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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물들다: 이야기 둘

빛으로 물들다: 이야기 둘

리혜 | 맑은샘 | 2017년 03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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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148*210*30mm
ISBN13 9791157782000
ISBN10 11577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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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향기가 실려 온다.
향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런 하늘을 볼 때마다 마치 그와 연결된 무엇인가를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저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 그 끝에서부터 어둠을 품은 다정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상하게 떨린다. 이렇게 아스라한 설렘으로 저 너머 같은 별을 보고 있을, 그와 이어진 윤영을 느낀다.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영!”
누군가가 멀리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의 공간 저 끝에서부터 조금씩 밝아온다.
바람일까. 억새풀일까. 수많은 시간을 넘어서 오는 별빛처럼 누군가가 그녀를 애타고 길게 부른다.
“윤영!”
그의 목소리.

“비현당.”
그녀와 이어진 별. 땅에 있지 않다는 그녀의 인연은, 처음부터 향이었는지도 몰랐다. 높고 귀한, 언제나 그녀의 곁에 있었지만 어두워져야 빛을 발하는 저 하늘의 별처럼. 그토록 정처 없던 그리움은 그를 알기 오래전부터 이미 그에게로 흘렀는지도.
그녀가 저기 서 있었다. 저 새하얀 억새밭 너머 별빛을 받으며 꿈처럼 있다. 그녀를 향해 가득 웃어 보였다. 그리고 향은 달려간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별빛 하나에 의지하여 가는 것처럼 곧바로 달려간다. 궁 안에 멈춰 있는 자신을 찾아 한결같이 다가오던 별은 처음부터 그녀였음을 이제 안다. 그녀가 달려온다. 처음의 인연이 그렇게 왔듯이 그는 이제 다시 돌아온 그녀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향은 달려오는 그녀를 그대로 받아 안았다. 그리고 온몸으로 윤영을 느꼈다. 자신을 안은 윤영의 가녀리지만 강한 팔의 힘도 또한 느꼈다. 윤영은 눈물범벅이었지만 그를 마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눈물이 그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얼마나 사랑했던가. 이 눈동자를 얼마나.
“기다렸다, 윤영.”
“이제 와서… 미안해요, 향.”
향은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달콤하게 윤영에게 입맞춤했다. 바람도 숨을 죽이고 별들도 제자리에 멈췄다. 노을과 별빛으로 가득 찬 벅찬 밤은 서로를 안은 두 사람을 감싸고 찬란한 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영원처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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