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하여 관악산과 캠퍼스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개나리와 벚꽃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의 시장경제도 경쟁을 통하여 활기차게 피어나길 기원합니다. 이 책은 서울대 법학연구소 경쟁법센터가 시리즈로 출간하게 될 경쟁법 연구총서의 제1권으로서, 權五乘 교수님의 화갑을 기념하기 위하여 특별히 기획된 것입니다.
경쟁법센터는 2008년 11월에 경쟁법과 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을 통하여 우리나라 경제질서의 기본인 시장경제를 선진화하는 데 이바지하는 동시에,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하여 이웃나라에 시장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차 아시아공동시장의 형성에 필요한 법적 기초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 이래 정부주도형 경제성장정책을 통하여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소수의 대기업집단에게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데다가 독과점적인 시장구조가 고착되어 있는 산업분야가 많고, 또 경쟁을 제한하거나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규제 등으로 인하여 경쟁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분야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1980년대부터 시장경제가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비합리적인 정부규제를 완화하는 등 경쟁원리를 회복하고 경쟁문화를 창달하기 위하여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시장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법과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경쟁친화적인 기업문화와 소비자의 의식이 제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체제전환국에도 시장경제가 하루 속히 연착륙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에 경쟁법센터를 설립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일에 기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간 경쟁법센터는 경쟁법에 관한 주요 쟁점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동시에, 법집행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실무계는 물론이고 그 수범자인 기업계와 긴밀한 연계와 협력을 통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질서의 확립과 경쟁문화의 창달에 기여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의 정책세미나와 국제학술대회 및 공정거래관련법의 교육을 실시해 왔습니다. 그러한 연구를 통하여 얻은 성과는 연구총서의 형태로 출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책은 그 첫 작품으로서 총 17편의 논문을 편의상 3편으로 나누어 편집하였습니다. 제1편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과 카르텔에 관한 쟁점과 과제들을 다루고 있고, 제2편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쟁점과 과제들을 분석하고 있으며, 제3편에서는 통신과 전력, 금융 등과 같은 규제산업에서 제기되는 경쟁법적 쟁점과 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權五乘 선생님이 금년에 화갑을 맞이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나라 경제법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신 분입니다. 우리 제자들은 작년부터 선생님의 화갑을 어떻게 기념하고 축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하다가, 결국 선생님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하고 선생님께 상의를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회갑논문집 증정과 같은 거창한 행사는 원치 않는다고 하시면서 극구 사양하셨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화갑을 축하하는 것은 단순히 선생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쟁법의 발전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제자들의 주장을 받아 들여서, 결국 알찬 내용의 행사를 조촐하게 준비하는 것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다만,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제자들은 이러한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서, 학술대회는 경쟁법센터가 주최하는 학술세미나의 형식으로 하고,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경제법에 관한 지도를 받은 제자들이 경쟁법의 주요 쟁점과 과제들에 관하여 논문을 집필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모두 제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동안 선생님께 지도를 받은 다른 제자들이나 동료 교수님들께 기회를 드리지 못한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하여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면서 너그럽게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은 1973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신 뒤, 일찍이 학문에 뜻을 두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경제법을 전공하셨습니다. 1979년에 법학교수가 되신 후 1984년에 독일에 유학하여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Fritz Rittner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경제법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하셨습니다. 귀국하신 후에는 경제법의 기초이론, 시장경제와 사적자치 및 공정거래 등과 같은 주요 쟁점들에 대하여 주옥 같은 논문과 저술을 남기셨고, 현재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수한 제자들을 양성하심으로써 우리나라 경제법학의 토대를 구축하셨습니다. 2000년 5월에는 수년간 휴면상태에 있던 한국경쟁법학회를 복원하신 뒤 학회의 회장으로서 학회를 중흥시키셨고, 2004년 6월에는 (사)아시아법연구소를 설립하여 아시아 여러 나라의 법제정비와 법률가 양성에 필요한 지원과 협력을 하시는 동시에 향후 아시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2006년부터 2년간 시장경제의 파수꾼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취임하시어 탁월한 전문지식과 섬기는 리더십으로 우리나라 경제질서의 기본인 시장경제를 선진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셨습니다. 2008년 3월에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셔서 연구와 교육 및 사회봉사에 전념하시면서, 같은 해 11월에 경쟁법센터를 창립하여 경쟁법의 지평을 넓혀 가고 계십니다.
우리 제자들은 그동안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와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정성을 모아 이 책을 출간하여 선생님께 증정하는 동시에 세상에 내놓습니다. 선생님은 연세에 걸맞지 않게 언제나 청년과 같은 열정으로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더욱 강건하시어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선진화와 아시아공동시장의 형성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시는 동시에, 후학들을 계속 지도편달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습니다.
---머리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