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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희망이 되어야지

내가 먼저 희망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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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28g | 127*188*20mm
ISBN13 9788932114774
ISBN10 893211477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안여일
1941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평생 나눔의 삶을 살아오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하며 살아오다가, 47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봉사자에서 암 환자로 처지가 바뀌었다. 그러나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후, 인생 최고의 선물을 덤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봉사에 투신하게 되었다.

그는 성모 병원 호스피스, 한림대병원 원목실, 본당 연령회 등에서 활동하며 암 환자, 노숙자, 독거노인, 장애인 등 어렵고 힘든 이들을 찾아가 그들의 벗이 되어 주었다. 특히 마지막 길을 가는 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아파하고, 그들의 임종을 지키며, 그들을 정성껏 염하고 입관해서 하늘나라로 배웅했다.

그는 “봉사에는 시효가 없습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아니라, 제가 바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언제나 함께하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지금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첫사랑의 여인을 만나고 정확히 27일 만에 김태호 씨는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깊고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태호 씨의 임종 소식을 전했다. 발인하는 날, 나를 찾는 그녀의 시선이 보였다. 화장터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두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사랑하기 때문에 물러서야 했으며, 그 이후로 그 자리를 채워 줄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암 환자는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길 싫어한다. 그런데도 태호 씨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첫사랑에게 보였고, 그녀는 보잘것없이 무너져 내린, 자신이 사랑했던 옛 사람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 이게 참사랑이구나.’ 싶었다.
--- p.24

정해 씨는 모든 것을 체념하며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하자’는 나의 말에 처음에는 ‘누굴 놀리는 거야?’ 하고 화가 났다고 했다. “곁에 있던 사람도 다 떠나가는데 친구가 되어 달라니……. 그런데 한두 번도 아니고 내 병적인 히스테리를 계속 받아 주며 친구가 되겠다는 말에 결국 감동을 받았죠. 그리고 솔직히 어떻게 생긴 여자인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나는 현실을 인정하며 오늘 이 시간에 감사하고, 내일을 주시면 또 감사하고 마음에 평정을 가지라고 조언하며 틈틈이 그녀를 돌보아 주었다. 시간이 지나자 정해 씨의 마음이 많이 안정되어 보였다. 하지만 내면의 아픔은 그 누구도 헤아릴 길이 없을 것이다.
--- p.45~46

“정신은 멀쩡한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을 못 자고 오늘일까 내일일까 하면서도, 오늘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일도 아들 얼굴을 또 보게 해 주십시오.’ 합니다. 죽음을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지요. 물론 예외 없이 어느 순간 죽음이 찾아오겠지만, 저는 살고 싶어요. 정말 억울해요. 아내도 데려가고 나마저 데려가면 내 아들은 어찌합니까?”
상윤 씨가 회한의 아픔에 통곡했다. 나는 티슈 몇 장을 접어 그에게 내밀었다. 이런 환자에게는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지루하고 답답해도 마음을 비우고 환자의 말에 공감을 해야 한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은 후, 손을 잡으며 말했다.
“형제님,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좋은 친구가 되어 도와 드리겠습니다.”
--- p.79~80

남자는 좋은 건수를 놓쳐 아까운 마음이 든 건지, 신발을 신으며 형제님을 힐끗 쳐다보고는 문밖으로 나갔다. 나는 십자 성호를 긋고 성모님을 부르며 주저앉았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그 남자의 얼굴이 창문에 그려져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며칠 동안 진정제 약을 복용해야 했다. 사무장님이 이 소식을 듣고 나에게 말했다.
“회장님만 배고픈 사람으로 보였지, 다른 사람은 문 안 열어 줘요.”
그리고 나를 도와준 형제님은 “앞집 아저씨는 곰국 한 그릇 안 주면서, 엄한 놈을 몸보신시키네.” 하고 농담을 하곤 했다.
--- p.172~173

어느새 나는 호스피스 봉사자에서 암 환자로 처지가 바뀌었다. 동반자 입장이 되고 나니 충분히 암 환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순간에도 나는 “안여일 씨, 오진입니다.” 하며 퇴원하는 기적 같은 상상을 해 보았다.
베개 밑에는 남편과 M.E. 교육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을 담은 작은 액자와 묵주를 묻었다. 남편은 자야 된다며 나를 재우려 했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나라는 존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하느님, 살려 주세요. 살려 주시면 더 열심히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 p.177p ‘숨은 꽃 터트리다’ 중에서

건강이 회복되면 성당에 열심히 나가고 봉사 단체에 들어가 봉사도 하겠다고 약속했던 이 환자가 이렇게 빨리 떠날 줄 몰랐다.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는 것도 병원이요, 절망을 주는 것도 병원인 것 같다.
‘아! 이 행복한 시간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10분 정도 후에 또다시 우리 집 근처에 사는 이 할아버지가 임종했다는 며느리의 전화가 왔다.
20여 년 만에 동생들을 만났기에 나는 갈등이 생겼다. 그러나 새벽에 나는 돌아갔다.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마음과 책임자로서 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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