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의 세계는 참으로 변화가 많고 또 (변화가) 빠르다. 또한 기업의 안팎에 있는 국내외의 고객들, 주주, 직원, 정부, 금융기관, 경쟁사 등 이른바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과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사와 부딪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경쟁사와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 및 애플과 경쟁하지만, 이 두 회사는 삼성전자가 만드는 부품을 많이 구입하는 삼성의 큰 고객이기도 하다. 이렇게 빠른 변화와 복잡한 상호관계로 특징지을 수 있는 현대 기업경영의 세계를 한 눈에 꿰뚫어보기는 경영학자에게나 경영자에게나 무척 어렵다. --- 「머리말」중에서
여기서 말하는 ‘뛰어넘기(leapfrogging)'란 고객이 시장에서 현재 살 수 있는 어떤 제품의 구매를 연기하는 것, 즉 그것을 뛰어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행동은 고객들이 미래에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때 흔히 나타난다. 뛰어넘기는 해당 기업의 매출을 크게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이것은 기업의 전략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 p.128
현재 잘 팔리는 제품을 갖고 있는 회사에게는 ‘뛰어넘기’가 그다지 달갑지 않다. ‘뛰어넘기’의 효과를 줄이기 위해 회사는 가격, 유통, 커뮤니케이션 등의 도구를 쓸 수 있다. ... 반면에 회사가 현재 잘 팔리는 제품이 없고 조만간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으려고 하면, ‘뛰어넘기’는 바람직한 소비자 행동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전마케팅(premarketing)을 통해 고객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p.131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기 분야에서 바로 이 전략을 쓴 바 있다. 즉, 이 회사는 2002년에 나온 엑스스박스(Xbox)가 나올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림으로써 고객들로 하여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같이 시중에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을 사지 않고 자기 회사의 제품을 기다리게 했던 것이다. --- p.132
2007년 여름 미국의 이른바 서브프라임 거품이 터지면서 서서히 시작된 세계의 금융위기는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하면서 무서운 속도와 힘으로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이후 세계의 수많은 기업의 매출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객들의 구매력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고,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된 소비자들과 기업 고객들이 구매를 하지 않고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현금이 왕이다”라고 믿고 있다. --- p.148
그러면 이렇게 매출이 갑자기 급격히 떨어지는 사태에 대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물론 원가절감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매출이 30~40%씩 떨어질 때는 이것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기업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원가가 아닌 판매의 위기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판매를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가, 가격, 매출물량이라는 세 개의 이익창출변수(profit driver)를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 p.149
위기가 오면 고객들은 불안·공포·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위험을 회피하고자 한다. 그래서 기업은 그들이 느끼는 위험·불안감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과감한 보장은 그 전형적인 방법의 하나이다.
사례: 현대자동차는 2009년 초 미국에서 “불확실한 때의 확실성(certainty in uncertainty time)"이라는 광고캠페인을 벌여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즉 현대자동차의 새 고객이 빚을 갚아나가는 동안에 실직을 하면 현대는 그가 직장을 찾는 동안 3개월까지 돈을 대신 내준다. 3개월이 지나도 새 직장을 못 구하면 고객은 자동차를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 p.151
만일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선도기업을 기존의 또는 새로운 경쟁사가 강하게 공격해오면, 그 선도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흔한 대응책은 말할 것도 없이 값을 내려 시장을 지키는 것이다. --- p.184
대체로 자금이 풍부한 경쟁사가 강한 의지를 갖고 시장선도기업을 공격할 때, 높은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이럴 때는 어느 정도 고객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선도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시장점유율이 어느 수준일 때 시장이 균형점에 도달하고, 또 그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냐 하는 문제이다. 즉 값을 내리지 않고도 지킬 수 있는 시장점유율이 몇 퍼센트냐 하는 것이다. (...) 대체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쟁사에게 시장의 일부분을 양보하고, 그 대신 이익을 어느 정도 유지해주는 수준의 가격을 지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 --- pp.186-187
과연 앞으로 10년 내에 우리 경제를 주도해온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재벌이 또 나올 수 있을까? 그 확률은 아마 높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독일의 초일류 중소기업들, 즉 히든 챔피언들 같은 기업은 한국에서 앞으로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고 또 나와야 한다. 히든 챔피언들은 스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배울 수 있는 좋은 본보기이자 따라할 수 있는 매우 적절한 모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극히 평범한 회사지만, 목표에 맞는 적절한 전략들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 회사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전략에는 소규모 회사든 대기업이든 상관없이 본받을 만한 지침들이 담겨 있다. 나는 앞으로도 놀라운 경영과 전략들을 계속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이 아니라 바로 히든 챔피언들이라고 확신한다.
--- pp.26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