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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궁 1

북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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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5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360g | 128*188*30mm
ISBN13 9788994370163
ISBN10 899437016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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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더 그 보드라운 입술을 맛보고 싶어. 숨을 쉴 수 없게 빨아들이고 싶어. 아니, 내 안에 가두고 싶어. 당신의 모든 것을…… 갖고 싶어.
진율은 주먹을 꼭 쥐었다. 그가 생각하고 계산해야 하는 것들은 너무나 많았다.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그러한 하루하루를 살아오는 동안 가슴속에 돌덩이 같은 것들이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하게 쌓였다. 그래서일 것이다, 이처럼 설명 불가하게 누군가를 가슴속에 들여놓은 이유는. 마치 비에 젖는 것처럼 순식간에 젖어 들었는데, 해가 들 생각을 하지 않아 영원히 젖어 있는 응달과 같은 마음이었다.
“보내주신 치마……. 잘 받았습니다.”
마침내 소야는 하고 싶었던 말을 툭 내뱉었다. 진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며칠 후면…… 먼 곳으로 갑니다. 다시는 뵐 수 없을 테지만, 보여주신 호의는 평생 잘 간직하겠습니다.”
진율은 놀라서 소야를 돌아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디로 가십니까?”
“말씀드릴 수…… 없는 곳입니다.”
“왜요.”
제 목소리가 너무 거칠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율은 멈출 수가 없었다.
“먼, 아주 먼 곳입니다.”
소야는 부릅뜬 진율의 눈과 굳어진 그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어쩌면, 아주 조금은 저와 같은 마음을 이 사내 역시 가졌는지 모른다. 저와 다른 이유일지도 모르고, 사내들이 계집에게 품는 욕정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소야는 제 마음을 준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얼마가 남았는지 모를 무료한 생에, 그는 두고두고 꺼내볼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제게 준 그 치마처럼.
진율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래, 마음이란 것은 우스운 것이다. 네가 무슨 자격이 있어, 네가 그 얼마나 긴 시간 이 사람을 보았다고, 네 마음이 이리 미쳐 날뛰는 것이냐.
넌, 지금 잠시 지친 것 뿐이다. 모든 것에 지쳐 순간 눈에 들어온 한 송이 꽃을 꺾고 싶은 것이야.
“가마가 오나 봅니다.”
소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과연 해우의 말발굽 소리였다. 충동적으로 진율은 소야의 손목을 잡았다. 뜨거운 손이 제 손목을 그러잡자 놀란 소야가 돌아보았다. 이제 가마를 든 가마꾼들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만 가보아야…….”
순간이었다, 그의 뜨거운 입술이 스친 것은. 그 뜨거움에 몸서리칠 틈도 없이 그는 멀어져 갔다. 어느새 꼭 쥔 손목도 놓았다. 가마꾼들은 목전에 다다랐다. 해우가 말에서 내렸다.
“이번에는 용서를 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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