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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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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26g | 148*210*30mm
ISBN13 9788994212197
ISBN10 899421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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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신의 수첩에는 연극 티켓도 한 장 들어 있었다. 그런 선물은 가끔씩 엄마에게 슬쩍 건네는 지은이의 오랜 습관이었다. 하지만 연극 티켓은 처음이었다. 물론 한 번도 그에 응한 적은 없었다. 말없이 주는 딸처럼 그녀도 말없이 묵살하곤 했다. --- p.40

엄마가 만났던 수많은 남자들, 아버지를 갈구하며 믿고 따랐던 불한당, 파렴치한, 이를 악물고 참고 견뎌 왔던 찻집 구석방. 온갖 유혹을 뿌리치며 공부에만 전념했던 학창시절. 아버지만 생긴다면. --- p.54

지은이의 엄마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걸쭉한 가래를 싱크대에 뱉어내고 시원한 물줄기로 씻어 내린 뒤 정수기에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셨다. 그러는 동안 무언가 할 말을 찾아내느라 무진 애를 썼지만 오로지 터질 듯한 현기증만이 밀려왔다. --- p.75

눈을 감으려 했지만 쉽사리 감기지가 않았다. 그저 힘 빼고 축 늘어져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그녀의 잠옷 밑으로 철퍼덕하고 무언가가 쏟아졌다. 백색의 짙은 안개가 그녀의 시야를 점점 좁혀 가며 뭉그러진 사물들을 하나 둘 삼켰다. --- p.193

민제는 엄마의 집착병이 또 도졌다고 생각하며 이 상황을 벗어나고픈 바람만이 간절했다. 민제는 숙취로 인한 뒷골의 지끈거림도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짐을 싸는 대로 이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었다. --- p.226

호정이 때문에 분노를 자제할 수가 없어 방안을 어슬렁거리다가 호정이에게 무언가 호된 응징을 가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장롱을 열어 문짝에 걸어 둔 빨간색 가죽 벨트를 손등에 감았다. --- p.269

갑자기 마당이 휘휘 돌기 시작하더니 아까 보았던 사슴의 눈동자가 민제의 머리 위에서 커다란 행성처럼 다가와 그를 마구 짓누르기 시작했다. 미처 숨이 끊어지지 않았던 사슴의 고통이 애원하듯이 혹은 원망하듯이 그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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