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출장이 잦았던 그가 해외에 나간 새 벌어졌다. 이유 없이 강아지 한 마리가 죽어버린 것이다. 그가 돌아오면 난리가 날 것이 뻔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집안일을 돌보는 직원들 중 몇 명은 모가지가 달아날지도 몰랐다. 그의 부인을 비롯해 가정부, 기사, 집사 등의 가신들은 모여 사태 수습 방향을 논의했다. 변명거리가 신통치 않았다. 그가 해외로 출장 간 사이 모두들 태만해 있었다는 추궁을 받을 것이 뻔했다. 가신들은 억울했다. 강아지는 갑자기 죽었고, 그것은 아무도 손쓸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몰라 모두들 전전긍긍했다. 강아지 한 마리의 생이 자신의 신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모두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 p.64
2007년 중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100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한 고객의 자산이 하루 만에 10억 원이 줄어들었다. 다음 날, 나는 그의 기분도 달래줄 겸 놀이공원 티켓 4장을 구해 보냈다. 그 고객은 가장 좋은 건 공짜 선물이라며 정말 좋아했다. 단 하루 만에 10억을 날린 사람의 우울함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그에게 주식으로 날린 10억 원과 내가 선물한 약 20만 원의 상품은 전혀 별개의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그 고객은 속이 상했겠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대범함을 타고났기에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 p.71
이런 면에서 나는 일확천금을 좋아하는 사람들일수록 저소득층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부자가 되려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돈벼락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 횡재를 기대하는 일은 쥐머리에 뿔 나기를 기대하는 것만큼 가능성 없는 일이다. 복권을 사고 나면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하는데, 복권 사느라 쓴 돈이 아까워서 일주일 동안 괴로워야 부자가 된다. --- p.113
투자 대가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위대한 투자자들은 대체로 건강하고 장수한다. 80세를 눈앞에 두고 있는 워렌 버핏은 아직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존 템플턴은 1912년생으로 곧 100세가 되는데도 현역에서 일한다. 헤지펀드의 창시자 조지 소로스도 워렌 버핏과 동갑이다. 1999년에 타계한 유럽의 투자 거장 앙드레 코스톨라니도 95세까지 활동했다. 조지 소로스와 공동으로 퀸텀펀드를 창시한 짐 로저스는 1942년생이다. 워렌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고령인 83세로 타계했음에도 투자 대가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단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p.154
워렌 버핏의 아버지는 월가에서 유명한 주식중개인을 지낸 하원의원이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어머니는 돈에 관한 독특한 철학으로 오늘날의 박현주 회장을 만들었다. 증권 예술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아버지는 주류상이자 국회의원이었고, 피터 린치의 아버지는 수학교수, 조지 소로스의 아버지는 헝가리의 유명한 변호사, 존 템플턴의 아버지는 대농장주였다. 이렇듯 투자 대가들은 그들의 부모도 대부분 돈에 관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 p.181
실제로 내가 직접 관리하거나 만나본 수십 명의 100억 이상 주식부자들 중에 전업투자자는 몇 명 없었다. 설사 뚜렷한 직업이 없다 하더라도 주식시장에 하루 종일 매달리는 사람은 없었다. 워렌 버핏이 굳이 인구 39만 명뿐인 미국 중서부의 작은 마을 오마하를 떠나지 않는 것과 템플턴이 대륙과 떨어진 섬에서 홀로 지내는 것은 일부러 시세를 멀리하고 생각을 많이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한 세기를 주무른 투자의 대가들도 시세를 멀리하려고 노력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이 반대로 행동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얼마나 어리석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