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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여행

엄마의 여행

: 두 아이와 함께한 사이판 한 달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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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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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08g | 140*205*15mm
ISBN13 9791186494257
ISBN10 118649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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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들어갈 아이에게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와 한껏 늘어질 수 있는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다. 느릴 수밖에 없고 느려도 되는 완벽한 환경인 곳에서 아이들을 재촉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아니어도 아이들이 배울 것은 엄청나게 많다. 하늘의 색이 얼마나 다양한지, 개미들이 먹이를 찾아 얼마나 바삐 움직이는지, 야자수 껍질은 얼마나 단단한지, 바닷물 색은 또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 --- p. 61

그저 뜨거운 모래일 뿐인데, 아이들은 질리지도 않는지 어제와 같은 성을 쌓고, 어제와 같은 구멍을 파고, 어제와 같은 모래 놀이를 했다. 어제는 육식 공룡과 초식 공룡의 전쟁이었다면, 오늘은 활을 잘 쏘는 용감한 기사와 뜨거운 불을 뿜어대는 사나운 용과의 전투로 내용이 바뀌었을 뿐. ‘슈우웅! 퐈팍팍!’ 아이들 세상에는 오직 의성어와 감탄사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 p. 88

그녀들도 육아 전선에 뛰어들기 전에는 다들 열정적이고, 화려했으며, 아름답고, 꿈이 있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미래의 자신을 그리고 있었을 테지만, 나처럼 그냥 그렇게 육아와 살림에 지친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소싯적에 그렇게 아름답고 생기발랄하고 재치가 넘치던 그녀들과의 수다에서 서로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고, 소박하기만 한 나의 하루가 조금은 덜 초라해 보이는 것 같았다. 마음이 덜 서걱거리는 듯한 위로를 받았다. --- p. 114

몸이 좀 나아지고 나니 아이들에게 ‘빽’ 하고 소리 지르던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항상 옳은 것처럼 행동하고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은 나도 실수투성이에 모르는 것 천지인데, 왜 아이들 앞에서는 가식을 떠는 걸까? 항상 나만 피곤한 것 같고 나만 아이들을 돌본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것은 나의 오만이자 착각 아니었을까. 사실 나를 위한 것인데 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며 많은 이유와 변명을 대던 이기적인 엄마가 나였다.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위로가 세상 그 무엇보다 강력한 위로라는 것도 모르는 무지한 엄마가 바로 나였다. --- p. 174

그런데 놀랍게도 하룻밤 사이에 홀가분해졌다. 나를 힘겹게 하던 쓸데없는 감정들, 질질 끌면서 감정을 갉아먹던 모든 것들이 태풍이 불어닥친 그날 밤에 말이다. 혹시나 내가 아이들을 못 지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다 필요 없고 오직 내 새끼들만 지키면 된다는 어미의 단순한 본능, 온몸을 부들부들 떨게 하던 공포의 순간이,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감정의 쓰레기들을 치워버렸다. 그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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