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기회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회는 결코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다. (…) 그리하여 모든 사물의 움직임에 균형이 잡히는 순간을 기다리면 된다. 당신이 만족할 만한 순간을 얻기 위해서는 몇 시간이든 참을성 있게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을 것이다. 「5번가의 겨울」이라는 내 작품은 1893년 2월 22일, 거센 눈보라 속에서 알맞은 찬스를 기다리며 세 시간을 보낸 결과였다. 그 인내는 결국 보상받았지만, 불행하게도 이 기회가 금방 오지 않았다면 몇 시간이고 더 기다렸을지도 모른다.”---p. 46
워커 에반스와 도로시아 랭의 사진은 대공황의 초상들이다. 그들은 분노했지만 절망하지 않았다. 언 채소와 거리에서 얻은 수프로 생명을 이어갔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 시대에 또 하나의 재난이 대문 밖에서 서성거린다. 일자리가 뭉텅뭉텅 없어지고 있다. 난방을 연탄으로 바꾸는 가구가 늘어난다는 보도다. 미디어를 통해서 드러나는 이 시대의 고통을 보는 것은 우울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불안을 증폭시키는 막막함과 후진에 대한 공포다. (…)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조건이 의식주임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의식주가 내 삶의 주인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모두 어려운 시절이다. 그 원인도 따지고 보면 물질에 대한 탐욕이 빚은 것이다. 누구나 저승길 갈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야 한다. 이쯤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삶을 바라보자. 없을 것 같은 길도, 꽃피는 마을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p. 99
세상의 모든 빛은 사진가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기에 사진가와 빛 사이의 거리는 노출계로 다리를 놓고 마음으로 건너가야 한다. 그래야 염화미소처럼 자신만의 마음의 빛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빛은 사진의 알파요 오메가다. 근본을 이해하면 응용도 가능해진다. 빛을 생각하면서 다시금 살아온 삶이나 일 속에서 자신이 믿어온 인생관과 세계관에 충실했는지 되돌아보자.---p. 235
카메라에서 쓰는 앵글이나 초점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앵글이나 초점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이고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간단한 포맷 변경이나 초점의 변화에도 이미지의 신선함이 느껴진다. 하나의 앵글을 고집하지 말고 여러 앵글로 보고 최선의 앵글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릴 필요가 있다. 익숙하고 편안하다고 가던 길만을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고 이동하는 자는 흥한다’는 말이 있다. 끊임없는 위기의식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현상 유지가 최선책이 아니다. 한 가지 성과에 만족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