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
종교와 도덕은 관련되어 있다. 왜냐하면 종교는 인류 역사의 대부분에 걸쳐 여러 문화들이 도덕적 신념을 전승하는 1차적 운반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종교와 윤리의 연관성이 특별히 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종교적 투신投身(commitments)을 결여한 훌륭한 사람들도 있고, 종교를 믿지만 아주 나쁜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종교적 시각에 호소한다고 해서 도덕적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 p.17
우리들 대다수는 최소한 어떤 때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남들을 돕고, 진실을 말하고, 약속을 지키고, 남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등의 일을 한다. 그런 행위들로 인해 우리가 뭔가 대가를 치르게 될 때도 말이다. 왜인가? 그럴 때 우리가 선택하는 행위가 도덕적 행위라면, 왜 우리 자신에게 이롭지 않고 남들에게 이로운 행위를 하기로 선택하는가? --- p.24
우리는 우리의 행위를 이성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다른 모든 존재들과 구별된다. 만일 신이나 자연, 혹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뜻에 반해 우리에게 도덕적 요건을 부과한다면, 우리의 자유는 치명적으로 변질될 것이다. 게다가 만약 우리의 도덕적 결정이 자유롭지 않고 그것이 우리에게 부과된다면, 우리는 그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이 없을 것이고, 그리하여 우리의 도덕적 틀에서 중심적인 칭찬과 비난의 체계를 약화시킬 것이다. --- p.43
자신이 가진 어떤 욕망이 참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지 않고 그것이 어떤 욕망이든 그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행위하는 사람들이나, 상황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거칠고 부적절한 사람들은 자유롭거나 독립적이지 않다. 오히려 삶은 그들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 --- p.48
나의 개인성은 부분적으로 내가 보살피는 일들의 산물이다. 우리가 철저히 자아도취적이지 않은 한, 우리는 우리 자신 아닌 것들도 보살핀다. 나의 관점은 부분적으로 아내?딸?철학?음악 등에 대한 나의 돌봄에서 형성된다. 그래서 자율의 발휘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우리의 돌봄 반응(caring responses)을 유지하는 데 의존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을 마음 놓고 보살피기 위해 자유와 독립을 원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율의 발휘는 하나의 공허한 제스처가 될 것이다.--- p.58
부모들은 다른 사람들보다도 자기 자식들의 욕구를 더 잘 알아차릴 것이고, 친구들은 낯선 사람들보다 서로의 행복에 주의를 더 잘 기울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관계들은 진정한 애정의 유대를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의 이익을 충분히 보살펴 줌으로써 어느 정도의 공감과 자애심을 느낄 때 그들의 일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공포심의 상태가 고조되어 있을 때 환경 속의 위험 요소들을 더 잘 발견하듯이, 공감이나 자애심이 고조된 상태에서는 도덕적으로 관련성 있는 속성들을 알아차리는 우리의 능력이 더 잘 발휘된다. --- p.144
20세기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주장했듯이, 돌봄의 구조는 우리의 ‘세계 안에 있음’을 우리가 ‘던져져’ 있는 것으로 구성한다. 우리 각자가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상황은 ‘주어져 있음(givennesss)’의 측면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거기에 반응해야 한다. 우리의 가치들 중 많은 것은 우리의 키, 눈 색깔, DNA 패턴만큼이나 불가피하게 우리에 대한 사실들로서 우리와 마주한다. --- p.221
부유하고 성공한 사람이 불행할 수 있는 것은, 부와 성공이 나쁜 것이어서가 아니라 부와 성공이 가져다주는 이익의 가치를 알아보는 성향을 아마 결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접촉할 사람들로 가득 찬 주소록을 갖게 될지 모르지만, 만일 본인이 그런 관계들에서 기쁨을 얻지 못하거나 자신이 만나서 교류하는 사람들의 힘과 활력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그들은 그의 행복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 p.226
정체성은 개인들이 자신의 삶을 검토하여 그것을 현재 상황과 미래에 대한 예상의 견지에서 편집하여 그들이 그 미래 쪽으로 끊임없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긴 사고 과정의 산물이다. 우리가 어디에 있었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가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수긍할 만한 것이 된다. --- p.253
실천적 상상력(practical imagination)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상황과 관련성이 있는 모든 세부사항을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바꾸어야 더 바람직한 미래를 산출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는 ‘해야 한다(ought)’는 진술로 윤리적 판단을 피력하는데, 그것은 세상이 어떠해야 한다는 데 대한 판단들이다. 윤리는 존재하는 것이 아닌 뭔가를 원하는 것이 중심이고, 그래서 늘 어떤 가능한 미래를 언급한다. 그래서 마치 우리가 마음속으로 어떤 연극의 리허설을 하듯, 도덕적 처방이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 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