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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문학의전당 시인선-9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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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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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05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96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3481549
ISBN10 899348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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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꽃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달개비꽃이 피었더랬지
파란 귀를 두 개나 가진 꽃이 피는가 싶더니
오전 햇살이 채 시간에 머무르기도 전에
연기처럼 제 흔적을 감추고 말았더랬지
어쩌면 바람은 기억하고 있을까
달개비 마디진 몸 안을 걸어나온 운판(雲版)이라는 악기 소리를
어쩌면 달빛은 기억하고 있을까
그토록 오래 기다려온 시간이
세상에 눈을 둔 시간은 너무도 짧지만
지상의 모든 움직임을 다 듣고 가는 파란 귀를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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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미의 시는 얼을 얼마만큼은 아는 목탁소리, 천 년을 산다는 주목나무의 울음소리, 그리고 굵은 맥박이 뛰는 농현(弄絃)으로 내는 소리를 지향한다. 그가 주역을 사숙(私塾)했던가. 시인은 제 목소리와 천기를 뒤섞은 뒤 그것을 농익혀 시를 빚는다. 때로는 천기에 감응하는 마음의 자락에 묻어오는 귀기가 서린 고독이 서릿발처럼 차갑다. 그러나 압축과 비약을 생래적 기질로 갖고 있는 김형미 시의 특이점은 눈부시지 않고 시의 내재적 문법으로 온유하다. 그보다는 사무치는 것들이 만드는 쓸쓸함과 우울함으로 생의 안쪽에 들러붙어 번창하지만, 마음을 아주 못 쓰게 그쪽으로 끌고 가지는 않는다. 다만 “안의 슬픔으로/밖의 흰 넋이 안을 살고자 함”(「하지」)을 안다고 말할 뿐이다. 그래서 김형미의 시를 읽는 새벽은 문득 마음 안의 고요와 더불어 밖의 흰 넋이 고즈넉해지는 것이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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