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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빈의 발칙한 비밀 상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 상

정무늬 | 동아 | 2017년 04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4 리뷰 5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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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4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498g | 128*188*35mm
ISBN13 9791155118177
ISBN10 115511817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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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하가 무릎을 모은 채 검을 바라보았다. 다시 그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가 이토록 아름다운 미소를 가지고 있을 줄도 몰랐다.
애써 가다듬어야 할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전력 질주라도 하고 나온 것 같았다. 그 마음이 어떤 의미인지, 열아홉 소녀는 감도 잡지 못했다.
“조물딱 도령이라니? 그 무슨 도깨비 소리냐. 내게도 엄연한 이름이 있거늘.”
검은 보하의 호칭에 불만을 제기했다. 보하가 되물었다.
“그럼 이름이 뭔데?”
“쉬이 호명될 이름이 아니다.”
“얼씨구? 그럼 나는 조물딱 도령이라 부를 수밖에. 자기 얼굴도 조물딱거리고, 남의 얼굴도 조물딱거리는 인간한테 딱 맞는 별명 아니야?”
“내가 언제 그랬느냐?”
“누굴 속이려고 오리발이야? 달도 보고, 나도 봤는데. 아주 떡 주무르듯이 잘 만지더라고.”
보하가 처음 만나던 날 검을 흉내 내면서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댔다. 그 모습을 보던 검이 보하의 볼을 양손으로 잡아 늘렸다.
“한번 만져 보니 아주 재미나더구나.”
“으…… 이 도려이 도 이러게…….”
“말하지 말거라. 침이 뚝뚝 떨어지지 않느냐? 하하.”
보하의 눈썹이 위로 휘어졌다. 커다란 눈동자는 살기로 이글거렸다. 당장 놓지 않으면 과격한 짓을 하겠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검은 보하의 볼을 놓고, 항복의 뜻으로 양손을 들었다.
“허락도 없이 누가 내 볼을 만지래?”
“네가 조물딱, 조물딱거리니 한번 해 본 것뿐이다.”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다니……!”
“네가 무슨 왕족이라도 되느냐? 왕족도 그리 비싸게 굴지는 않는다.”
검이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궁궐 나인들이 봤다면 기함할 일이었다. 세자 저하께서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시느냐고 말이다.
“험험. 밤이 깊었는데 너는 예서 무얼 하느냐.”
“도령이야말로 인정(人定: 야행 통금시)이 다 되어 가는데 여기서 뭐 해?”
검이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도 답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잠행을 나왔지만 이리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좌상의 집으로 발걸음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둘째 딸이 다치자 기다렸다는 듯 첫째 딸을 들먹이는 좌상의 얼굴은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난 왜 대전의 당부를 어기면서까지 이곳까지 왔을까? 설마 이 소년을 보러?’
검이 보하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달빛을 담은 맑은 눈이었다. 가지런한 속눈썹이 여느 여인네보다 고왔다. 단순히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었다. 답답한 마음을 위로하는 어떤 힘이 담겨 있는 듯했다.
‘여인은 무슨, 지저분한 꼬마일 뿐이지.’
검이 고개를 저었다. 그 꼬마가 여인이라는 것, 곧 자신의 아내가 되리라는 걸 그는 모르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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