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벽을 앞에 두고 떠밀리는 땅 다람쥐 마모트처럼 무엇을 어디부터 풀어가야 하는지를 몰랐다. 공부를 어디서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정말 드라마처럼 특별반을 만들어야할 상황이었지만, 나의 현실은 우등생을 위해 마련된 특별반의 불빛을 부러워하는 열등생이었을 뿐이었다. 그 학교는 서울대에 한명이라도 더 보내기 위한 우등생 특별반은 있었지만, 열등생 특별반은 없었다.
“쾅!!”
아주 짧은 소리와 동시에 찌그러지는 창문틀에 머리를 박았다. 잠시 후 떨리는 마음으로 뒤를 보았다. 버스의 뒷좌석은 사라져버렸고 도로와 건물의 네온사인이 보였다. 버스 바닥이 반으로 갈라져 뒷바퀴와 연결된 구동축이 보였다. 떨어진 유리 파편 사이에, 살색 페인트가 칠해진 버스의 잔해 사이로 약 6명의 아이들이 쓰러져 있었다.
공부하느라 피곤해서 흘리는 코피는 잘 멈추지도 않는다. 학교에 가야하는 아침에도 코피가 나는 것은 정말 귀찮은 일이었고 어머니도 나의 건강을 걱정했다. 그렇게 체력이 내 공부의 발목을 잡았고, 내 느낌으로도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을 길게 잡는 것으로는 성적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고 느꼈다. 이런 체력으로는 남은 2년 안에 성적을 올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체력 때문에 명문대에 갈 수 없는 것을 절감했다.
“영훈이 장래를 위해 퇴학보다는 자퇴로 처리하는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도장 가지고 학교에 한번 들리셨으면 합니다.” 내가 퇴학 당한지 3개월이나 지나서 걸려온 전화였다.
성심학원에서 개강 직후에 배치고사를 보았다. 시험 결과200명 중 중위권에 불과했다. 인, 의, 예, 지, 신 다섯 반 중에서 예반에 편입되었다. 서울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 수 없던 실력, 그것이 고1을 다 마친 내 실력이었다. 나는 전 과목을 중학교 과정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공부의 신이 내 몸에 들어온 이후 15개월, 세화고 1학년 초, 전국 중앙학력평가고사를 보았다. 전국 고등학교의 80% 이상이 참여하는 시험이었다. 50만 명 정도가 참여한 그 모의고사에서, 난 전국 146등을 했다. 한 학교에서 146등도 못해본 내가 전국 146등을 했다.
서울대 입학후 교정에서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탁곤이를 만났다. 이 녀석이 나를 보더니 흠칫 놀랐다.
“야~ 너... 서울대 오느라 고생 많았겠구나~”
탁곤이는 광주 숭일중학교에서 IQ가 가장 높은 전교 1등이었고 난 그냥 중위권 중학생이었다. 지방 중학교의 중위권 학생이었던 내가 서울대를 다니고 있으니 탁곤이가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내가 서울대를 합격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난 광주의 인문계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부터, 이 책 끝부분에 소개될 내 공부의 단순한 실전비결 뿐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하는 모든 공부법을 다 따라 했다.
내가 앉은 자리는 매년 서울대 수석 졸업생들이 앉던 자리였다. 잠시 후, 난 교육부 장관께 약간 퉁명스럽게 물었다. “장관님, 어제 교수채용 비리에 대한 방송 보셨나요?”
“............” 지금 생각해도 그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은 질문이어서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이어졌다. 장관님은 그냥 나와 대통령님을 힐끔 힐끔 번갈아 볼 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학생의 성격과 체질에 따라 공부법은 다르다. 그래서 공부 스타일을 차별화 하여 지도해야 한다. 가장 간단하게는 일조량이 많은 달에 태어나면, 양陽적인 체질이 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그래서 남반구에서는 11, 12, 1월 출생자들이, 북반구에서는 6, 7, 8월생들이 더 양적인 성격이 많다. 그런데, 양적인 부모에게 겨울에 태어난 아이는 양적인 아이로 자랄 것이다. 유전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정말 구분이 어렵다. 그러니 우선, 양(외향적)적인지 음(내향적)적인지를 스스로 생각하여 이 책에서 구분한, 각자 태어난 달(별자리)에 의한 구분과 사상체질별 구분을 둘 다 참고하기 바란다.
‘적자생존’이란 말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있다. “적는 자의 기억만이 살아남는다.”
2008년, 우주인 ‘이소연’씨를 만났다. 어떤 언론단체에서 주는 상을 받는 자리에 나도 하객으로 초대되어 갔는데, 거기서 적는 버릇이 또 나왔다.
더 많은 글을 접해야 다양한 영어지문에서 배경지식을 쌓게 되고, 그래야 과탐과 사탐까지 성적이 좋아진다. 그리고 다시 쉬면서 한글로 읽은 독서에서 쌓은 과학과 사회학적인 지식은 다시 영어의 지문을 잘 이해하고 예측하게 해주는데, 이것이 ‘배경지식의 선순환’이다.
*turbulence: 난기류. tur-은 돌다의 ‘돌’, ‘bul’은 바람불다의 ‘불’이다. 결국 ‘돌며 부는 바람’이다. 이 말을 영어식으로 ‘터러부른’으로 발음했다가 [터뷸른스]로 외우기 바란다.
책의 내용에서는 메모를 잘 하는 것과 연상 기억법을 강조한다. 시험과 관련된 결정적인 말 “관련 지어 외우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에 기억나지 않는다.” 이 말은 기억법의 3가지인 범주화, 연상법, 조직화의 필요성을 잘 말해준다. 내가 평소에 정리해 온 마인드맵을 소개한다.
‘자기 과외 비법’은 복습할 내용을 자신에게 말로 쉽게 전달하려 노력하면서 요점정리와 장기기억이 동시에 되는 마법 같은 효과가 있다. 기억도 보통의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된다. (아마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런 공부를 방해하는 것들(컴퓨터나, PMP나, TV등등)에서 벗어난 시간/공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싫어도 딴 짓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일단 야자 시간에 인강을 들을 때는 PMP에 인강말고는 다른 파일을 넣어두지 않도록 하고, 컴퓨터실이 없는 (혹은 적어도 공부하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을 자주 다니시는 게 좋습니다. 몸 가까이 유혹이 되는 물건들을 놓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만용입니다.
--- ‘서울대 신입생 김군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