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2일로 기억된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그처럼 많은 사람이 모인 걸 본 적이 없던 그날, 여느 때처럼 근처 프레스센터에서 ‘촛불의 혁명’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무대 앞으로 가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짐을 챙겨 프레스센터를 빠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도로와 인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 사이에 끼여 한 발자국도 내딛기 힘든 지경에 놓였다. 압사사고라도 터지면 큰일이겠다 싶어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힘깨나 쓴다는 내 완력으로도 감당 할 수 없는 거대한 군중의 흐름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었다. 거대한 물줄기처럼 굽이치는 군중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어디론가 한참을 휩쓸려 가던 즈음, 백만의 군중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그는 나와 반대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찰나의 눈인사만 나눈 후 어느새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임재근이다. 2년 전. 그가 활동하는 단체의 모임에서 20년 만의 짧은 만남이 있었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런 그가 그 많은 군중 사이, 그 짧은 찰나에 나를 알아본 것이다. 2004년부터 대전의 평화통일운동단체에서 활동해 온 그의 손에는 늘 카메라가 들려 있었고, 그날도 어김없이 기록 중이었다. 그 어떤 프로사진가보다 열정적으로.
그는 2016년 11월 1일 대전에서 첫 번째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131일 동안 무려 61차례의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현장을 기록했다. 사진을 업으로 삼는 그 어떤 직업군의 전문가도 해내기 힘든 일이었다. 적잖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임재근과 그의 동료 이상호가 그 일을 해 냈다.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명작이라도 이런저런 문맥 안에서 정리되지 않는다면 쉬이 생명력을 잃고 만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들을 모아 책으로 엮는다는 것, 그 자체로 역사이고 사료다. 대전지역 시민운동사의 한 페이지가 이 두 사람에 의해 쓰여진 것이다.
먼 훗날 “박근혜 라는 대통령이 탄핵될 때 엄마 아빠는 뭐했어?”라는 아이들의 질문을 받는다면 대전의 시민들은 『大田大戰, 봄으로 간 촛불』을 꺼내들면 될 일이다. 우리가 대전에서 이렇게 열심히 촛불집회에 참여했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그 긴 시간 촛불을 밝힌 대전 시민들께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 임재근, 이상호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역사는 정녕 기록하는 사람의 것이다.
김용우 공동대표 _ 박근혜퇴진대전운동본부
아, 민중의 광장 길벗들과 함께
촛불혁명의 불길이 타올라 131일 예순 한번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신음하는
이 땅의 백성들, 불끈 불끈 팔을 들어 올려
차가운 거리에서 "박근혜 탄핵하라!"
"김기춘, 우병우 구속하라" 함성 지르며
봄으로 가는 촛불 켜 들고 어둠을 밝혀 왔노라
끝내, “우리 승리하리라” 희망의 끈을 잡고 달려온
2017년 3월 11일까지의 임재근, 이상호 동지의 카메라는
여기 저기 누비며 역사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찰깍거려 오늘의 기록화보를 마련하였음이라
민중촛불혁명의 파도를 넘어 수고하였소!!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의 역사의 어둠을 밝혔도다.
김병국 이사장 _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2017년 봄은 박근혜의 탄핵으로 비로소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겨울 삭풍과 눈보라를 잘 참고 이겨서 촛불의 노래와 웃음과 어깨춤으로 부패, 무능정권 독재자를 끌어 내리고 진정으로 새봄을 맞이했습니다. 촛불시민의 승리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승리입니다. 함께 했던 시간들을 이 기록 사진집에 담아내었습니다. 대전 퇴진 행동 기간 동안의 기록을 위하여 수고해주신 임재근, 이상호 작가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두 분을 통하여 생생한 현장을 다시 보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 사진집을 통하여 서로 힘든 시간을 함께 했던 노고를 웃음으로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이제 유신독재의 유산과 정경유착의 적폐를 완전히 역사유물로 보내 버리고, 친일미화세력과 분단기득권 세력을 말끔히 정리하는 새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하여 함께 힘을 모읍시다. 승리를 위하여 함께 해주신 광장의 촛불시민들 감사합니다.
광장의 촛불시민들과 함께 기록 사진집의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문성호 상임대표_ 양심과 인권-나무
슬로바키아 철학자 지젝이 말했다. “분노한 다음 날이 더욱 중요하다.” 촛불 시민들의 분노는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막을 내렸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또다시 국민들이 주권자임을 포기하고,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는 대의민주주의에 안주한다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할 것이다. 루소가 그랬다. “국민들은 4년 혹은 5년에 투표를 하는 그 날 한 번 주인 노릇을 할 뿐, 그 외의 나머지 시간은 노예로 산다.”
광장의 촛불은 “내가 바로 민주주의다.” “너희들에게 나의 주권을 위임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저항이자 시민 혁명이었다. 모든 해법은 민주주의에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민주주의가 밥을 먹여준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떻게 보여주는가?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혁하여야 한다. 유권자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헌, 악법 중의 악법인 국가보안법 폐지, 모든 이들을 무한경쟁체제로 내모는 입시교육제도를 개혁하여, 대학의 서열체제를 평준화해야한다. 결국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지 않고는 이 모든 시스템의 개혁은 어렵다.
여기 눈 밝은 임재근·이상호의 사진첩에 그 분노의 함성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절절한 염원들이 담겨있다. 오롯이 발로 뛰며, 광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은 결실이어서 소중하다. 그 노고에 위로와 격려, 고마움을 전한다.
김신일 공동사회자 _ 성서대전실행위원장
30년전 '독재타도', '직선쟁취'를 외치며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30년이 흐른 지금, 국민을 속이고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의 퇴진과 적폐청산을 외치며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은 파면되었습니다. 여기 국민주권의 첫 걸음을 내딛은 그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 역사가 있습니다. 이상호, 임재근 두 분의 노력으로 그 귀한 국민주권의 현장이 생생한 사진에 담겨 한 권의 책이 되었으니 자랑스러운 대전시민들의 역사가 길이 빛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인희 공동사회자 _ 6.15대전본부 집행위원장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한 시민촛불혁명! 그 한복판에서 사진으로 역사를 기록하신 두 분의 노고에 감사드려요. 춥고 긴 겨울을 지나 우리는 새로운 봄을 맞았습니다. 새봄을 불러온 힘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었고, 더 이상 이런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주권자의 외침이었습니다. 광장을 지켜냈던 그 주인공들이 사진 속에 있습니다. 때론 분노하는 모습으로, 때론 눈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때론 가족과 함께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그 모습이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습니다.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131일간의 대항쟁! 매주 혹한 추위에 언 손 녹이며, 수 백장의 사진을 고르고 골랐을 두 분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기록사업의 첫 포문을 열어주어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