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선 한국 독자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한국의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나에게 돌아가는 여행』을 통해 여러분과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Q: 『내가 나에게 돌아가는 여행』속에 여러 영혼들이 등장하는데요, 선생님의 경험도 반영된 것인가요?
A: 책 속에 나오는 트윈소울의 얘기가 나오죠? 고등학교 때 제 연애관은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만나도 ‘이 사람이 정말 바로 그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좀처럼 사랑에 몰입할 수가 없었어요.(웃음) 결국 소녀 시절엔 거의 여학생들끼리만 지냈습니다. 대학에서는 의대였기 때문에 여학생이 적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거나 연극을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Q: 『내가 나에게 돌아가는 여행』에서 ‘나’가 연극배우로 설정되어 있는데, 대학 시절 연극을 하셨군요. 특별히 연극을 좋아하세요?
A: 어릴 때부터 제 꿈이 연극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업으로 선택한 것은 의사였죠. 이상하게도 마음 깊은 곳에서 ‘연극은 안돼! 의사가 되어야 해!’ 라는 목소리가 강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결국 저는 ‘호스피스 의사’가 되었어요. 호스피스, 상담이라는 일을 선택한 덕분에 수많은 진짜 인생 드라마를 만난 거예요. 그것을 통해 천국에서 지옥까지 다양하고 대단한 체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 말하자면 꿈을 이룬 거죠.(웃음)
Q: 현대인들은 크든 작든, 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병 없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일본에는 ‘일병식재一病息災’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가지 병이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겸허한 자세로 자신의 몸을 돌보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지요. 평소 몸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몸을 소중하게 사용한다면 큰 병에 걸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병에 걸리는 것’은 하나의 인연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큰 병을 앓았던 경험으로 인해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인생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인연이겠죠. 병에 걸리는 게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필요하다면 피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Q: 한국의 어느 보험회사 광고를 보니 50대 이상 한국남성의 3분의1이 암으로 고생한다고 합니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A: 암세포도 자기 자신의 일부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을 모두 모아 움켜쥐고 있는 곳(세포)인지도 모릅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워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마!’ 하고 몸이 반항하는 게 아닐까요? 괴로운 생각만 하며 살아온 사람이 나쁜 길로 빠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악을 힘으로만 누를 것인지 대화로 갱생의 길을 가도록 이끌 것인지는, 악이 어느 정도로 세력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다르겠지요. 암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암의 세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의료의 힘을 빌려 퇴치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그러나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암이 왜 생겨났는가에 대해 원인을 찾아 대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Q: 한국의 많은 암환자(특히 말기암)들 중에는 공기 좋은 산에서 살면서 투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의사의 처방을 듣지 않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면 낫는다고 믿는 사람이 있고 실제 완치된 사람도 꽤 있는 모양인데요.
A: 의학이나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기적은 언제 어떤 식으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병을 통해, 자기다운 삶을 찾아낸 사람이 기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Q: 호스피스 의사로 활동하면서 특별히 보람 있었다고 느낀 경험을 들려주세요.
A: 저는 환자의 인생의 맨 마지막 시간에 만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의 인생드라마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만난 모든 환자의 인생은 누구를 막론하고,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내 인생 최대의 공부였고 기쁨이었습니다.
Q: 호스피스 의사로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요?
A: 별로 없어요. 아마도 ‘죽음=모든 것이 끝나는 것’ ‘고통=나쁜 것’ ‘암, 병=불행’이라는 사고방식이 내 내면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또 ‘일어나는 일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환자에게 큰 일이 일어났을 때에도 ‘이 일은 이 사람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그러면 아무리 절망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반드시 한줄기 빛이 보였어요.
Q: 호스피스 의사의 입장에서 바람직한(바람직하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환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A: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어떤 삶의 태도나 죽음의 모습도 본인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고 필요했던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람직한 인생이나 죽음’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감동받았고 좋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암에 걸린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의 인생은 정말 멋지고 행복했지요?”라고 물었습니다. 남편이 마지막 숨으로 “응!” 하며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눈을 감는 모습을 봤을 때였어요.
Q: 그럼 혹시 골치 아픈 환자(이 표현도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도 있었나요?
A: 없습니다.(웃음) 솔직히 의료 현장에서 꺼리는 ‘골치 아픈 환자’를 상대하는 게 저의 장기거든요.(웃음) 오히려 그런 사람들은 가까이 알고 보면 재미있는 인생을 살아온 경우가 많습니다.
Q: 죽음이 가까워진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A: 죽음과 상관없이 날마다 스스로에게 ‘이걸 하면(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살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크든 작든 후회는 남기 마련이지만, 죽음을 앞두었다는 건 ‘선택을 강요받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그 길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후회’는 최소한으로 끝나리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거듭하다 보면 마지막 순간에 삶을 되돌아봤을 때 ‘나답게 잘 살아왔구나’ 하며 만족할 수 있겠지요.
Q: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A: 먼저 ‘어떤 식으로 치료하고 싶은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병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은 당신과 맞지 않아요. 삶의 태도를 다시 검토해 보세요’ 라는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많이 물어보세요.
Q: 한국의 독자들에게 『내가 나에게 돌아가는 여행』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A: 독자 여러분, 당신은 이 세상에 왜 태어났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으로 어떤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 책의 주인공이 돼서 ‘나는 왜, 어떤 목적으로 태어났을까?’를 생각하고 자기 인생의 수수께끼에 도전하신다면, 저는 바랄 게 없겠습니다.
Q: 모리츠 씨는 외모도 매우 아름다우세요. 연기자나 연예인으로 진출해도 성공하실 것 같은데, 혹시 그럴 의향은 없으십니까?
A: 아마도 제 인생의 오리지널 대본에는 그런 길이 포함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