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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책 빌린 책 내 책

훔친 책 빌린 책 내 책

윤택수 저 | 아라크네 | 2003년 09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0 리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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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41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903246
ISBN10 898990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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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윤택수
1961년 대전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충남 홍성의 홍주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했으며, 서울에서 몇몇 잡지사와 출판사 편집장을 역임했다. 또한 울산에서 용접공으로 일했고, 원양 어선 선원이 되어 바다로 나가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2000년 8월 학원에서 강의중 뇌졸중으로 쓰러져 2년 간 투병 생활을 했다. 그리고 2002년 9월,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저서로는 시집 『새를 쏘러 숲에 들다』와 산문집 『훔친 책 빌린 책 내 책』이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감자의 둥금, 쟁기의 버팀과 휨, 헛간의 으스름. 나는 그러한 산문을 쓰려고 한다. 감자와 쟁기와 헛간은 두런두런 지껄인다. 욕심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26쪽)

우리는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가끔은 아이스크림도 먹고 성게속젓도 먹고 진탕 욕도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때 우리가 오디와 찔레순과 장다리 꽃대궁과 삘기와 까마귀머루와 올미 따위를 먹었던 것은 그것들 속에 들어 있는 생명의 원기를 먹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57쪽)

나는 버스를 좋아한다. 버스는 민주적인 마차이다. 버스 안에서는 지켜야 할 공중도덕이 있고 그 공중도덕을 깨뜨리면서 자유에 대한 본능을 흐릿하게 실감할 수 있다.
언젠가 버스 뒷자리에 앉아서 앞에 앉은 두 소녀의 수다를 기분 좋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은 수화手話를 하고 있었다. 그 손들의 악센트와 꾸밈음. 나는 마음이 찬란해지고 있었다. 때때로 버스는 우리를 훈훈하게 만든다. (178쪽)

아르튀르 랭보는 곧잘 책을 훔쳤다고 한다. 엄연한 천재였으니 그는 책을 빨리 읽었을 것이고, 읽고 싶은 욕구를 누르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그리하여 마을 서점의 책에 눈독을 들이기도 했음직하다. 그런 그에게 누가 물었다고 한다. 책을 훔치는 것은 어쩌고저쩌고 하는 힐문이었겠다. 이에 대한 랭보의 대꾸는 과연 큰곰자리의 주막집 주인답지 않은가. "글쎄, 그게 말이지, 책은 훔치기보다 다 읽은 책을 제자리에 갖다놓기가 더 어렵더란 말이야."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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