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출신 미군 초급장교들의 참전담 《허드슨강에서 압록강까지》의 한국어판을 출간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도미해 고학을 하며 미국에 정착한 저는 항상 ‘알지도 못하던 동양의 머나먼 작은 나라’ 한국을 위해 생명과 젊음,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미군 참전용사들에 대해 감사와 경의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6·25 전쟁 당시 유엔은 창설 이후 최초로 전장에 연합군을 파견했는데, 전투병력을 파견한 16개국과 의료지원단을 보낸 5개국 등 총 21개국이 참전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은 가장 많은 군을 파병해 말할 수 없이 큰 국가적 희생을 치렀습니다. 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매년 6·25 전쟁 참전용사들과 그 친지들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저희 레스토랑에 초청해 조촐하게나마 ‘보은의 만찬’을 대접한 것도 이러한 마음에서였습니다. 스테이크와 연어요리를 와인에 곁들여 정성껏 대접해드리는 그 자리에서 70~80대의 참전용사들은 하나같이 한국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마음을 나눠주셨습니다. 재작년 만찬에서도 한 노병이 참석자 모두를 울렸습니다. 그는 휴전 후 1953년에 한국을 떠날 때 폐허로 변해버린 나라의 모습을 보며 걱정과 근심이 가득하였는데, 반세기가 지나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변화된 모습에 매우 놀라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젊은 날 자신의 모든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면서, 감사와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 참전용사들을 만나뵐 때마다 대한민국에 대한 그들의 사랑에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티모시 노먼(Timothy Norman) 박사님을 만나 한국을 위해 생명을 바친 그의 숭고한 가족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6·25 전쟁 참전용사로 휴전 후 군용기를 후송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50년의 시차를 두고 그의 아들 케빈 노먼 대위 역시 한국에서 군용기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특히 아들 노먼 대위의 경우, 2003년 복무 중 군용기가 고장 난 상황에서도 한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자 주택가를 피해 추락하여 결국 산화했습니다. 저는 그의 고귀한 희생이 이대로 잊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충남 아산을 방문해 노먼 대위 추락사에 대한 주민들의 목격담을 수집했고 한국과 미국 정부에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노먼 대위가 사후 6년 만에 미국 정부로부터 공군수훈십자훈장(Distinguished Flying Cross)을 추서받고, 한국 정부로부터도 감사패를 헌정받게 되니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었습니다. 앞으로 진정한 영웅인 故 케빈 노먼 대위의 희생이 한국에서 더욱 기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故 해리 J. 마이하퍼 대령님의 《허드슨강에서 압록강까지》를 만나게 된 것도 티모시 노먼 박사님의 소개를 통해서였습니다. 전 이 책을 작년 서울 방문기간 중에 읽게 되었습니다. 학교 졸업 직후 전장에 투입된 웨스트포인트 1949년도 졸업생들의 생생한 6·25 전쟁 참전담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실되게 기록된 이 책을 집어든 순간 깊은 감동 가운데 단숨에 읽어내려 갔습니다. 책의 저자 마이하퍼 대령님은 자신을 포함한 1949년도 졸업생들의 경험담을 꼼꼼히 수집하여 6·25 전쟁 전개과정에 맞춰 풀어냈습니다. 대부분이 20대 젊은이였던 웨스트포인트 1949년도 졸업생 참전자들은 자신들 중 많은 동기들이 죽거나 부상당하거나 작전 중 실종되는 비운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우리 주변의 아들, 형, 동생, 친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꿈과 웃음, 눈물을 가진 앞날이 촉망받는 젊은이들이 하나둘 한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결연히 목숨을 바쳤습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아름다운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 46명이 전사하여 전 국민 안에 깊은 애도가 가득한 이때, 60여 년 전 6·25 전쟁에서 사랑하는 아들,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미국 국민들의 형언할 수 없었던 슬픔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당시 미군 전사자는 36,940명, 부상자는 92,134명, 실종자는 3,737명, 포로는 4,439명에 달하였습니다). 저는 책을 읽은 후 저자와 직접 통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 곧장 미국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으신 마이하퍼 여사님은 부군이 몇 달 전에 세상을 뜨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셨습니다. 전 그녀에게 대령님을 비롯한 많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삶의 기록인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간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승낙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들의 희생을 담은 이 귀한 책이 이 전쟁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널리 읽혀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에, 한국 국민들에게 참전용사들의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알리는 일이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보람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전참전기념비를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부근에 건립하려는 사업이 제가 소속된 한국전참전기념비 건립사업회(Korean War Memorial Foundation)를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6·25 전쟁 60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본 사업을 통해 세워질 기념비는 동부 워싱턴 D.C.의 한국전참전기념비와 같은 기념비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한미 정부를 비롯, 양국의 저명인사들, 기업들, 우리 국민들이 이 사업에 많이 참여하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허드슨 강에서 압록강까지》 독자 여러분들도 보은의 마음을 아름다운 역사적 조형물로 표현하려는 이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원저자의 미망인으로서 한국어판 출판작업에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마이하퍼 여사님, 책을 소개해주신 티모시 노먼 박사님, 원고를 미리 읽어보시고 추천의 글을 작성해주신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님, 출판작업을 위해 수고해주신 법문사 배효선 사장님, 전충영 상무님 이하 모든 직원분들, 판권을 허락해준 텍사스 A&M대학교 출판사와 담당자 린다 살리트로스(Linda Salitros) 씨, 금번 출간작업을 위해 필요한 사진자료를 제공해준 미 육사 및 담당직원 수잔 크리스토프(Suzanne Christoff) 씨와 캐시 마드릭(Casey Madrick) 씨, 연락망 역할을 담당해준 JK 벤처스의 조이스 G. 컨(Joyce G. Kern) 여사님, 번역 및 행정작업에 도움을 준 김영빈 씨와 남편 임형진 씨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특히 처음부터 이 책의 번역작업을 격려해주시고, 백선엽 장군님께 이 책을 소개해주셨을 뿐 아니라 군대 전문용어들까지 검토해주신 아산 미군기지의 임종관(Tiger Lim) 씨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오랜 번역작업을 마치고 책의 출간을 앞두니 감개무량합니다. 아무쪼록 피와 눈물과 땀이 담긴 6·25 전쟁 역사의 생생한 증언서인 이 책이 젊은 독자 여러분께 널리 읽혀,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6·25 전쟁 실태를 알게 되고, 우리나라를 위해 생명과 젊음을 바친 무수한 참전용사들에 대한 보은의 마음이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