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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팜파스

내 마음의 팜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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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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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3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17쪽 | 63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6820716
ISBN10 89768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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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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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는 저녁식사 때 이런 초라한 옷차림의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기쁨이자 신나는 일이었다.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놓인 긴 식탁 측면의 우리 자리에 앉아, 우리는 아버지의 엄숙한 시선에 새로운 손님이 쩔쩔매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슬쩍슬쩍 눈치를 보면서 앞뒤 안 맞는 대화를 이어가려 애쓰는 손님들의 말을 듣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킥킥대는 소리가 약간이라도 들리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무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손님이 가난하고 촌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보일수록 어머니는 그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더 신경을 썼다. 그리고 가끔 나중에 어머니는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자신은 웃을 수가 없었다고 말이다. 어머니는 그 불쌍한 손님이 우리와 식사를 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고향에서는 그의 어머니가 방랑길에서 그에게 친절을 베풀어 줄 누군가를 만나기를 기도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p.307
이렇게 여섯 명의 아내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이웃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까? 걱정거리가 있거나 상처나 어떤 희귀한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돈 에바리스또를 찾아가 조언과 도움을 구했고, 그의 방식대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병에 걸려 죽을 때가 된 사람도 유서를 대필해 달라고 돈 에바리스또를 찾아왔다. …… 특히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흔히 걸리는 위험한 질환인 대상포진에 대한 그의 치료방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었다. 이 병은 단독(丹毒)처럼 몸 한가운데서 발진이 나서 완전한 띠를 형성할 때까지 허리 주위로 확대되어 간다. “띠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면 내가 치료할 수 있어.” 돈 에바리스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는 사람을 강으로 보내 적당한 크기의 두꺼비를 잡아오게 한 뒤, 환자의 옷을 벗기고 펜으로 발진이 난 부위 안에 당당한 필체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같은 글자를 써넣곤 했다. 글자를 쓴 뒤 그는 두꺼비를 손에 쥐고 발진이 난 부위에 부드럽게 문질러댔다. 그러면 두꺼비는 이런 치료방법에 화가 나는지 거의 터질 듯이 부풀어올라 우둘투둘한 피부로부터 독성이 있는 유액을 분비하곤 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환자는 깨끗이 나았다! 그와 같은 인물이 한 명이 아니라 여섯 명의 아내를 갖는 편이 즐겁다고 한다면,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은 타당하고 옳은 일이었다. 여섯 명의 아내를 가졌다고 해서 그가 나쁘다거나, 현명하지 못하다거나, 신앙심이 없는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182

그 끔찍해 보이는 생물[에스꾸에르소]은 보통의 진짜 두꺼비들을 산 채로 삼키는 두꺼비였다. 마치 그것은 킹코브라가 독이 있든 없든 다른 뱀들을 삼키고, 독 없는 커다란 뱀인 마르티니크의 크리보가 맹독성의 삼각머리 독사를 죽여 삼키는 식이었다. …… 나는 그 겨울 호수만큼 이 생물이 우글거리는 곳을 보지 못했다. …… 그것들의 노랫소리는 처음에는 깊고 거칠고 화난 듯이 길게 끄는 소리였지만, 날이 갈수록 쉰 소리가 줄어드는 대신 더욱 크고 점점 끈질기고 더 멀리까지 울려퍼지는 소리가 되었다. …… 어느날 밤 침대에 누워 그들의 다양한 변주를 듣고 있었을 때, 사냥을 좋아했던 형이 내일 여물통을 끌고 호수로 가서 그것을 타고 저 혐오스러운 생물을 투창으로 잡자고 제안했다. 불가능한 계획은 아니었다. 그것들은 이맘때면 수면 위에서 헤엄을 치거나 떠 있곤 했고, 보트에서 보면 호수 바닥의 녹색 풀밭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형은 그 당시 고대역사를 다룬 책을 읽고 있었고 사람들이 일대일로 싸우는 옛날 전쟁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그는 당분간 장총과 권총에서 손을 뗀 채 활과 화살, 창, 방패, 도끼, 투창 같은 고대 무기를 제작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투창은 소나무로 만든 길이 2미터 정도의 막대기 끝에 길이 15센티미터쯤 되는 날카롭게 간 칼날을 단 것이었다. 그는 틀림없이 그것을 만들어 달라고 목수에게 뇌물을 주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그런 가공할 무기까지는 필요 없었다. 우리가 돈 아나스따시오의 사납고 힘센 돼지를 잡으러 간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형의 명령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난폭하고 호전적인 상상 속에서 그 두꺼비처럼 생긴 생물들은 우리와 대적하고 있는 정복하고 전멸시켜야 할 적대적인 종족의 전사들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무기로 무장을 해야 했다. …… 마침내 한겨울의 짧은 해가 저물자, 우리 모두는 몸이 굳고 추위와 배고픔을 느꼈다. 우리의 사령관은 야만적인 적들의 살육자 노릇과 함께 호수의 혈전을 그만 끝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흠뻑 젖은 옷과 철벅거리는 신발을 걸친 채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너무 피곤해서 그렇게 먹고 싶어했던 연어요리가 식탁에 올라왔는지 관심조차 없었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식탁에 앉아 음식과 차를 마시는 일에도 시큰둥했다. …… 추위에 떨면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우리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소리! 그 장엄한 밤의 합창이 평소와 똑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그 위대한 살육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적들을 전멸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그들은 위대한 승리를 자축하며 열광하는 것 같았다. 특히 깊고 거친 소리들 위로 오르간 소리처럼 높이 울려 퍼지는 지도자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을 때는.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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