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몸이 건강해 희망근로로 가정에 도움이 되었지만, 몸이 불편해서 희망근로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잖습니까.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조금씩 모았습니다.” --- pp.19-20
“사람들이 그럽니다. 성치 않은 아내 생각해서라도 남 도울 생각 말고 한 푼이라도 더 모으라고요. 그럴 땐 그럽니다, 제가. 세상에 슬픈 사람이 적어야 그래야 사람들 맘이 편해지고, 그러면 불편한 제 아내를 한 번이라도 더 곱게 봐줄 여유도 생기잖아요. 억만금이 있어도 세상이 근심으로 차있으면 우리는 그 근심 속에서 살아야 하잖아요. 구두 닦고 살면서도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서 그래서 그럽니다, 제가.” --- pp.25-26
“우리 아이들이 서로 먼저 저금통을 채우려고 경쟁하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아이들의 이러한 열정은 훗날 더 큰 나눔으로 성장해 우리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아름다운 물결이 되겠지요.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러워요.”--- p.32
지팡이에 의지하고, 보행보조기에 의탁하며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행사장에 들린 분들. 스스로 성에 차지 않는 성금액을 겸연쩍어하시며 헛헛한 웃음을 지어 보이셨지만 노인들에게 행사장은 단순한 장수가 아니라 울 넘어 보이는 이웃집 마당이며, 또한 반찬 그릇 넘겨 나누던 담장이었습니다. --- p.45
나눔으로 부풀고 감사함으로 엮어 아름답게 피어나는 풍선아트처럼 이들 정신지체장애인들은 세상에서 받은 나눔의 의미를 보답하기 위해 지역의 복지관과 어린이집, 노인정들을 찾아 풍선아트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비록 정신지체를 갖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풍선아트 3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보은의 봉사활동을 통해 오히려 풍선아트사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배울 수 있었던 덕분이었습니다. --- p.52
죽음을 모포처럼 두르고 지내는 한 사형수. 눈 떠서 맞는 오늘이 마지막 생의 풍경이 될지도 모르는 나날을 살아갑니다. 그는 벼랑 끝에 매달려 생애 처음, 세상과 그 세상의 이웃들을 바라봅미다. 그리고 교도소 찬 바닥에 누워 생의 마지막일지 모를 잠을 청하며 오늘 또 하루, 벼랑 끝에 매달려 꽃 피는 스스로를 꿈꿉니다. --- p.69
“병원 치료비로 쓰고 남은 점화 걔, 퇴직금입니다.” 점화 씨 어머니와 동생은 어려운 이웃을 더 돕고 싶다던 고인의 뜻을 이뤘다며 환히 웃었습니다. 사회복지공무원으로 15년 동안 이웃 사랑을 실천했던, 천사 강점화 씨. 영하 8도의 12월 거리 속으로 걸어가는 점화 씨 어머니와 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담당자의 손에는 기부금이 아닌, 하늘나라로 돌아가면서 세상에 남긴 강점화 씨, 그 천사의 날개가 들려 있었습니다. --- p.81
“얼굴 없는 천사일 겁니다.” “맞아요, 틀림없어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잊지 않고 나타나 준 겁니다.” 담당직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송수화기 멀리서 전해오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담당자들은 얼굴 없는 천사로 불렀습니다. 세상의 공기처럼, 혹은 찬바람을 물리며 응당 담장 고드름을 녹이는 겨울 햇살처럼, 얼굴 없는 천사는 그 모습을 보거나 만질 수는 없지만 우리 곁에 따뜻함으로 존재하는 실체로 믿어왔습니다. --- p.87
“암컷 바닷고기 몇 마리가 알을 낳으면 작은 어촌 마을사람들이 죄다 그 덕에 삽니다. 저는 다 큰 성어를 내어줄 능력은 없어요. 대신 작게 작게, 마음을 내어주는 거죠. 제 마음은 암컷 바닷고기의 알입니다. 작은 것이에요. 그래도 언젠가는 제 마음이 누구에게는 성어가 될 것을 믿습니다. 전 그 알입니다. 아주 작은 알이요.” --- p.92
대구 대명동의 분도주유소는 얼핏 봐선 다른 주유소와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가슴에 뿌듯함을 주유하고 주유소를 나섭니다. 자신이 낸 돈의 1%가 사랑의열매에 기부되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김 사장, 어젠 장사가 잘 안 됐나? 이거 보태서 보내라.” 어떤 이는 벽에 걸린 기부액을 보고 몇천 원 더 쥐어주기도 합니다. --- pp.112-113
“미안해, 더 줄 것이 없어서.” 줄 게 없어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던 할머니는 또 무엇을 줄 것이 있었는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아가 돌아가신 뒤 당신의 장기와 시신을 기증하기로 약속하셨습니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 기부를 하고 싶어. 나눌 수 있을 때 나눠야지, 죽으면 하고 싶어도 못 하잖아. 그리고 난 외출할 때 항상 장기기증등록증을 가지고 다녀. 언제 어디서 무슨 일 당할지 모르니까. 이걸 보면 누군가는 본부로 연락해 줄 거 아냐?” --- p.127
장 중위가 인천 동산고 학생회장을 지낼 때였습니다. 학교에 백혈병을 앓는 후배가 있었습니다. 장 중위는 그 후배를 위해 전교생들을 상대로 호소했습니다. 덕분에 헌혈증도 모이고, 얼마간의 수술비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장 중위가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습니다.
“늘 오늘 받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기회가 되면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헌혈은 제가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 pp.138-139
적금통장은 할머니의 마라톤이었습니다. 15년 세월을 달려 비로소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그 15년 세월을 달려 할머니가 당신의 마라톤을 끝내던 날, 할머니는 만기적금 1천만 원을 대구 사랑의열매에 기탁했습니다.
--- pp.147-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