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권리는 곧 인권이다”- 「베이징여성선언」(1995)
오래 전의 작은 생각을 실천하게 되었다. 여성인권을 위하여 깨어 있는 여성, 변화하는 여성, 실천하는 여성, 그리고 함께 하는 여성회를 줄곧 외쳤던 「사단법인 김해여성회」(이하 김해여성회)가 그 오래 전에 품었던‘여성법전’을 드디어 발간하게 된 것이다.
이제 창립 10년을 맞이한 「김해여성회」는 출범 당시부터 지역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아카데미’라는 강좌를 매년 개최해왔다. 여성의 안에서 밖까지, 여성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의 과거에서 미래까지, 그리고 오롯이 혼자 존재하는 여성에서 모두 함께 살아가는 여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불거지는 많은 인생사와 사회갈등을 토론하는 데 필요한 귀중한 교재가 절실했다. 아는 것이 필요했고, 법이 필요했고, 마침내 권력이 필요했다. 그 가운데‘여성법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드러나게 되었다.
하지만‘여성법전’은 주민들이나 회원들에게만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다. 「김해여성회」를 비롯하여 그 재정이 빈약한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가들은 회원들의 십시일반에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권력의 따뜻함을 경계하면서도 국가나 지자체 등의 사업공모에 수없이 들이댄다. 성공보다는 실패에 익숙하지만 그 좌절의 틈도 없이 다시 시도한다. 이제 활동가들에게도‘여성법전’은 하나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김해여성회」의 활동가들은 오래 전부터‘마녀들의 법 사냥’(마법사)이라는 소모임을 꾸려 스스로 법률공부의 신이 되었다. 사법시험만이 법률공부의 진수가 아님을 이들이 보여주었다. 마법사의 꿈과 실천은 「가정폭력상담소」의 밑거름이 되었듯이 「김해여성회」에서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늘 깨어나 변화를 실천하려는 마법사의 용기는 여성운동의 모든 활동가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 무기가 다름 아닌‘여성법전’인 셈이다.
‘여성법전’을 발간하겠다는 작은 꿈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천한 역량에 늘 반비례하는 사업과 조직의 욕심에‘여성법전’의 꿈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이제는 미룰 수 없는 그 무엇인가의 무거움이 우리 모두에게 다가왔다. 「김해여성회」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여성법전’을 발간함으로써, 여기에서 미래를 향한‘여성’의 힘을 얻고자 하였다. 「김해여성회 창립 1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정기총회를 거쳐 구성되고 그 가운데 하나의 주요 사업으로서‘여성법전발간사업’이 선정되었다.
‘여성법전’이라는 이름의 법률모음집이 이미 시중에 몇 권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일회성 발간에 그쳤고, 그 내용이나 열정이‘여성’이라는 이름을 제시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여성과 관련된 국내외의 법령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열하는 편집은 흥미롭지 않았다. 이미 초고속 인터넷사회에서 법령이나 판례를 검색해서 그 지식을 얻는 정도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다. 그 형태는 법전이지만 그 흐름은 여성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여성이 중심이 된 고통과 차별, 그리고 배반의 이야기가 배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마침내 여성의 위대한 탄생에서 시작하여 그 성장, 아픔, 일상, 이별과 만남, 연대, 기쁨과 외로움,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여성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이 책의 제2부에서 제7부까지를 구성하면서, 관련된 주요 법령을 소개하고 중요한 헌법재판소 판례나 대법원 내지 하급심의 판례를 적절하게 인용하는 편집을 하게 되었다. 특히‘여성은 누구인가?’라는 도전적 물음을 던지는 제1부에서는 이‘여성법전’의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국내외의 기본법, 즉 대한민국헌법과 여성발전기본법, 그리고 승인된 국제규범을 소개하였다. 아울러 현재 여성운동의 보편적 좌표로 이해되는 1995년 제4차 세계여성회의의 열매인‘베이징여성선언’을 실었다. 자유, 평등, 평화, 생명 그리고 생존과 공생을 위한 여성들의 권리는 곧 인권이라는 선언문의 의지를 지지하고 싶다. 남성과 같고자 했던 그 먼 운동, 그리고 남성과의 차이를 지키고 확산하려는 운동을 모두 지지한다. 아울러 우리는 지역의 일상적 처지와 아픔, 그리고 분노를 함께 하면서 소외받는 모든 이들과 더불어 변화를 실천하는 운동을 지향할 것이다.
창립 이후 현재까지 「김해여성회」를 지탱해온 이사들, 전문위원들, 회원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이‘여성법전’의 주인공들이다. 창립 1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이정아 이사장, 김정희 전 이사장, 정혜영 전 회장, 김수찬 이사, 유용숙 전 사무국장, 박희숙 전 사무국장, 이소영 회장, 여명옥 부회장, 하경숙 사무국장, 노은경 선생, 이영임 선생, 오용주 선생, 박지현 선생, 그리고 「가정폭력상담소」의 김상희 전 소장, 김희경 소장과 박미애 선생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여성법전’의 글씨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한 김소진 선생(인제대 법학과 박사과정 수료)과 김수정 선생(인제대 법학과 박사과정 수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흔쾌히 우리의 작은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준 신조사의 이명재 사장님과 송일근 주간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우리‘여성법전’은 이제야 그 시작을 세상에 알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감히 생각한다. 다소의 허점이 있더라도 우리의 모자람이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그 틈을 메우겠다. 그리고 하나의 희망을 던져본다. 소외 없는 인권의 지평이 이 세상에 가득하기를 …
2010년 4월 어느 날
「사단법인 김해여성회 여성법전 편찬위원회」를 대표하여
고 영 남
---머리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