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윤소해 저자 윤소해는 예술을 전공한 러시아 유학파. 한국에 돌아온 지 몇 해 안 되어 어느 날 갑자기 [커피타는 고양이]의 아이들을 만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현재 유기묘 카페 [커피타는 고양이]를 운영 중. 기본적으로 까칠하고 까탈스러우며 편식이 심하고 건강 상태가 매우 불량하면서 게으르다. 스스로 만드는 모든 것과 커피, 영화, 피아졸라, 반도네온, 검도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한다. 건강상 이유로 강제 금주에 성공. 카페를 운영하기 전 다양한 직업을 가졌고 대부분 예술 쪽 일을 해왔다. 토종 한국 사람인데도 한국어가 어렵고, 술을 좋아하지만 이젠 한 잔도 못 마시며, 알러지와 천식이 있지만 40마리가 넘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모순덩어리. 검도와 반도네온을 무척 배우고 싶었지만 카페를 운영하면서 포기. 평소에는 뜨겁고 화가 나면 극도로 차가워진다. 카페 cafe.naver.com/baristacat2013 블로그 blog.naver.com/sohaepurple
“아효… 얼마나 못 먹었으면 이리 말랐니. 얼른 먹자. 츠츠츠. 잘 먹네.” 눈시울이 붉어져왔다. 아무 죄 없이 이 땅에 오게 되어 굶는 것이 부지기수인 피폐한 삶에 던져진 이 힘없는 조그만 아이들이 뭐가 그리도 해악이라고….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잔인한 일들을 당하고 고통 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는 끊이지 않는 사건들과 그러한 삭막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사회와 현실이 너무나도 슬픈 것이었다. --- p.46
꺼내어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플 것이고 그로 인해 내 전체가 흔들릴 것을 알기에 꺼낼 수 없는, 심장 깊숙한 곳에 꼭꼭 묻어두는 일들이 있다. 오랫동안 가슴을 치며 세차게 머릴 흔들고 끝내 입을 다물었음에도 어쩔 수 없이 꺼내게 된 이야기. 그것이 나에게는 시저의 이야기이다. 다음 뉴스펀딩을 통해 진행하게 된 [커피타는 고양이] 프로젝트. 카페 아이들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기로 마음을 돌렸던 것은 가슴 깊숙이 묻어놓은 시저의 장례를 제대로 치러주고 시저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올곧이 보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간에 연재를 펑크 낼 정도로 시저의 이야기는 나를 힘들게 했다. 더불어 그렇게나 토해지지 않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 p.65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오게 된 카페에서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뀔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내가 그려온 쉼터는 언제나 재정적인 문제가 얽힌 난관 속에서 빠져나올 길이 보이지 않았고 풀리지 않던 문제로 인해 늘 좀 더 멀고 먼 미래로 미루어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처음 방문했던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 있던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 얼마간 덩그러니 혼자였다. ‘처음’이 주는 날선 느낌. 누구에게나 이러한 기억의 조각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큰 의미이거나 너무 소중한 의미가 되어버린 어떤 무엇. 나에게도 그러한 기억 속에 [커피타는 고양이]의 시작이 존재하고 있다. 그때는 몰랐던 지금의 내 전부가 되어버린 41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쉼터이자 집이자 보금자리인 공간이. --- p.129
지금의 [커피타는 고양이]는 수천 명의 응원과 수백 명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쌓아올린 18일간의 소리 없는 기적이 이루어낸 공간이다. 기적의 공간 속에서 많은 사람의 진심어린 마음을 담보로, 나는 없었을 목숨을 덤으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꿈이 이루어졌던 ‘꿈꾸는 냥다방’은 지금 내 눈앞에 실제로 펼쳐지고 있었다. 많은 일들을 낱낱이 겪고 보니 그제야 믿게 되었다. 진정이 담긴 진심은 닿기 마련이란 것을. --- p.152
새끼고양이 때 들어와 성묘가 되어가는 막둥이들을 보고 있으면 ‘고양이가 사람보다 낫구나’라는 슬픈 생각이 들곤 한다. 작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느꼈던 것을 기억하고 스스로가 새끼 때 느꼈던 것을 새로 온 아이가 느끼지 않게 해주려는 따뜻한 마음. 자신보다 어린 고양이, 새로 들어오는 막내에게 어미 고양이 또는 보호자가 할 법한 행동과 눈빛으로 그 아이가 무섭거나 불안하지 않게, 떨지 않게 안내해주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막내 자리를 서슴없이 내어주고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도 않고 오히려 보살펴주는 배려심에 오늘도 많은 것을 배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