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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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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 EPUB ]
리뷰 총점9.2 리뷰 36건 | 판매지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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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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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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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40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7.6만자, 약 5.4만 단어, A4 약 110쪽?
ISBN13 9788993119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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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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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훌륭한 부모 밑에서 생애 초기와 유년기를 보냈기에 심리적 건강성을 가질 수 있었다. 안정된 정서, 뛰어난 감정통제 능력, 세상에 대한 신뢰감, 최소화된 분노감정, 자기반성 능력 등이 그것이다. 비록 열한 살에 아버지를 잃었으나 이러한 심리적 건강성은 ‘전략가’(INTJ : 내향, 직관, 사고, 실천)라는 그의 성격특성과 결합되어 극단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도 백성을 위하는 개혁적인 사상을 받아들이고 개혁정치를 줄기차게 밀어붙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로서도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어머니였다.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는 어린 시절의 정조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양육자였지만 청소년기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그에게 커다란 심리적 상처를 안겨주게 된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라나 백성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하는 이기주의자, 가족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중년기에 이른 정조의 인생은 개혁을 반대하는 수구보수세력과 반성을 거부한 채 아들에게 등을 돌려버린 어머니의 협공을 받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과 맞서 싸우며 사회적으로는 조선의 새로운 개국을 향해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아버지를 뜨겁게 포옹할 그날을 위해 정조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나아갔다.
--- pp.17~18

이듬해 봄 서울로 돌아온 이이는 한성시에서 장원급제를 한다. 그 후 그는 아홉 번이나 과거에서 장원급제를 해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으로 불렸다. 어떤 이들은 이이가 과거시험을 지나치게 많이 본 것을 출세욕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초점이 빗나간 추측이다. 물론 그가 과거를 어느 정도까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이의 빈번한 과거응시를 단지 그것만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만일 출세가 목표라면 과거를 아홉 번씩이나 볼 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관직에 나가 승진을 노리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그에게 과거시험은 사회불안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편이었을 것이다. 사회불안에 시달리던 이이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자신감을 축적하기 위해 과거시험을 자주 본 것이다. 이는 그의 아버지가 사망하여 3년 상을 치른 뒤에, 그가 무려 네 번이나 과거에 응시해 장원급제를 한 데서도 뚜렷이 알 수 있다. 아버지의 죽음은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보다 그의 사회불안을 더 크게 자극했을 테니, 이이는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과거시험을 네 번이나 보았고 그때마다 장원급제를 해 ‘나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다진 것이다. (……)
이이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또 다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를 통해 그는 온 세상으로부터 과거시험에서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를 한 전무후무한 천재라는 ‘공식인증서’를 받게 되었고, 이는 사회생활에 대한 그의 막연한 불안감을 억누르고 자신감을 드높여주는 큰 무기가 되었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사회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구도장원공’이라는 눈부신 휘장을 가슴에 달고 사회에 나가야만 한 것이다. 아버지 세계에 대한 탐색전이자 사회진출의 첫 관문인 과거시험 무대를 천재성으로 제압한 이이는 드디어 국가를 화목한 대가족으로 만드는 대장정에 들어섰다.
--- pp.162~163

허균은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난 이들의 우울한 눈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상처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불우한 이들의 투쟁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불우한 이들에 대한 허균의 사랑과 관심은 본질적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위안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므로 그의 비판의식은 제한성을 면치 못했다. 그는 서얼들에 비하면 여성, 평민 나아가 노비 같은 천민들의 권리나 해방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는 개인적 소망의 제약을 받아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거침없이 발전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 유자儒者로 지칭하고 『홍길동전』에서도 홍길동이 양반의 후예임을 굳이 밝혔듯이, 서얼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자고 주장하면서도 양반계급을 인정했다. 이것은 그가 양반계급 자체 곧 봉건적 신분제도를 폐지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양반계급의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서얼들과 어울린 측면이 강함을 시사해준다. 홍길동이 세운 율도국이 신분제도가 철폐된 사회가 아니라 그저 착한 왕이 다스리는 신분제 국가인 것, 그리고 홍길동이 스스로 율도국을 조선의 속국으로 만든 것도 양반계급을 격렬하게 욕하면서도 그곳에 소속되기를 원하는 허균의 이중적인 심리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허균의 무의식은 주류 양반계급에게 인정받고 대접받고 싶은 욕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결과 허균은 죽을 때까지 주류 양반사회를 떠나지 못했고 그 속에서 비참하풰 최후를 마친다. 어쩌면 그는 홍길동처럼 조선 천지에 자신의 재주를 마음껏 뽐내면서 기성사회에 저항해 아버지와 왕에게서 인정받은 뒤 이상사회인 ‘율도국’으로 떠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계속 은둔을 꿈꾸면서도 아버지 세계를 떠날 수 없었던 것이야말로 바로 허균의 인생을 비극적으로 만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 pp.245~247

연산군을 실패한 왕으로 만든 데는 그의 성격도 한몫을 했다. 그는 내면세계보다는 외부세계에 관심이 많은 외향형(E)이었다. 연산군의 외향적 특성은 사냥을 무척이나 즐긴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경연에는 참석하지 않으면서도 사냥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게다가 연산군은 사냥을 위해 비번인 군사들을 차출하기도 해 신하들에게서 끊임없이 지적을 받았다. 또한 연산군은 사냥에 쓰는 매와 개, 말을 아주 좋아해서 그 동물들을 궁중에서 직접 키웠다. 그래서 신하들이 조회를 할 때면 그 주변을 사냥개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일제가 왕궁을 동물원으로 만들기 전에 이미 연산군이 그 시범을 보인 셈이다. 상당히 심한 외향형이어서 그랬는지 연산군은 내향형(I)들이 선호하는 독서에는 영 취미가 없었다. 그래서 사헌부에서 “전하가 동궁으로 계실 때는 서연을 조금도 폐한 일이 없어 삼경三經과 사서四書를 모두 읽었으나 즉위한 후 6년간에 아직도 강목綱目 한 권을 다 읽지 못했다”는 잔소리를 들었다.
연산군은 감정이나 언어표현이 풍부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외향감정형(EF)이었다. 그는 잔치판이 벌어지면 스스로 북을 치며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이는 외향감정형의 반대인 내향사고형(IT)이라면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흥이 나더라도 전략가(INTJ)인 정조나 율곡 이이는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연산군은 또한 예술적인 직관감정형(NF)이어서 130여 편에 달하는 시를 지었고 명필의 반열에 들 정도로 글씨를 잘 썼으며, ‘처용무’에도 뛰어났다. 또한 그는 그림, 공예, 음악 등에도 관심이 많았고 조예도 깊었다.
연산군은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인식형(P)이었다. 세자 시절에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잘 견뎌내는 등 나름대로 성실한 생활을 해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왕이 됨으로써 생존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되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자 인식형의 특성이 크게 발호한다. 연산군은 자신이 싫어하는 행사에는 걸핏하면 불참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행사에는 지나치게 몰두하는 충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사신이 죽어가면서까지 “경연에 참석하기에 힘쓰라”고 충고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 pp.32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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