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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풍경

그 사람의 풍경

: 화가 김춘자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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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86g | 153*224*20mm
ISBN13 9788965454076
ISBN10 8965454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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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춘자
1957년 부산 출생으로 신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18회, ‘80년대의 형상미술전’, ‘페미니즘아트세계해학의 독자성’, ‘상상력과 기호’, ‘식물성의 자유’ 등 다수의 기획초대전과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고, 2009년 봉생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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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단절의 어둠이 내 몸을 가득 채워 밤마다 검은 장맛비가 내리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모든 길들은 아래로만 향하고 나는 검은 깊이 쪽으로 쓰러져 일어서기 힘들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간장독 속 검은 간장 위에 뜬 흰 곰팡이 꽃처럼 내 몸 곳곳에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아름답고 그리운 시간들이….--- p.34

만물이 태동하는 밤을 지키며 자라는 땅을 돌보고 찬양하는 일을 수행하는, 봄이 보낸 자식. 내 이름은 춘자다.--- p.91

질펀한 봄꽃들에의 탄성, 그러나 이내 버릇없는 타성이 뼈에다 부질없는 낙서만 그어댈 뿐, 질문은 없다. 골목 어귀에서 문득, 이영주의 시집 『언니에게』와 맞닥뜨린다. 그녀의 낯선 문장 여기저기 불친절한 행간을 헤매다가 간신히 몇 개의 암시들을 주워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퉁명한 질문들이 잠결을 드나드는가 싶더니 언젠가부터 선반 위에 던져둔 알 수 없는 문장들을 꺼내 나의 뼈에다 대고 문지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으로 내 낡은 ‘폐쇄’를 툭툭 두드려본다.--- p.95

수많은 욕망들이 날마다 새로운 하늘 집을 짓고, 문명의 꽃은 다투어 피어오르지만 순수의 결핍으로 별을 잃고 야윈 우리들의 영혼은 밤마다 마른기침을 하며 뒤척인다. 변질된 문명이 곪아 병든 사회의 뒷골목에 꽃들이 쓰러져 있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p.106

어깨 위에 촉촉한 여름밤이 내려앉고, 내 몸 속으로 녹아들어온 영롱한 벌레 소리는 모든 감각들을 잘고 부드럽게 두드려 깨웠다.
순수의 소리에 흠뻑 적셔진 내 영혼에 꺼져가던 불이 들어오고 점차 선홍빛으로 회복되어갔다. 둔감하던 심장이 여리게 꿈틀거리고 내 몸 저 깊은 곳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다시 시작되려는 것 같았다.--- p.114~115

꿈 , 순수, 고결한 신념, 순결한 사랑, 그리움 같은 별의 언어들이 우리에게서 하나, 둘 잊히고 사라져 우리의 영혼은 마침내 마른 나무껍질처럼 딱딱하게 굳어 갈라져버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 두렵다.--- p.123

나는 빈 어둠이 되어 나무처럼 서서 겨울을 견딜 것이다. 내 밖에선 북서풍 매서운 바람이 불고 때론 진눈개비 흩날릴 뿐 아무도 나의 문 두드리는 이 없이 밤과 새벽이 석 달 열흘 교차하겠지. 긴 겨울의 무채색 풍경이 불러일으킨 우울감으로 안절부절 창가를 서성이겠지. 옆구리를 파먹어오는 고독으로 날로 야위어가겠지….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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