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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도 아프다

아줌마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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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8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81g | 148*210*20mm
ISBN13 9788996150633
ISBN10 8996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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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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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될 일. 문제는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바느질을 해온 옷이 바늘땀에만 신경을 쓰느라 전체적인 옷 형태가 쭈글쭈글한 꼴이 되고 말았다. 바늘땀 어딘가에서 어긋난 것이 분명한데 이제 와서 풀고 다시 꿰맬 수도 없는 일이다. 디자이너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옷이 어딘지 완전치 못함을 인정하는 건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의 내 심정이 꼭 그렇다. --- p.10

서운한 게 쌓여만 가는 시댁,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 잠시 떨어져 있고 싶은 남편. 정말 어디서 생활비만 또박또박 나온다면 아이들만 데리고 혼자 살고 싶다. 내가 이렇게 아프다는데, 내가 이렇게 소원한다는데 내 말 한번 진지하게 들어주면 안 되는 걸까. 계속되는 나의 청원에 지친 남편이 이런다.
“이혼은 안 됩니다. 별거도 안 됩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 p.61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아이가 시험을 치고 나면 서술형을 제외한 나머지 객관식 정답오답 표를 나이스(NEIS)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를 노려보던 나는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이여, 이 아이가 정말 제 아이란 말입니까? 동그라미는 어디 가고 온통 빗살무늬 토기란 말입니까? 도덕점수는 또 왜 이리도 비도덕하단 말입니까? 최종적으로 영어성적까지 확인한 나는 어지러웠다. 그간 들인 돈이 얼마고 아이를 잘 키우네 못 키우네 남편한테 받은 수모는 또 얼마란 말인가. 아이들 온갖 짜증도 오냐오냐 해줬건만 돌아온 건 미친 듯 요동치는 심장과 부들부들 떨리는 손과 휘적휘적 도무지 힘을 줄 수 없는 다리뿐이라니. 참담했다. 아이들을 어떤 얼굴로 맞을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데 예상대로 전화통이 울렸다.
“승우 엄마, 청심환? 타이레놀?” --- p.115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다 알 것이다. 아이들은 형광등을 켜는 순간부터 이상해진다. 낮에 순하게 놀던 아이들도 밤만 되면 미쳐 날뛰는 것이다. 한때 형광등 속의 어떤 물질이 아이들 뇌를 자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꼭 응급실은 한밤중에 가게 되는 것이다. --- p.195

나는 이제 불혹의 40대가 아닌 인생의 부록인 40대로서 내 인생에 한 번의 쉼표를 찍고 싶다. 마침표를 찍는 날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그때 쉼표를 찍길 잘했어 하는 생각이 들게 잠깐 쉬어가고 싶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반환점은 있다. 그 반환점을 돌며 나는 거울 앞에 섰다. 익숙한 듯 낯선 거울 속의 그 여자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냐?
--- pp.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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