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우리는 자전거를 찾아냈고, 알몸에 신발만 신은 채 자전거에 올라 탄, 자극적이면서도 더러운 구경거리를 서로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야릇하게도 서로의 존재에 흡족해하면서 웃지도 않고 말도 없이 재빠르게 페달을 밟았는데, 음란함과 무기력과 부조리 속에 똑같이 고립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둘은 비슷했다. --- p.49~50
그런데 어느 날 투우에 관해서 에드먼드 경이 시몬에게 하는 얘기를 들으니, 최근까지만 해도 투우 애호가들인 몇몇 스페인 남자들이 먼저 죽은 황소의 싱싱한 불알을 석쇠에 구워달라고 투우경기장 관리인에게 주문하는 게 관습이었다고 했다. 그들은 그 불알을 자기 자리로, 그러니까 투우경기장의 맨 앞줄로 가지고 오게 해서 그다음 황소들이 죽는 걸 보며 즉시 먹어치웠다. 시몬은 이 이야기에 전례 없이 큰 흥미를 보였다. 다음 주 일요일에 열리는 그해의 중요한 개막 경기를 구경하기로 되어 있으니, 자기에게도 처음 죽인 황소의 불알을 가져다주도록 해달라고 에드먼드 경에게 부탁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석쇠에 굽지 않은, 생 불알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 p.83
실제 우리는 말하자면 계속해서 육체관계를 맺고 있었다. 우리는 오르가슴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그 도시를 구경 다녔는데, 이것이야말로 내 음경이 그녀의 음부 속에 한없이 잠겨 있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는 단지 산책하는 도중에 생기는 온갖 기회를 이용할 따름이었다. 우리가 유리한 장소를 떠난 것은 오직 또 다른 유리한 장소를 발견할 목적에서뿐이었다. 빈 박물과 진열실, 계단, 덤불이 높게 둘러진 공원 산책길, 문이 열려 있는 교회, ?밤이면 인적이 끊긴 골목,? 우리는 그런 비슷한 장소를 발견할 때까지 걸었으며, 그런 장소를 발견하기만 하면 나는 즉시 그 처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올려 몸을 열면서 내 음경을 단숨에 엉덩이 깊숙한 곳까지 던져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