근을 상징하며, 머리카락은 강인함의 표시이다. 상징적으로 남성은 불, 남근과 동일시되고, 여성은 물과 수용적인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 둘이 함께 모이면 전...체를 형성하며, 따라서 태양과 바다처럼 창조성을 상징한다.
고대 사회는 인간 삶의 주기, 특히 여성의 주기가 계절의 변화 리듬에 대응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여러 신과 그 상징성은 땅의 비옥함, 성장, 죽음, 부활이라는 계절적 패턴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가령, 황금빛 밀은 풍요와 풍부함을 상징한다. 많은 문화는 풍요에 있어서 남성적 원칙을 강조하여 남성적 풍요의 전능한 상징으로 남근을 숭배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건축물의 기둥, 오벨리스크, 메이폴 등에 재현되었다.
신화와 종교 Myths & Religions
인간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종교를 만들어냈고, 삶의 여정과 그 너머로 인간을 인도해 줄 신들로 우주를 가득 채워왔다. 각 문화는 고유한 상징, 창조 신화, 조상들의 전설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 문화 주체들에게 깊은 뿌리를 공감케 하면서 정체성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태곳적부터 인간의 문화는 가령 그리스 사랑의 신 에로스 등 각기 다양한 속성을 반영하는 신들을 만들어왔다. 상징적인 신화의 인물들은 모든 문화에 등장하며, 이 안에는 영웅들? 고대 창조 신화에서 특징적인 트릭스터들도 나온다. 과거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점占도 1000년 동안 관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수정구슬부터 점성술까지 그 유형도 다양하다. 수천 년에 걸쳐 일부 신앙 체계는 인간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그 첫 탄생지를 벗어나 퍼짐으로써 몇몇 경우에 세계적인 종교가 되었다. 힌두교는 여러 신앙들이 혼합되어 발전한 종교이지만, 그 외의 위대한 종교들은 대부분 창시자, 예언자, 혹은 스승이 있다. 부처, 그리스도, 무함마드, 시크교의 구루 나나크 등은 교리를 계시했고, 훗날 그들의 가르침은 경전으로 남았다.
일부 문화에서 신앙과 상징체계는 외부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고립된 채 발전했다. 호주 애보리진의 ‘꿈’이 그 좋은 예다. 이와 비슷하게 여러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들의 상징체계도 고립된 면이 있다. 그러나 신앙, 의식, 전통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삶과 죽음, 내세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들은 모든 문화에 존재한다.
사회와 문화 Society & Culture
상징은 인간의 사회적, 문화적 정체성의 가장 중심에 놓여 있다. 상징은 자연이나 인공, 생물이나 무생물로부터 도출할 수 있으며 종교의식의 조각상부터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상징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것은 지위, 국적, 문화적 활동 등을 반영하는 조직적으로 분류된 공동의 구조체계를 만들어 인간을 한데 묶어놓기 때문이다.
일부 고대 문명에서 지배자들은 신과 동일시되었다. 일본과 태국 등 일부 나라에서는 이런 경외의 관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왕과 그들의 화려한 의식용 왕관과 의복 등 의전 요소는 상징성으로 깊이 물들어 있으며, 그것이 지배자의 위용을 높이고 강화하여 신민들과 확실히 분리시키는 기능을 한다. 국적은 집단을 나누는 확실한 수단으로서, 이는 공통의 문화와 국가적 상징을 이용함으로써 더욱 강화된다. 이런 이미지는 동물이나 뉴질랜드의 키위처럼 새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그 외에 국기, 우표, 심지어 영국의 ‘가이 포크스 데이Guy Fawkes Day’처럼 역사적 사건의 기념일도 중요한 국가 상징에 속한다.
고대부터 모든 문화와 사회의 열망은 건축을 통해 표출되었다. 제국의 권력을 기념하는 고대 고전 건물부터 교회와 모스크의 첨탑과 돔으로 나타나는 하늘 상징에 이르기까지, 건축가들은 우주적인 시각적 표현을 구현하는 건물들을 창조해왔다. 이와 비교하여 평범한 건물들은 순전히 기능 위주로 보이겠지만, 그런 건물들 역시 집과 화덕에 관해 깊이 뿌리박힌 신앙과 관련이 있다. 자궁을 닮은 여성적 형태인 집은 성역과 안전을 상징하며, 그 벽은 내부 가정과 외부 세상을 확실히 분리시키는 역할을 한다. 계단은 영적 깨달음을 향한 상향운동과 연결되며, 창문은 ‘영혼의 눈’으로서 진리의 빛을 들이는 공간이다. 이와 같은 상징성은 주로 종교 건축물과 연관된다. 또한 모든 문화에는 상징적인 성지聖地가 존재한다. 그곳은 브리튼의 스톤헨지처럼 인간이 만든 것일 수도 있고, 인도 갠지스 강처럼 자연일 수도 있다.
상징체계 Symbol Systems
상징체계란 상호 관련이 있는 일군의 상징들로 이루어진다. 그와 같은 상징 군群은 알파벳과 숫자처럼 공식적으로 정의된 체계부터 형태와 색깔처럼 보다 형식성이 약한 부류까지 다양하다. 어떤 상징체계들은 수천 년 이상 진화, 발전되어 문화마다 그 양상이 다르다. 한편 상대적으로 갑자기 생겨나 역사가 짧더라도 널리 퍼지거나 보편적인 것으로 자리 잡은 상징체계들도 있다. 대중소통 수단의 발전, 해외여행의 보편화, 다국적 기업, 지구촌 스포츠로 인해 시공간적으로 좁아지는 현대에는 점차 언어장벽을 초월하는 신규 글로벌 상징체계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상징체계 중에 가장 순수한 형태는 바로 알파벳으로 대표되는 문자 체계로, 문자 하나하나는 대체로 별도의 의미가 없는 편이다. 몇몇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문자는 다른 문자들과 함께 썼을 때에만 의미를 얻는다. 숫자는 문자보다 한층 더 독립적인 체계이며, 가장 단순한 차원 즉, 그것이 나타내는 숫자의 기호로 이용할 때에는 그것만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숫자가 지닌 보다 광범위한 상징성은 1부터 5까지 다섯 개의 최초 숫자와 맺는 수학적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숫자 7은 완전성을 상징하는데, 이는 신성함을 뜻하는 숫자 3과 기본 원소물질 중 흙을 뜻하는 4가 결합했기 때문이다. 형태와 색깔 등 형식성이 덜한 상징체계의 경우 단독으로 쓰더라도 각 체계 요소들의 상징성이 나타나긴 하지만 전체 의미 중에 일면만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