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직접 경험한 에베레스트 곳곳에 도사린 위험들
등반 기간 동안 만 달러 이상에 해당하는 내 텐트들, 로프, 내 목숨이 달려 있는 산소통들이 사라졌고, 훗날 그 일부가 다른 팀 대원들의 장비 속에 숨겨져 있다가 나왔다. 우리 팀 대원들 중의 일부는 다른 팀들의 산소통과 장비를 슬쩍 빼내서 쓰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들은 다른 팀 대원들이 그 루트에 고정시켜 놓은 로프와 장비들은 마음대로 사용하면서도 그 등반로를 안전한 길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공적인 노력은 전혀 하려 들지 않았다. 우리가 고용한 셰르파들은 몇천 달러를 받고도 우리 대원들이 도움을 필요로 했을 때는 내버리고 가 버렸다.
일부 산악인들은 국경을 가로지르며 마약 밀수를 했고, 해발 6천 미터가 넘는 곳에서 매일 대마초와 맥주, 위스키에 몽롱하게 취해서 지냈다. 베이스캠프에서는 창녀들과 뚜쟁이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유혹했다. 고약한 짓을 저지른 자들은 그들의 행동을 제지하려는 대원들을 물리적으로 위협하거나 팀의 전력 공급 장치를 끊어 버리고, 음식을 나눠 주기를 거부하고, 돌을 던졌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구타를 하기까지 했다.우리 팀 대원들은 모두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볼 때 나는 닐스 안테사나 못지않게 순진했으며, 그보다 준비를 더 잘 한 것도 아니었다. 닐스가 계속 정상을 향해 나아갔을 때 내가 당면한 위험의 참된 본질을 깨닫고 하산한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p.17
돈을 노리고 에베레스트에 몰려드는 사람들
1996년 봄에 에베레스트에서 일어난 참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만 가장 열렬한 등산 팬들 정도나 그 참사로 정확히 몇 명이 죽었는지를 기억한다. 그때 단 한 차례의 폭풍으로 8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하여 총 12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상업 등반대의 고객들이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 지불한 돈, 곧 일인당 65,000달러라는 액수는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하나의 표준으로 깊이 각인되었다. 뒤이은 시즌마다 수백 명의 외국인 고객과 현지 출신의 일꾼들이 신종 에베레스트 산업을 통해 돈을 벌기를 기대하고 에베레스트에 몰려들었다. 그 황금 산을 개발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주체는 중국 정부였다. 중국 정부는 산악인들을 티베트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다양한 인프라를 개발하기 시작했다.---p.19
문제 있는 등반 장비를 파는 사람들
근래 들어 헨리 토드는 포이스크제 빈 통들을 수집해 왔다. 포이스크제 산소 시스템은 현재 에베레스트 산에서 대표적인 산소 브랜드로 통하고 있다. 애초에 포이스크 사에서는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들을 위해 산소 시스템을 생산해 오다 이제는 등반용 제품 제조 허가를 받고서 그것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헨리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 통들을 러시아에서가 아니라 인도에서 아주 싼 가격에 재충전하면 어떨까? 그는 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겼다. 포이스크 통들은 헨리의 새 실험실로 들어가 재충전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는 허가증도 필요 없고 검사 절차도 생략되었다. 그것은 러시아제 용기에 담겨 판매되는 인도제 산소였다.---p.356
가장 높은 산, 가장 낮은 가이드 자격 요건
에베레스트 산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가이드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그 산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가이드 자격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즉 아무런 자격조건도 요구하지 않는다. 등반 훈련, 경험, 범죄기록이야 어떠하든 간에 아무나 다 등산 가이드로 행세할 수 있다. 유일한 자격조건이라고는 가이드로 일하기 위해 자기네 정부에 돈을 낼 의향이 있느냐 하는 것뿐이다. 에베레스트 산이 지상에서 훈련을 가장 잘 받고 가장 경험이 풍부한 가이드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가이드들은 크레바스 구조법도 모르고, 눈사태에서 안전을 확보할 만한 자격도 갖추고 있지 못하고, 기본적인 응급처치 훈련도 받지 못했다는 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p.381
사실상 정부 감독이 불가능한 지역
오늘날 에베레스트는 크게 변모했다. 그 변모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아마도 에베레스트가 지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것, 그곳에 오르는 것은 곧 등반의 금메달 급의 영광에 해당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산이 하필이면 상식과 합리가 지배하는 서구 유럽이 아니라 비교적 덜 문명화된 네팔과 중국에 걸쳐 있으며 여기에 서구의 무법적인 이들이 다수 출현했다는 점 등일 것이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오늘날 잘 관리되고 감독되고 있는 알프스 산행은 법이 부재한 무질서한 환경에서 자유로이 이루어지는 에베레스트 산행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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