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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도 5

지옥도 5

몽월 | 대명종 | 2010년 03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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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306g | 128*188*30mm
ISBN13 9788951029622
ISBN10 89510296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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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신은 꼼짝도 않고 앉아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호에서 함부로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싸움이 있었다. 그것은 사랑싸움과 원한 관계에 의한 대결이었다. 그중 원한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사자들의 능력에 의해 결말이 지어져야 했다. 원한은 갚아서도 좋지만 죽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얼마만큼 열심히 싸웠느냐가 그나마 증오를 반분한다.
“으악!”
“커헉!”
둘 모두 비명을 질렀다.
외형상 백리소산이 훨씬 위태로워 보였다. 그러나 독사신은 둘 모두 상당한 상처를 입고 있다고 판단했다. 분명 겉으로는 물론 싸움 속을 들여다봐도 백리소산이 밀리고 있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원한이라는 승부욕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를 쉽게 무너뜨리지 않고 있었고 반대로 통대선사 또한 함부로 승리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는 분명히 천하제일지공이었다. 하지만 내공이 뒷받침되지 않는 백리소산의 마지는 제 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과연 마지로구나. 정말 좋은 지력이니라. 허나!”
콰아아!
통대선사의 주먹이 돌변했다.
스으으!
주먹이 뻗어 나왔는데 아주 느리다.
화악!
백리소산의 눈이 커졌다. 싸움에서 상대의 공격이 느릴 리는 절대 없었다. 그런데도 느리게 보인다는 것은 너무 빠르기 때문이었다. 너무 빠르면 시선이 쫓지 못하기 때문에 느리게 보인다. 이름하여 시완지류(視緩之流) 현상이었다.

백리소산의 가슴에 주먹이 격중되었다.
입가로 핏물을 흘러내리는 백리소산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 맞으면서도 그녀의 손은 뻗어나갔다. 손가락은 더욱 짧아졌다. 한 번씩 펼쳐 질 때마다 뼈가 깎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피가 쏟아진다. 마지의 무서움은 위력만큼이나 잔혹하여 한 번 깎인 뼈와 살점과 피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나치게 사용하면 생명이 단축되는 것이었다.
투툭!
뼈가 무너지고 살점이 통째로 날아갔다. 얼마만큼 백리소산의 의지가 강한지 알 수 있었다.
“크흐흑!”
아무리 강한 대호일지라도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들면 상처는 어쩔 수 없었다. 백리소산의 물불 가리지 않는 공격에 통대선사의 온몸도 피로 덧칠이 되었다. 의복 곳곳이 구멍이 뚫렸고 살점이 찢어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죽음을 각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싸움에서 오는 차이가 둘 사이에 생기고 있었다.

앉은 채 벌이는 두 사람의 끝없는 격투는 처절했다. 백리소산의 온몸은 벌거벗겨지다시피 했다. 칼보다 예리한 권기에 스치기만 해도 옷이 잘려 나갔고 살은 싹둑 베어졌다. 허연 젖무덤이 드러났고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이 노출되다시피 했지만 그녀는 부끄러움이나 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모든 관심과 정신은 통대선사의 죽음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것은 눈물겹기까지 했다.
더구나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할 만큼 무섭다는 여인의 한까지 배가 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통대선사가 밀리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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