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다중 살인의 ABC 이론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 “무슨 이론요?” “X가 D를 죽이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보지. X의 동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만일 평범한 방식으로 D를 죽이면 수사 과정에서 D를 죽일 동기가 있는 사람, 또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결과적으로 단 한 명, X로 밝혀지게 돼. 따라서 X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동기를 드러내지 않고서 D를 죽일 수 있는가 하는 거야.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른 살인을 저질러 D의 살인 주위에 연막을 치는 방법이 있지. 고의적으로 같은 기술을 사용해 범행을 저질러서 사건들을 서로 관계가 있는 일련의 범죄처럼 엮는 거야. 그래서, X는 먼저 A, B, C를 죽이지……. X와는 아무 상관도 없고,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을. 그러고 난 후에야 D를 죽이는 거야.” --- p.149
불편했다. 메트로폴 홀의 공기에 뭔가 묘하게 그를 불쾌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보았다. 일종의 집단 자가중독이다. 군중들은 스스로가 내뿜는 독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불현듯,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공포. 군중들은 자신의 공포를 숨 쉬고 있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포말의 형태로 사람들에게서 흘러나와 공기에 녹아들었다. 사람들이 보여준 인내심, 수동성, 기대감 같은 것은…… 바로 공포였다. 사람들은 연단 위 연사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면의 공포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고양이!” 경찰청장이 침묵 속에서 메모 노트의 페이지를 넘길 때 사람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