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도시계획 방식을 넘어 녹색도시로 가자는 주장은 많지만 ‘어떻게’ 그 길을 갈 것인가 하는 진정성의 측면은 취약해 보인다. 역시 도시계획분야를 구속해온 광역도시, 신도시 위주의 도시계획 방법론이 딜레마다. 우리 도시에서는 커뮤니티와 커뮤니티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요구되는 계획철학과 방법론을 간과한 채 단지 주택만 공급하면 된다는 단선적이고 양적인 계획관만이 지배해 왔다. 이제 미래도시에 대한 철학을 세워야 한다. 녹색도시가 하나의 대안 패러다임으로 등장할 수 있다. 녹색도시가 나아가야 할 길, 계획원리, 설계기준 등의 이슈와 정책과제들을 되뇌면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바라본다면 한층 아름다운 녹색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중략 …
‘이 시대의 녹색도시’ 읽기와 실천은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가, 오늘날 녹색성장과 관련된 이러저러한 정책들은 거의 이 물음과 한쪽 끝이 닿아 있다. 녹색도시 패러다임이 부족한 현실에서 ‘녹색도시에 대해 어떤 계획과정이 필요하고 어떤 기준을 설정할 것이냐’ 그리고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과 과제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최근 도시 분야에 던져진 어려운 숙제이다.
이 책에서는 우선 지속가능성 패러다임 속의 커뮤니티 지향적 도시계획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 도시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개발업자에 의한 대량 주택공급에 의해 끝없는 난개발이 이루어진 나머지 도시생태 파괴가 자행되어 왔다. 신도시 위주의 큰 도시개발 지상주의는 큰 길, 큰 주거공간, 큰 시설 등을 불러와 도시민의 삶의 질의 영역에도 파행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큰 도시, 환경 파괴주의’ 발전 패러다임에서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다. 우리는 도시계획의 사고에서 이 난개발 위주의 중핵을 깨뜨려야 한다. 도시계획은 그래서 커뮤니티 중심적 계획, 인간중심적 계획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계획은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불가결한 새로운 사고다. 이런 관점에서 1, 2장에서는 지속가능성의 요소와 자본을 살펴보면서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에 대한 고찰을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을 하기 위한 실천적 수단으로 녹색도시 계획요소와 관련정책을 고민해 본다.
3, 4장에서는 현재 전 지구적 생태위기에 직면한 세계 각국의 정부가 구호처럼 외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추진 방향과 저탄소 녹색도시계획을 이해한다. 그리고 녹색커뮤니티 계획사조인 뉴어바니즘을 비롯한 도시계획 및 설계 패러다임의 구체적인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뉴어바니즘과 같은 새로운 계획철학으로 근대적 도시계획 패러다임으로 억압당해온 인간의 커뮤니티에서 자유와 해방에 대한 갈구를 계획과 설계에 반영하고자 한다.
5장부터 10장까지는 녹색도시로 가기 위한 도시정책대안들을 살펴본다. 녹색도시 실천 정책의 큰 흐름을 도시리모델링, 복합용도개발, 도시정비프로젝트로 나누어 다루어 보고자 한다. 도시리모델링에서는 도시재생정책과 철학을 우선적으로 고찰하고 해외도시의 사례를 통해 녹색패러다임 속의 도시재생 방향의 가는 길을 묻고 있다. 아울러 도시정비사업 프로세스를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관점에서 정리해 보았다.
11장에서는 녹색도시 속에 U-City와 ITS가 어떻게 접목될 수 있으며, 어떤 U-City, ITS요소들이 녹색도시에 필요한지를 염두에 두면서 구성해보았다. 여기서는 녹색도시사조의 속성상 여러 분야의 학제연구를 아우르고 협업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일이 우선임을 암시해주고 있다.
이 책은 도시민의 삶을 보듬으면서 녹색도시로 가는 길에 있어서 새로운 과제를 찾아내고, 방법론을 다듬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쓰여졌다. 이 책을 쓰면서 한국의 도시지형에서 녹색도시가 자리 잡기 위해 본서에서 제기한 이슈, 정책, 계획요소, 설계기준 등에 대한 연구가 강화돼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녹색도시에 대한 도시적 과제와 계획을 고민하고 느껴보는 일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녹색도시란 화두를 놓고 진심으로 배워야 할 것은 도시를 올바로 사랑하는 방법이란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이런 도시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녹색도시라 불리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은 나무, 물, 하늘을 닮았다. 이 도시의 사람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있다. 구속이라고는 없는 즐거운 웃음이 언제든지 터진다.”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