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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의 빨간 구두

마농의 빨간 구두

: 사랑에 관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이야기

이숙영 저 | 한국씨네텔 | 2003년 07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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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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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3년 07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34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388310
ISBN10 8995388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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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이야기 <마농의 빨간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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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농 이숙영
그녀에게 마농이라 이름 붙인 건 그녀가 일하는 방송사의 라디오 본부장이다.
햇살은 맑고 한 줄기 바람은 청량했던 어느 여름날 오전 나절의 일이었다.
그날도 그녀는 라디오 아침 생방송을 마치고 나면 으레 밀려들곤 하는 다소 나른한 피로감을 다스릴 요량으로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아드는 참이었다.
바로 그때 그녀의 곁을 지나던 그가, 전날 밤 읽다 말고 접어 뒀던 책에 집중하느라 조금은 무신경한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눈매를 잠깐 지긋이 보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이렇게 말하고 나선 것이다.

"당신을 이제부터는 마농이라 부를 참이오."
"프랑스 발레극 <마농의 샘>에 나오는 그 마농이요?"
마농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뉘앙스가 단번에 마음에 들었는지 소녀처럼 들뜬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녀에게 짧은 대답이 날아왔다.
"마르지 않는 농염함, 이라고 해서 '마농'이지…"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입문,
올해로 17년 째 방송은 물론 각종 저술, 강연활동을 찬란하게 펼치고 있는 태양 에너지 충만한 여자다. 하지만 내면은 늘 고독하고 사색적이다.

저서
애첩기질 본첩기질, 그대가 어느 새 내 안에 앉았습니다, 평생을 건 그리움,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누군가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구두에 집착하는 거요?"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이렇습니다.
"자기에게 꼭 맞는 구두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이래요.
자신의 주인을 그 사람의 사랑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는 구두 말예요.
저는 지금 그걸 찾고 있어요"

이미 한 남자의 지극하고도 반듯한 사랑을 아낌없이 받아먹고 사는 여자가 아직도 자신의 사랑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자신만의 구두를 찾아 헤매고 있다니 나를 끝없는 애욕에 불타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아니면 서툰 물빨래에 축 늘어져 버린 스웨터처럼 도덕 관념이 해이한 여자로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고...
말 돌려 못하는 성격대로 딱 잘라 말씀 드리자면 그건 아니다. 음, 그건...
대답 대신 여기 언젠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어느 불어권 소설의 한 부분을 옮겨 적는다. 오래 전의 일이라 정확한 책의 제목과 지은이는 기억할 순 없지만 하여간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야기다.

평생을 곱고 아름답게 살았던 어느 노부인이 있었다.
그렇다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아무 근심 없이 타고 난 팔자의 덕으로 살았던 삶은 아니었다. 젊어서는 어느 누구 못지 않게 고생도 좀 해야 했다.
하지만 성실하고 다정한 남편과 함께 땀을 흘려 늘그막엔 아름다운 빅토리아식 정원을 갖춘 대 저택에, 품성 좋게 잘 자라 준 다섯 형제를 가졌으니 그런대로 인생을 잘 살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사람은 나고 사랑하고 죽는다는 섭리에 거스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닌지라 그런 노부인에게도 어느 날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노부인이 저 세상으로 가는 날, 그녀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그녀를 사랑했던 가족은 물론 친지들이 속속 모인다. 그런데 모두가 숨을 죽여 지키고 있는 그녀의 마지막 순간에 그녀가 하는 말이 적잖이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내 생에 가장 미련이 남는 건 말예요... 미처 내 사랑을 만나지 못한 채 지상에 마지막 키스를 해야 한다는 거에요..."

순간 사위엔 찬물을 끼얹은 듯 일대 정적이 감돈다.
지상에서의 모든 것과 마지막 키스를 하는 순간에 하는 노부인의 마지막 말치고는 다소 뜻밖의 말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겠다. 더구나 바로 그 순간까지도 그녀와 함께 평생을 살며 사랑하고 늙어 온 남편이 그녀의 한쪽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있지 않은가...(중략)

사랑이란 어쩌면 그런 것 같다. 평생을 미친 듯이 사랑하고 살았어도 죽는 날까지 가슴 한 구석에는 여전한 미련과 그리움으로 남는 거...
알 수 없는 실체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다림 같은 거... 그러고 보면, 언뜻 보통명사로 보이지만 사랑이란 단어는 정말이지 대단한 추상명사가 아닐 수 없다.
사랑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작렬하는 여름날의 도도한 태양 빛을 보면서도 괜히 서러운 눈물이 난다는 이 시대 모든 분들과 함께 뜨거운 여름 한철을 나고 싶다. 저마다 자기만의 구두와 조우하길 바라며…
내용 중에서

전문가 리뷰 전문가 리뷰 보이기/감추기

- 하재봉 (시인, 평론가, 인하대 겸임교수)
그녀의 생동감은 전염성이 강하다. 스튜디오 문을 열고 그녀를 본 순간, 나의 온몸은 백만볼트의 고압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짜릿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이 알 수 없는 생기야말로, 그녀가 방송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일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자가발전하여 그 생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그녀는, 하나의 발전소이다. 내부의 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눈물 많고, 정 많은, 누구보다 따뜻한 감성이 발전소의 에너지원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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