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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카디오 헌, 19세기 일본 속으로 들어가다

라프카디오 헌, 19세기 일본 속으로 들어가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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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동양문화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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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652g | 153*224*30mm
ISBN13 9788946042940
ISBN10 89460429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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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어떤 사회에 갑자기 발을 들여놓았다고 하자. 우연하게도 그 시기가 봉건시대에서 민주주의 시대로 변동하는 시기와 맞물렸다고 하자. 그렇다면 여행자는 아름다움이 붕괴되고 추악한 현대가 잉태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이런 변동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국적 정서가 흘러넘치는 일본의 도시를 본 소감은 신구(新舊)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 p.25

일본 땅을 처음 밟았을 때에는 일본의 옛것만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의 전통적인 문화는 모두 섬세한 것처럼 보였다. 조그만 그림이 그려진 종이 봉지에 들어 있는 나무젓가락, 삼색의 멋진 문자가 적힌 이쑤시개, 인력거꾼이 땀을 닦는 수건에 그려진 정교한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지폐나 동전 역시 아름답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주인이 끈으로 묶어주는데 그 끈 역시 매우 아름답다. 진귀하고 운치 있는 물건으로 가득해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전후좌우 어느 곳을 바라보아도 신비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 p.26

그들의 작문에는 학생 개인보다는 일본인의 국민적 감정이 나타나서 흥미를 끈다. 즉 학생들의 작문에는 집단적인 정서가 들어 있다. 일본 보통중학교 학생들의 작문을 보고 가장 놀란 것은 글 속에 개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여 명의 작문은 필적까지 거의 비슷해서 이들이 혹시 가족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 p.101

일본의 교육과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런 작문에 독창적인 사고력과 상상력이 나타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달’이라는 주제에 대해 학생 대부분이 같은 사고와 비유를 활용하고 있다. 동일한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제출한 작문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작문에 매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일본 학생들은 독창적이지 못하다. 글을 쓸 때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는 이미 수세기 전에 정해진 상태다. 그 일부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일부는 자국에서 완성된 것이다. 일본인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어떤 방법으로 보고 느껴야 하는지에 관해 모범이 되는 전형을 배운다. 즉 옛날 유명한 가인(歌人), 시인, 화가들이 자연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배운다. 일본 학생들은 자국의 고대문학에 나오는 가인들의 유명한 시구를 토대로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 --- p.102

뱃사람들은 배에서 고양이를 키운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에게는 귀신을 멀리 쫓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고양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는지 제대로 설명해준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에 의하면 고양이는 죽은 사람에게 힘을 쓸 수 있다고 한다. 고양이를 시신 옆에 놓아두면 그 시신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고양이 중에서도 세 종류의 털색을 가진 고양이를 가장 진귀한 것으로 친다. 그러나 만일 이런 고양이를 찾을 수 없을 때는 ―이런 고양이는 아주 귀해서 별로 없다― 다른 고양이를 배에 태운다. 배가 항구로 들어올 때 대부분 고양이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양이는 선실에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본다. 또 큰 배의 꽁무니 부근의 갑판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날씨가 좋아 바다가 평온한 날이다. --- p.134

일본의 농촌을 경험해보지 못한 외국인에게 일본 화가들의 그림은 신비로움 그 자체인 것이다. 일본의 옛날 그림 속의 평야는 보통 색깔과는 다르다.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이런 형편없는 그림이 있나!”라고 투덜대리라. 그러나 일본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정말 훌륭한 그림이군.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어!”라고 감탄할 것이다. --- p.164

영국인은 보통 심각하고 진지한 국민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심각함은 단지 표면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종적인 측면에서도 철저하게 그 양상을 드러낸다.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실한 것은 일본인은 전혀 심각하고 진지한 국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이런 현상은 영국인보다 심각하지 않은 여타의 국민과 비교해서도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일본인은 우울한 표정을 짓지 않는 만큼 행복한 국민이다. 문명이 지배하는 현대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은 아마 일본인일 것이다. --- pp.204~205

나는 서양 근대의 유명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중략)『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은 학생들에게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아무도 이 작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양인에게 『프랑켄슈타인』은 굉장한 공포감을 준다. 이는 헤브라이즘 사회에서 성장한 서양인들이 신의 역할을 우롱하는 『프랑켄슈타인』을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관이 없는 동양컀의 뇌리에는 신과 인간 사이의 거리감이 없다. 그들은 이런 이야기에 공포감을 갖지 않는다. 왜냐하면 동양인의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따라 다양한 보상과 벌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p.260

일본인은 분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일본인의 국민성이기도 하다. 서민들조차 어떤 형태로 위협을 가해도 미소를 지으며 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미소는 단순한 미소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보복은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몰려온다. 보복을 맹세한 순간 일본인에게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리나 시간은 그들에게 장애요소가 아니다. 흉기로 부엌칼이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일본도가 쓰인다. 이 칼은 일본인에게 최고의 무기다. 분노로 가득한 사내가 혼자서 열이나 열두 사람 정도를 살해하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살인을 저지른 자가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옛날의 습관처럼 살인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 pp.29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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