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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할 우리 소설 2

꼭 읽어야 할 우리 소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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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6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44g | 153*224*30mm
ISBN13 9788973433254
ISBN10 897343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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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원저 : 전영택
한국 근대 문학의 개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김동인·주요한 등과 함께 『창조』 동인이었다. 호는 늘봄, 추호(秋湖). 어릴 때 한문을 배우고 아버지가 세운 진남포 보동 학교를 거쳐 평양 대성 학교에서 공부했다. 일본에 가서는 아오야마 학원 고등학부와 대학교 문학부를 마치고 신학부에 다시 들어갔다. 『창조』 창간호에 「혜선의 사(死)」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에 나섰다. 교직자 생활을 병행하며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소설을 주로 썼으며, 삶의 아이러니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거두지 않는 인도주의 색채의 작품들을 남겼다. 「화수분」 외의 주요 작품으로 「소」, 「하늘을 바라보는 여인」, 「크리스마스 전야의 풍경」, 「독약을 마시는 여인 」, 「크리스마스의 새벽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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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져서도 그는 불도 안 켜고 성이 나서 우들우들 떨면서 아내의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의 아내의 참 기쁜 듯이 웃는 소리가 그의 아우의 집에서 밤새도록 울리었다. 그는 움쩍도 안 하고 그 자리에 앉아서 밤을 새운 뒤에 새벽 동터 올 때, 아내와 아우를 죽이려고 부엌에 가서 식칼을 가지고 들어와서 문을 벌컥 열었다.
그의 아내로서 만약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그 문밖에 우두커니 서서 문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아내와 아우를 죽이고야 말았으리라.
그는 아내를 보는 순간 마음에 가득 차는 사랑을 깨달으면서, 칼을 내던지고 뛰어나가서 아내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이년 하면서 들어와서 뺨을 물어뜯으면서 함께 이리저리 자빠져서 뒹굴었다. --- 「배따라기」 중에서

저는, 그날 밤 혼자 몰래 그 여자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칠팔 시간 전에 묻어 놓은 그의 무덤의 흙을 다시 파서 그의 시체를 꺼내어 놓았습니다.
푸르른 달빛 아래 누워 있는 아름다운 그의 모양은 과연 선녀와 같았습니다.
가볍게 눈을 닫고 있는 창백한 얼굴, 곧은 콧날, 풀어헤친 검은 머리?아무 표정도 없는 고요한 얼굴은 더욱 처염함을 도왔습니다. 이것을 정신이 없이 들여다보고 있다가 저는 갑자기 흥분이 되어?아아 선생님, 저는 이 아래를 쓸 용기가 없습니다. 재판소의 조서를 보시면 저절로 알 것이올시다.
그날 밤에 된 것이 ‘사령’이었습니다. --- 「광염 소나타」 중에서

생각하면 재미있는 연극이외다. 생식 능력이 없는 M은, 그런 기색도 보이지 않고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M에게로 시집을 온 새 아내는 임신을 하였습니다. 제 남편이 생식 불능자인 줄을 모르는 아내는, 뻐젓이 자기의 가진 죄의 씨를 M에게 자랑하고 있을 것이외다. 일찍이 자기가 생식 불능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점을 밝혀 주지 않은 M은, 지금 이 의혹의 구렁텅이에서도 제 아내를 책할 권리가 없을 것이외다. 그가 검사를 하겠다 하나, 검사를 하여서 자기가 불구자인 것이 판명된 뒤에는 어떤 수단을 취할는지 짐작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내의 음행을 책하자면, 자기의 사기적 행위를 폭로시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외다. 그것을 감추자면, 제 번민만 더욱 크게 할 것이외다. --- 「발가락이 닮았다」 중에서

화수분은 양평서 오정이 거의 되어서 떠나서 해져 갈 즈음에서 백 리를 거의 와서 어떤 높은 고개에 올라섰다. 칼날 같은 바람이 뺨을 친다. 그는 고개를 숙여 앞을 내려다보다가 소나무 밑에 희끄무레한 사람의 모양을 보았다. 그것에 곧 달려가 보았다. 가 본즉 그것은 옥분과 그의 어머니다. 나무 밑 눈 위에 나뭇가지를 깔고, 어린것 업은 헌 누더기를 쓰고 한끝으로 어린것을 꼭 안아 가지고 웅크리고 떨고 있다. 화수분은 왁 달려들어 안았다. 어멈은 눈은 떴으나 말을 못 한다. 화수분도 말을 못 한다. 어린것을 가운데 두고 그냥 껴안고 밤을 지낸 모양이다. --- 「화수분」 중에서

팔 년이나 된 그 인상이 요사이 새삼스럽게 생각이 나서 아무리 잊어버리려고 애를 써도 아니 되었다. 새파란 메스, 닭의 똥만 한 오물오물하는 심장과 폐, 바늘 끝, 조그만 전율……. 차례차례로 생각날 때마다 머리끝이 쭈뼛쭈뼛하고 전신에 냉수를 끼얹는 것 같았다. 남향한 유리창 밑에서 번쩍 쳐드는 메스의 강렬한 반사광이 안공(眼孔)을 찌르는 것 같아 컴컴한 방 속에 드러누웠어도 꼭 감은 눈썹 밑이 부시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머리맡에 놓인 책상 서랍 속에 넣어 둔 면도칼이 조심이 되어서 못 견디었다. --- 「표본실의 청개구리」 중에서

젊은 사람들의 얼굴까지 시든 배춧잎 같고, 주눅이 들어서 멀거니 앉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빌붙는 듯한 천한 웃음이나 헤에 하고 싱겁게 웃는 그 표정을 보면 가엾기도 하고, 분이 치밀어 올라와서 소리라도 버럭 질렀으면 시원할 것 같다.
‘이게 산다는 꼴인가? 모두 뒈져 버려라!’
찻간 안으로 들어오며 나는 혼자 속으로 외쳤다.
‘무덤이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다!’
나는 모자를 벗어서 앉았던 자리 위에 던지고, 난로 앞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섰었다. 난로는 꽤 달았다. 뱀의 혀 같은 빨간 불길이 난로 문틈으로 날름날름 내어다보인다. 찻간 안의 공기는 담배 연기와 석탄재의 먼지로 흐릿하면서도 쌀쌀하다. --- 「만세 전」 중에서

집안 식구는 조밥에 새우젓 꽁댕이로 우겨대더라도 어떻든지 이 겨울 방학이 돌아오기 전에 그 아니꼬운 옥임이 조건만이라도 끝을 내고야 말겠다고 이를 악무는 판인데, 이렇게 둘러대고 보니 살겠다고 기를 쓰고 기어 올라가는 놈의 발목을 아래에서 붙들고 늘어지는 것 같아서, 맥이 풀리고 사는 것이 귀찮은 생각만 드는 것이었다. 평생에 빚이라고는 모르고 지냈는데, 펀펀히 노는 남편만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시작한 노릇이라서 은행에 삼십만 원이 그대로 있고, 옥임이에게 이십이만 원, 교장 영감에게 오만 원, 도합 오십칠만 원 빚을 어느덧 걸머지고 앉은 생각을 하면, 밤에 잠이 아니 오고 앞이 캄캄하여 양잿물이라도 먹고 싶은 요사이의 정례 어머니다.
--- 「두 파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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