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아마도 연어는 목적이 있으리라. 목적이 없다면 온 몸을 내던져가며 강을 거슬러오를 이유가 없었다. ‘목적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티오도 연어처럼 하나의 목적을 갖고 싶었다. ---p.50
“히말라야에는 두 종류의 새가 산단다. 할단새와 가루다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니?” “처음 들어요.” “할단새는 햇볕이 내리쬐는 낮 동안에는 눈 덮인 산등성이를 실컷 뛰어다니며 놀다가, 밤만 되면 추위에 바들바들 떨며 이렇게 결심하지. 날이 밝으면 따뜻한 곳으로 떠나야지! 하지만 할단새는 결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단다.” “왜요?” “할단새는 익숙해졌기 때문이야.” “추위에요?” “아니! 결심을 어기는 데.” 티오는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삼촌이 자신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삶은 스스로 선택하는 거란다. 할단새처럼 평생토록 헛된 결심만 하다가 죽을 것인지, 가루라처럼 운명을 헤쳐 나가며 자신의 모습을 완성해나갈 것인지.” ---p.73
‘그토록 힘겨웠던 시간들이었을까?’ 바닷가에서 상승 기류를 타는 법을 익힐 때의 짜릿함, 바다를 건너가기 전날 밤의 설렘, 따사로운 햇살을 전신으로 받으며 파란 바다 위를 날아갈 때의 상쾌함, 오랜 비행으로 날갯죽지는 뻐근했지만 고난을 넘어설 때마다 가슴 가득 차오르던 성취감…. 비록 안개에 갇히는 바람에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찬찬히 돌아보면 그리 불행한 시간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아예 생각조차 하기 싫은 걸까?’ 아마도 포기했기 때문이리라. 포기란 일종의 죽음이었다. 포기하는 순간,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시든 꽃잎처럼 일제히 빛을 잃기 마련이었다. ---p.117
티오는 오랜 비행을 통해서 깨달았다. 한계란 도달해야 할 마지막 점이 아니라, 뛰어넘어야 할 하나의 선이라는 것을.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몇 개의 선을 넘었다. 티오는 하나의 선을 넘을 때마다 희열과 함께 자부심을 느꼈다. 그토록 질긴 끈기와 생명력이 몸 안에 감춰져 있다니! ---p.179
“바다를 건너라!” “네? 무슨 바다요?” “네 앞에 놓여 있는 바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지 더치가 큰 눈을 깜빡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딪쳐야 해! 시간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지. 주저하고 망설일 틈이 없어! 용기를 내서 지금 당장 바다를 건너렴.” “꼭 바다를 건너야 해요? 건너지 않고, 건넌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안 돼요?” “너도 평생 바다를 건너는 상상만 하며 살고 싶니? 그렇게 살면 편할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