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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즈 와이 미 Please Why Me 1

플리즈 와이 미 Please Why M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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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682g | 140*210*35mm
ISBN13 9791131579374
ISBN10 1131579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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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셨어요?”
오래 기다렸냐고? 너무 기가 막혀서 손목시계를 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차가 막혀서 중간에 지하철을 탔는데 반대편으로 잘못 탔어요.”
지하철에 불이 나 새까맣게 탄 거라면 몰라도, 고작 생각해 낸 핑계가 지하철을 반대로 탔다? 설마 그 말 한마디로 이 어이없는 상황을 퉁치려는 건 아니겠지?
“도착해서도 여기 찾느라고 조금 헤맸어요.”
웃어? 지금 웃음이 나오니? 웃는 얼굴로 죄송하다니 기분이 더 나빠지고 말았다.
“전화라도 하셨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배터리가 없어서요.”
약속을 정해 놓고 배터리 확인도 안 했다고? 성실하고 세심하다더니 어디가 성실이고 어디가 세심이지?
“시간 없는데, 바로 시작해도 될까요?”
“네?”
“표지디자인이요.”
여기서 디자인을 시작하겠다고? 설마 앉은 자리에서 나를 쓱쓱 그려서 표지에 내 초상화를 넣으려는 건가?
“지금 여기서요?”
“그럼 언제 어디서 할까요?”
“뭘 어떻게 시작하실 건데요?”
처음으로 그가 난감한 표정을 보였다.
“화가 많이 나셨네요.”
“상대방 기분을 생각은 하세요?”
“어떻게 해야 기분이 풀리시겠어요?”
대놓고 물으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초부터 늦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 외에는 할 말도 없는데.
“일단 따뜻한 차라도 한잔하시죠?”
“많이 마셨는데요.”
“혹시 개떡 좋아하세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눈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불룩한 가죽가방에서 그가 꺼내 든 건 진짜 개떡이었다.
“여기요―.”
다분히 토속적인 쑥개떡을 테이블에 꺼내 놓고 오른손 검지를 살짝 올려 가며 서버를 부르는 모습이라니, 뭔가 상당히 언밸런스한 그의 포즈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네, 주문하시겠습니까.”
“따뜻한 우유 두 잔이랑 포크 좀 부탁해요.”
설마 지금, 마주 보고 앉아 개떡을 뜯어 먹자는 건 아니겠지?
“우유에 설탕. 괜찮죠?”
“네에?”
“설탕 타면 더 맛있어요.”
달걀노른자도 달라지 그러세요.
“화 푸세요. 늦어서 죄송해요.”
일관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은 건 욕심인가? 우유에 설탕으로 간 맞추듯 찔끔찔끔 죄송하다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진심으로 난감하다. 더구나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바로 저 웃음이다. 미안하다면서 왜 저렇게 웃고 있는 거지?
“죄송한 거 맞아요?”
“예?”
“왜 자꾸 웃으세요?”
“아― 미안해요. 난처할 때 나오는 버릇인데, 기분 나쁘셨어요?”
사실 트집을 잡을 정도로 심한 건 아니었다.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표정이었을 뿐 대놓고 웃은 건 아니니까. 하지만 왠지……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 있는 게 불편했다.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아서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와의 첫 만남은 이랬다. 그리고 그런 그와 결혼하기까지 채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을 확인한 적은 없었다. 결혼을 제안한 건 내가 먼저였고, 그 제안을 승낙했으니 그도 당연히 나와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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