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개정판 2010. 2. 28.
개정2판 2001. 8. 30.
改訂版 1998. 2. 20.
初版 1992. 1. 30.
개정 2판을 내고 8년 반 만에 전면개정판을 낸다. 1장과 1부(‘몸과 마음의 건강’)는 절반 이상을 남겨두었지만, 2부(‘어른으로서의 삶’)와 3부(‘삶의 행로’)는 2, 30%만 남기고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하였다. 지난 10년 사이 젊은이들의 삶은 얼마나 팍팍해졌는지! 그것을 읽을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이 계속 떨어지는 출산율이다. 한마디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고 그러고 싶지 않은 현실인 것이다. ‘88만원 세대’(지금의 10대는 ‘44만원 세대’라 한다), 돈 없고 집 없고 결혼 못하는 ‘3무 세대’가 어떻게 정신건강을 지킬 것인가. 2부로 넘어가면서 점점 더 바닥 모를 수렁에 빠져들었다. 살벌한 ‘무한경쟁’ 시대를 몸과 마음의 건강, 우정과 사랑 없이는 살아낼 수 없는데, 오랜 입시전쟁을 빠져나온 우리 젊은이들은 진짜공부의 즐거움도, 관계 맺기의 행복도 모르는 채 대학에 오고 세상에 나간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지만, 얼마나 성공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용기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다. 자기 존재와 현실에 대한 깨달음,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서도, 우정과 사랑을 가꾸기 위해서도, 좋은 배우자와 부모가 되고 잘 늙고 잘 죽기 위해서도, 용기를 얻기 위해서도 책 보고 공부해야 하는 이상한 시대이다. 삶에 필요한 것들을 공부할 때, 그것을 혼자서가 아니라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같이 할 때, 그 공부는 진짜공부, 즐거운 공부가 되고, 같이 상황을 직시하고 뚫고나갈 용기도 생길 것이다. 누가 뭐래도 소중한 우리 인생이다. 자신에게,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모르는 타인들에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행복추구권을 주장할 때 용기도 희망도 마르지 않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에 있다는 이 조항 내용을 우석훈(2009)에서 읽고 무척 놀랐다. 행복추구권은 먼 ‘선진국’들에만 있는 줄 알았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이 있는 나라에서 입시전쟁, 취업전쟁은 해가 갈수록 가혹해지고 있다. 돈 없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집(창문 없는 ‘방’이 아니라)을 얻고 보금자리를 꾸밀 꿈도 못 꾼다.
우석훈의 책들은 20대의 삶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김찬호의 책들도 우리가 만들어놓은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젊은이들이 관계 맺을 줄 모르며 대화와 소통을 할 줄 모른다고 말하지만(6장 등), 각자 살기 바빠서 타인의 삶, 감정과 욕구에 관심이 없고 대화와 소통을 못하는 것은 20대나 부모·교수세대나 마찬가지이다. 동세대 안의 소통단절도 슬프지만 세대간 단절도 슬프다. 젊은이들이 각자 방에서 나와 옆방 젊은이들과 소통을 시작하고, 책도 많이 읽고 또 쓰고, 연애게임이 아니라 진짜 사랑을 하며, ‘기성세대’ 중에도 ‘우리 편’이 많으니 믿고 찾아보기 바란다.
쓸데없는 말 지우고 말을 짧게 하려고 애썼지만 ‘할 말’이 워낙 많은 탓에 책의 판이 커졌는데도 책이 많이 얇아지지는 않았다. 작업이 커지는 바람에 또(또!) 촉박하게 몰아쳐서 마찬옥 편집부장님이 고생이 많으셨다. 감사드린다. 전면 개정을 하면서 표지도 바꾸었다. 춘천에서 동화를 쓰고 그림 그리는 작가 박경진 선생에게 ‘산 넘어 산’이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부탁했더니 표지 디자인까지 맡아주셨다. 이것 말고도 고마운 일 많은 경진·태련 씨에게 “친구해주어서 고맙습니다”고 말하고 싶다.
춘천의 겨울은 안개가 짙게 그리고 오래 끼는 날이 많다. 안개가 걷히거나 아예 없는 날은 파란 하늘에서 해가 세상을 환하게 비춰준다. 시름 깊을 때 차갑고 맑고 환한 겨울날은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지금은 믿어지지 않지만 봄이 올 것이다. 춥고 긴 겨울을 독자들이 밝고 따뜻하게 잘 나시기를 바란다.
2009년 12월 춘천에서
홍 숙 기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