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집에 페인트칠을 하고, 다른 언어를 배우고, 더 나은 직장을 찾고 싶어 한다. 이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현재의 삶에서 안정을 찾고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거짓 희망이다. 목표를 성취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자녀에게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는 일이 중요치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행복과 안전을 추구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런 추구의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모두 현재로 돌아올 길을 찾고 있다. ‘지금’ 만족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의 구조가 이렇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 게임을 다른 식으로 할 수 있다. 현재 순간에 어떻게 집중하느냐가 우리가 얻는 경험의 성질을 크게 좌우하고, 따라서 삶의 질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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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거짓 영성과 거짓 과학 간에 선택을 해야 한다. 과학자와 철학자 중 몇몇은 매우 효과적인 자기성찰 방법을 개발했지만, 사실 이들 중 대다수는 그런 능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의심한다. 반대로 위대한 구도자들 가운데 많은 수가 과학에 무지하다. 그러나 사실 과학적 사실과 영적 지혜 간에는 연관성이 있다. 그 연관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비록 명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이 우주의 기원을 말해주지는 않겠지만, 인간의 마음에 관한 확고한 진리는 확인해준다. 이를테면 우리의 통상적인 자아감은 착각이고, 연민과 인내 같은 긍정적 정서는 배울 수 있는 자질이며, 우리의 사고방식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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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느낌은 사실 착각이다. 뇌의 미로 속 깊은 곳에서 미노타우로스처럼 살아가는 자기나 자아라는 것은 없다. 또한 눈 뒤 어딘가에 올라앉아 세상을 내다보는, 우리 자신과는 별개인 어떤 존재가 몸속에 있다는 느낌은 바뀌거나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 자기초월self-transcendence의 경험은 보통 종교적 의미로 다루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경험이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자기초월의 경험은 과학적 시각에서도, 철학적 시각에서도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을 더 명확하게 이해했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영성이라는 말은 그런 이해를 더 깊게 하고, ‘나’라는 환영幻影을 반복해서 잘라내며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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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구도자의 회고록, 뇌과학 입문서, 명상 안내서 사이를 바삐 오간다. 또한 우리 대다수가 자기 내면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것, 즉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자아의 느낌을 철학적으로 파헤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성에 관한 모든 전통적 접근법을 설명하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저울질해보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난해한 종교라는 똥 더미에서 다이아몬드를 캐내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그곳에는 다이아몬드가 있다. 나는 그것을 성찰하는 데 인생의 상당한 부분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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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부분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지혜롭다. 우리는 관계를 유지하는 법,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는 법, 건강하게 사는 법, 체중을 줄이는 법, 유용한 기술을 배우는 법, 존재의 여러 수수께끼를 푸는 법을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행복의 길은, 그 길이 곧장 뻗어 있고 열려 있더라도 따라가기 어렵다. (중략) 어떤 수준에서 지혜란 스스로의 조언에 따를 수 있는 능력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음의 본질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더 깊은 통찰이 있다. 이것은 안타깝게도 전적으로 종교적 맥락에서만 논의가 되어왔고, 따라서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오류와 미신으로 점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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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당신도 의식의 본질에 관한 어떤 것을 깨달을 수 있고, 그 깨달음이 현재의 고통에서 당신을 해방시켜줄 것이라는 점이다. 정신 상태의 일시성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깊은 깨달음이 아닌 단순히 그런 생각을 갖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바뀔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정신 상태는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이것은 내가 직접 겪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뇌에 대해서나 의식과 신체적 세계 간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마음에 관한 이런 진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적인 삶은 우리에게 무엇을 약속하는가? 마음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진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 책 전체를 통해 우리의 삶을 ‘영적’으로 만드는 무언가를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우리가 더 행복해지고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건한 착각이 아니라 사물을 있는 그대로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하는 방식이다.
--- p.65
영성은 세속주의, 인본주의, 국수주의, 무신앙을 비롯해 합리적인 사람이 비합리적인 신앙에 맞서려는 다른 모든 방어적 입장에 커다란 빈틈으로 남아 있다. 이런 분열의 양쪽에 있는 사람들 모두는 환영을 본 경험이 정신병원 복도에나 적당하지 과학적인 상황에는 설 자리가 없다고 여긴다. 우리가 자기초월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이성적인 언어로 영성을 이야기할 수 있기 전까지, 우리 세계는 독단주의에 산산조각난 채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대화를 시작해보기 위한 시도였다.
--- 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